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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아침마당’의 ‘인생수첩’ 코너에 출연해 지나온 삶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있다. 사진제공=KBS |
입지전적인 성공신화로 유명한 성완종(58) 경남기업 회장이 7일 KBS1TV ‘아침마당’의 ‘인생수첩’ 코너에 출연했다. 매스컴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 CEO로 알려진 성 회장의 방송 출연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성 회장은 밝은 모습으로 불우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사업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성 회장은 소년기의 어두웠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충남 서산군 해미면이 고향인 성 회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작은어머니(계모)가 집안에 들어오면서 뜻밖의 시련을 겪는다. 친어머니는 안방을 내주고 서울로 식모살이를 떠났고, 선술집을 하던 작은어머니는 유난히도 성 회장을 싫어했다. 작은어머니를 피해 마루 밑에서 거적을 깔고덮고 20여일을 지내기도 했다. 성 회장은 이날 “그때 동생들이 먹다 남은 밥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건네줬다”고 말했다. 눈물젖은 주먹밥을 먹으며 요지경같은 세상사를 체험한 것이다.
6학년 때 외할머니 집에서 ‘엄니’의 주소가 적힌 편지봉투를 들고 상경을 했다. 해미에서 홍성까지 29km를 걸어서 영등포행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가는 길은 멀고 배는 고팠지만 그는 이때 희망의 가치를 알게 된다.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가슴이 벅차오를 뿐 막막한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는 이때 심정을 담아 자서전에 “희망은 절망을 이기고 내일의 가능성을 앞당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고 썼다.
극적으로 어머니와 상봉한 그는 신문배달과 약배달을 하며 돈을 모아 금의환향한다. 고향에 집도 사고 밭도 샀다. 23세 때 단돈 1000원으로 화물중개업을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건설업에 뛰어든다. 청년실업가가 된 것이다. “지인이 사업을 잘할 것같다며 서산토건 지분을 저에게 반외상으로 넘겨줬어요. 100만원만 주고 60만원은 벌어서 갚는 조건이었지요.”
이후 32세 때 충남지역 자산규모 3위인 대아건설을 인수했고, 2003년엔 경남기업을 인수합병해 자산규모 2조원의 회사로 성장했다.
성 회장의 오늘이 있기까지 친어머니의 사랑과 정신이 큰 영향을 미쳤다. 성 회장은 방송에서 “어머니는 강한 분이셨고 도의적 책임감도 강했다. 어머니의 정신을 체험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며 “어머니는 저에게 종교 같은 정신적 지주다. 11년 전 돌아가셨지만 지금도 사진을 보며 출퇴근 때면 인사를 한다. 사업하다 어려울 때도 어머니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1990년 장학재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총 330억원을 출연할 정도로 장학사업에 정성을 쏟고 있다. 이것 또한 그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굴지의 기업 회장을 아들로 두고서도 교회 종치는 책임을 25년 동안 했을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모친은 평소에도 그랬고 돌아가시기 전에도 “여건이 허락되면 남을 돕고 살라”는 말을 남겼다. 성 회장은 모친상 때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와서 우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가 자식같이 밥해주고 등록금 대준 친구들이 10여명 온 거지요. 우리 어머니 참 훌륭하신 분이에요.”
지난해 2월에는 ‘새벽빛’이라는 제목으로 자서전을 출간했는데, 10만여부나 팔릴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왜 새벽빛일까. 방송이 끝날 즈음 성 회장은 이렇게 밝혔다.
“새벽빛이라고 한 이유는 인생을 살아보니까 하루하루가 속고 사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기대가 내일의 기대가 잘 안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 다음을 또 기대하는 거고요. 새벽은 매일 오는 거잖아요. 그러한 의미를 담았습니다. 또 제가 경험한 어머니와 헤어졌던 모습, 회복했던 과정을 볼 때 꿈을 잃지 마라, 꿈은 새벽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네 자녀를 남겨두고 한밤중에 보따리를 쌌고, 이를 말리던 성 회장은 어머니를 놓치고 상실감에 까무라쳤다. 한참만에 눈을 뜨고 하늘을 보니 찬란한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어둠이 지나 새벽이 동터오는 것을 본 그는 희망을 안고 굳세게 살자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서울에서 만나 함께 돈을 모아 고향에 돌아와 가정을 회복한 것이다.
그가 자서전을 펴낸 이유도 희망의 빛을 던져주고 싶은 일념에서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고 있는 희망의 묘목을 한그루씩 나눠주고 싶었습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나을 것이란 희망과 세상은 마음 속에 그린 대로 이루어진다는 신념의 힘을 책을 통해 함께 생각하고자 합니다.”
스포츠월드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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