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양춘희 역을 맡은 이미숙은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선보였다. 툭하면 아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시골 아낙이지만 강한 생활력으로 다져진 ‘어머니’ 냄새가 절로 풍긴다. 기철을 못 잊고 황지까지 찾아온 정자(전미선)에겐 “너 이년 잘 들어.” “내 인생살이 마지막 희망은 막장 사고라도 나서 광부 냄편이 뒤지면 보상금을 받아내 튀는 것이여.” “이 년 관상을 봉께 보상금 바랠 년은 아니여.” 등의 온갖 욕설을 퍼붓는다. 하지만 웬지 밉지 않다.
시청자들이 꼽은 이미숙의 결정적인 명대사는 기철이 죽기 직전에 양춘희가 기철의 손을 잡고 했던 대사였다. “나 같은 모지랭이가 당신을 너무 좋아해서 미안하다. 너무 좋아해서 좋아한다는 말도 못했다”는 대목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에덴의 동쪽 홈페이지 시청자의견란에는 “이 대목에서 한결같이 눈물이 절로 나더라. 화면을 보는 내내 가슴을 후벼파더라. 온 가족이 눈물을 흘렸다”는 등의 의견이 수십 건 올라왔다.
또한 기철의 관을 땅에 묻는 장면에서 아들 동철한테 “아버지한테 안녕히 가세유라고 인사 해라”라고 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나왔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미숙의 대사에는 그녀의 억센 성격과 함께 모진 세월을 견뎌내는 잡초 같은 한국 여인상이 녹아 있다. 고생만 시키는 남편일지라도 항상 존중하는 마음이 요즘 세대과 비교된다. 또한 비록 남편의 마음을 빼앗는 여자에게 욕설을 퍼붓지만 이면에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대하는 너그러움도 물씬 풍긴다.
1~2회 극중 이미숙은 가장 비중 있는 역할이었다. 이를테면 ‘에덴의 동쪽’ 치고 달리기에서 첫 주자로의 임무를 다한 셈이다.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1-2회 연속방송 시청률은 각각 11.3%와 12.1%로 조사됐다. 시청률로만 치자면 겨우 10%를 넘겼으니 일단 턱걸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는 점에서 보면 드라마가 기획부터 내세웠던 휴머니즘 회복 운동에서 일단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스포츠월드 류근원 기자 stara9@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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