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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9-26 19:48:10, 수정 2017-09-26 19:48:10

[차길진과 세상만사] 143. ‘때문에'와 '덕분에'의 차이

  • 매년 있는 일이지만 명절 스트레스라는 게 있다. 차례 준비를 하는 주부는 물론이고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끼리 불화가 생겨 개운치 않은 명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 일이다. 명절을 지낸 한 지인의 얼굴이 어두웠다. 교통 체증을 뚫고 10시간 넘게 걸려 도달한 고향에서 오랜만에 그리운 부모와 친척들 얼굴을 보았으니 흐뭇해야 할 터인데 왜 우울해할까? “내년부턴 다시는 고향에 안갑니다.” 지인은 이렇게 말하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도 남들처럼 선물을 한 아름 안고 부푼 마음으로 고향에 갔었다. 그런데 형제들과 식사 중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형님이 핀잔을 주더란다. “녀석아, 부모님께 잘 해라.” 나름 한다고 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 얘기를 하니 화가 났다고. 그도 지지 않고 말했다. “형님이나 잘 하십시오.”

    이렇게 시작한 형제간의 말다툼은 올라올 때까지 계속되었고 간다는 인사도 없이 도망치듯 왔다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형제들이 모이기만 하면 좋은 마음으로 갔다가도 안 가느니만 못하게 된다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매번 그러면서도 또 가게 되는 게 고향이라고.

    언젠가부터 우리는 가족 간에 대화를 잘 못하고 있다. 그것은 가부장제 속에서 오래도록 살아온 온 탓도 있을 것이다. 대가족 시절 온 가족이 모여서 대화할 시간은 식사할 때가 유일했다. 대화란 마음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일방적인 훈시로 끝나기 일쑤였다. 그러니 밥이 제대로 넘어가겠는가. 인기 개그 프로처럼 말이다.

    설사 대화가 진행되어도 껄끄러운 소재라 듣는 사람은 그 자리가 거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젊은 세대들은 어른들과의 대화를 피하고 식사마저도 달리 하려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말하는 가에 달려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화는 세 치 혀에서 비롯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복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방송가에서 장수하는 유명 토크쇼 진행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진행자의 말보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자기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방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다. 여기에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상대방에 호응해주고, 유머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한 여류 명사가 살인적인 스케줄에 맞추려고 미리 콜택시를 예약 해뒀다. 그런데 약속된 시간이 길어지면서 콜택시 기사가 무한정 기다리게 됐다. 시간이 돈인 택시기사는 기분이 엉망진창이 됐다. 이 여류 명사는 허겁지겁 콜택시를 타면서 잔뜩 인상을 구긴 기사에게 한마디 했다. “세상에, 저를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준 남자는 기사님이 처음이에요.”

    택시기사는 순식간에 얼굴이 환해지면서 데이트하듯 목적지까지 즐겁게 운전했다고 한다. 만약 택시 기사가 손님 ‘때문에’ 오늘 영업을 망쳤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여류 명사가 변명을 했다면, 그리고 “좀 더 지불하면 되잖아요” 하고 콧날을 세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그날 하루는 모두가 짜증이 났을 것이다.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의 대화 비법은 간단하다. 따스한 정이 흐르게 하는 대화의 연금술 비법은 현란한 말솜씨가 아니다. 남에게 핑계를 대는 ‘~ 때문에’ 대신에 ‘~덕분에’를 쓰면 된다. 한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화가 복이 된다는 뜻이다. 대화 때문에 불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덕분에’를 잘 활용하지 못해서다. “덕분입니다”라고 먼저 얘기한다면 가족 간의 대화도 술술 잘 풀리지 않겠는가.

    이번 명절은 그 어느 때보다 길다. 고향에서 급하게 올라오지 않아도 좋으니 서먹한 가족들은 거리를 좁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고향은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여도 따스한 정을 품지 않으면 고향은 저 만치 멀어질지도 모른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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