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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9-12 11:00:28, 수정 2017-09-12 13:47:38

[SW의 눈] 당신이라면 딸에게 배구를 시키겠습니까

  • [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당신은 딸에게 배구를 시키겠습니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지난 11일 열린 2017~2018 KOVO 여자신인선수 드래프트, 여자 구단 6개팀은 총 16명을 지명했다. 15개 고교에서 고졸 예정자 40명이 참가했고 1라운드 6명이 밝게 웃은 뒤 기념촬영이 끝나자 정적만이 흘렀다. 사회자는 배구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려달라고 구단의 지명을 독려했지만 ‘패스’ 손짓만 반복됐다. 결국 2라운드에서 2명, 3라운드에서 1명, 4라운드에서 3명이 호명됐고 수련선수로 4명이 뽑히면서 끝이 났다.

    4라운드부터는 학교 지원금 자체가 없다. 수련선수는 연봉 1500만원만 지급하면 된다. 사실상 진짜 지명의 가치는 3라운드까지인데 따져보면 9명이라는 답답한 결론이 나온다. 흥국생명의 경우 1라운드 지명 후 모두 패스했다. 몇몇은 회장 밖에서 울음을 터뜨렸고 침통한 표정의 학부모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다. 곧바로 프로 무대에서 통할 기량이 아니거나 잠재력이 없다면 구단의 선택을 강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최선으로 판단한다면 ‘제2의 김연경’은 기적이 있어야 나올 수 있다. 어떤 학부모가 귀하게 키운 딸에게 배구를 시킬까.

    국제대회 때마다 배구계는 저변확대를 외친다.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망주 발굴을 거론하며 걱정한다. 하지만 이날 드래프트의 모습을 보니 공허한 외침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날 여자부 드래프트를 본 남자부 구단 관계자는 “우리 팀은 안되면 수련선수라도 많이 뽑아야겠다. 우는 선수들을 못 보겠다”고 가슴 아픈 표정을 지었다.

    물론 구단도 이유가 있다. 엔트리(최소 14∼최대 18명) 문제가 걸림돌이다. 무턱대고 선발하면 기존 선수들이 나가야한다. 또 샐러리캡(13억)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수련선수라도 많이 뽑으면 안 되는가’는 물음이 생기지만 구단의 생각은 다르다. 1500만원의 연봉이 문제가 아니라 지명할 경우, 그들의 기량을 키울 무대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1∼2년 시간의 문제지 대부분의 수련선수가 코트 한번 밟지 못하고 팀을 떠나거나 실업팀으로 눈을 돌려야한다. 2군 리그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는 부분이지만 이는 각 구단의 입장차가 모두 달라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게 실무자들의 한숨이다. 결론없는 쳇바퀴다.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이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신인지명회의 전 인사를 하고 있는 드래프트 참가선수들. 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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