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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의눈] 심석희가 쏘아올린 체육계 ‘미투’,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입력 : 2019-01-09 14:42:47 수정 : 2019-01-09 14: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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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체육계는 여전히 안녕하지 못 하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상습 폭행뿐 아니라 성폭행을 당했다며 추가 고소를 진행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조재범 전 코치는 2014년 여름부터 평창올림픽 직전까지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범행 장소가 태릉 및 진천선수촌 라커룸 등으로 알려져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체육계 내부의 성범죄 고발, ‘미투’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여러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폭로해왔다. 피해자는 리듬체조 선수 출신 코치, 전직 테니스 선수, 바둑 기사,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여자배구 대표팀 스태프 등으로 다양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 오센

그들이 지목한 가해자들은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절대 권력자’로서 수직관계를 악용해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협회, 연맹 등의 고위 간부이거나 지도자, 직속 선배 등 피해자들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에 있었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선수로서 불이익을 받거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길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지도 미지수였다. 체육계의 폐쇄성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스스로 견뎌내는 길을 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체육계 성폭행 비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민간 주도의 체육계 내부 피해사례 전수 조사, 성범죄 가해자 처벌 강화, 비위 근절 단체 신설 등이었다. 

 

알려지지 않은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해자들에게 엄벌을 내려 마땅한 죗값을 치르게 하고, 체육계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도 더,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체부의 대책들이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체육계의 왜곡된 권력구조를 개선하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난해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났지만 체육계는 비교적 조용했다. 그러자 고요해 보이는 호수 위로 심석희가 용감하게 돌을 던졌다. 그 물결은 더 멀리, 더 넓게 퍼져나가야 할 것이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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