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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이슈] 최형우 '100억 가치'… 찬스와 위기 속에 꽃 피우다

입력 : 2017-09-02 16:12:44 수정 : 2017-09-02 16: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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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100억원의 가치’는 결국 팀이 가장 절실할 때 ‘한 방’을 터트려주는 능력 아닐까. KIA의 거포 최형우에게 딱 어울리는 문장이다. 찬스는 살리고, 위기에 강한 그가 팀의 정규리그 우승은 물론 자신의 생애 첫 최우수선수(MVP) 수상을 향해 불꽃 방망이 휘두르고 있다.

지난 8월31일과 9월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펼쳐진 선두 KIA와 2위 두산의 2연전은 올 시즌 정규리그 패권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이정표이자, 미리 보는 챔피언결정전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이번 2연전을 앞둔 시점에서 두산은 고공비행을 펼치며 KIA를 2.5 경기 차로 바짝 추격한 상태였다. 2연전 결과에 따라 두산은 선두 기아를 0.5경기 차로 추격할 기회였고, KIA 입장에서는 이번 2연전을 통해 최대한 격차를 벌려야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이 수월해질 수 있었다.

유리한 쪽은 두산이었다. 두산은 최근 급상승세를 타며 디펜딩챔피언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KIA와의 2연전에서 팀의 최고 에이스로 꼽히는 니퍼트와 유희관을 마운드에 올리는 시점이었다. 반면 KIA는 팻딘과 홍건희가 나서야 했다. 기세나 선발 마운드 싸움에서는 분명 두산이 유리했다.

그러나 KIA는 저력을 드러내며 두산 마운드를 공략했다. 두 경기에서 총 14점을 뽑아냈다. 그리고 중심에는 바로 최형우가 있었다. 그는 두 경기에서 총 7타수 5안타 3타점 1득점 2사사구를 기록하며 2연전 스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2일 격돌한 최형우와 유희관의 올시즌 맞대결 기록이다. 최형우는 이날 경기 전까지 유희관을 상대로 6타수 1안타, 타율 0.167로 부진했다. 자신의 시즌 타율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치였다. 올 시즌 좌완투수를 상대로 1일 현재 0.346라는 점을 감안하며 천적 관계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1일 경기만큼은 이전과 전혀 달랐던 최형우이다. 승리가 가장 절실한 시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의 가치를 뽐냈다. 그는 1회말 1사 2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3B-2S 풀타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좌전 적시타를 뽑아내 타점을 올렸다. 1회초 선제 2실점을 내준 상황에서 동점을 만드는 귀중한 타점이었다. 그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3으로 팽팽히 맞선 3회말 2사 3루의 기회에서 유희관의 4구째를 정확하게 받아쳐 적지 중전안타를 터트렸다. 이 안타는 결승타가 됐고, KIA는 두산전 스윕으로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해 타격 3관왕(타율·타점·최다안타)에 오른 최형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FA) 이적 사상 처음으로 100억원(4년 총 100억원)을 기록하며 KIA 유니폼을 입었다. 최형우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34세인 그에게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지급한 것이 아니냐는 ‘거품론’이 일어났다. 이와 같은 비판에도 꿋꿋하게 KIA에 녹아든 최형우는 올 시즌 100억원의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최형우는 올 시즌 도루를 제외한 모든 공격 지표에서 10위권 내 이름을 올리고 있다. 1일 현재 타점 1위(114점), 타율 2위(0.370), 최다안타 3위(158개), 홈런 7위(25개), 득점 7위(88점)를 달리고 있고, 이밖에 장타율 1위(0.642), 출루율 1위(0.477), OPS(장타율+출루율) 1위(1.119)에 올라있다. 특히 세부 지표인 결승타 2위(13개), 볼넷 1위(85) 등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진짜 힘’은 주자상황별 타율에서 드러난다. 최형우는 주자가 없을 때 타율이 0.299이다. 이 수치도 낮은 수치가 아닌데, 최형우의 경우 주자상황별로 가장 낮은 타율이다. 1루 주자가 있을 때는 0.462로 급상승하고, 2루에 주가가 있으면 0.354로 고타율이다. 특히 3루에 주자가 있으면 무려 0.583로 껑충 뛰어오른다. 여기에 1·2루 주자가 있을때 0.355이며, 1·3루에선 0.500, 만루에서도 0.500이다. 득점권 타율이 0.423으로 찬스에 강한 남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1일 현재 100타수 이상 기록한 선수 가운데 득점권 타율이 가장 높은 수치이다.

타점도 마찬가지다. 최형우가 주자상황별 최다 타점은 2루에 주자가 있을 때 20점을 기록했다. 그다음이 1·2루, 1·3루시 각각 18타점을 올렸다. 만루 상황에서는 8타수 4안타 11타점을 몰아쳤고, 2·3루시에는 4타수 2안타 7타점이다. 그만큼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능력이 탁월하며, 위기에 강하고 기회를 살릴 줄 아는 타자이다.

최형우는 프로 데뷔 후 꾸준함과 강인함으로 최고의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유독 MVP와는 인연이 없었다. 지난 시즌 유력한 후보군이었으나, 팀을 정상으로 이끈 두산 투수 니퍼트에게 밀렸다. 올 시즌은 다르다. 팀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최대 위기였던 이번 두산과의 2연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대로 KIA가 정상에 오른다면, MVP는 최형우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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