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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9-11 05:30:00, 수정 2017-09-11 09:26:10

[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KFA는 과연 히딩크가 불쾌한 걸까

  •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대한축구협회는 과연 거스 히딩크(71) 감독에게 불쾌감을 느낀 것일까, 아니면 히딩크 감독에 열광하는 팬들이 불쾌한 것일까.

    러시아발 ‘히딩크 눈보라’가 대한민국 축구계를 강타했다. 한국 축구가 가까스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룬 지난 6일, 히딩크 감독이 ‘국민이 원한다면’이라며 단서 아래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을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꽤 구체적이었다. 연봉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보다 덜 받아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고, 이미 지난 6월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불분명한 누군가에게 이와 같은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모든 사안의 출처는 거스히딩크재단의 노제호 사무총장이다. 그의 입에서 최초 히딩크 감독의 이야기가 나왔고, 일파만파 커졌다. 그 누구도 히딩크 감독의 목소리로 한국 축구대표팀에 관한 내용을 들은 이는 아무도 없고, 확인한 사람도 없다. 진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원하는지에 대한 사실도 불분명하다.

    다만 축구팬은 ‘명장 부임설’에 열광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모두 지켜본 팬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다. 한국 축구는 무뎠고, 느렸고, 답답했다. 잔디 핑계에 빠졌으며, 투혼과 투지는 온데간데없었다. 이 와중에 헹가래는 팬을 더욱 실망하게 했다. 팬들은 당연히 변화를 원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고 신태용 감독이 부임했을 때도 같은 분위기였다. 이것은 과거에 대한 실망감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환상 역시 ‘이제는 달라지겠지’라는 기대감에서 시작한다. 그런 팬들의 ‘축구 행정’으로 마음을 어르고 달래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의 역할이다.

    그런데 협회 측은 단칼에 잘랐다. 그러면서 “굉장히 불쾌하고, 기가 차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들은 “신 감독과 월드컵 본선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이제 와서 신 감독을 흔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달했다.

    현시점에서 히딩크 감독과의 계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협회 측이 적극적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서 ‘No’만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히딩크 감독과 친분이 있는 정몽준 명예회장과 정몽규 협회장의 축구 외교력 정도면 이 정도는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일 아닌가. 한국 축구 외교력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원한다는 당사자에게 확인 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존재라는 말인가.

    현재의 논란은 히딩크 재단 관계자의 유언비어였는지, 히딩크 감독이 진정 감독직을 원하는지 사실 확인만 하면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유언비어였다면 논란은 단숨에 사그라진다. 반대로 히딩크 감독이 진정 헌신과 봉사의 마음으로 감독직을 원한다면, 계약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논의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단순히 신 감독 흔들기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 발전에 대한 큰 그림에서 서로 이해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협회 측은 선뜻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만약 유언비어로 밝혀진다면, 히딩크재단은 거짓말쟁이가 되고, 유언비어의 최초 유포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협회가 바라는 일이 아니다.

    히딩크재단은 오는 10월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신태용호와 러시아와의 평가전을 성사시킨 중간 매체이다. 협회 입장에서는 히딩크 재단을 보호해야 한다.

    결국 그 불쾌하고, 기가 차고, 어이 없다는 반응은 누굴 향한 것일까. 참으로 기가 찰 일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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