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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손으로 그려낸 내 마음 속 호랑이

입력 : 2010-02-02 14:12:12 수정 : 2010-02-02 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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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일 부산 갤러리 이듬 초대 그룹전 참여

직관적 아름다움·투박함 매력… ‘기운생동’ 발산
투호(透虎) 시리즈. 작가가 마음으로 투시한 호랑이 이미지다.
“머리로만 그리는 드라이한 그림을 그릴 순 없죠.”

‘기운생동’이 특징적인 서양화가 한오(53)가 백호띠 해를 맞아 그룹전에 참여한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 갤러리 이듬 초대로 열리는그룹전 제목은 ‘내 마음 속 호랑이’. 5명의 작가가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 중 한 사람인 한오 작가를 전시를 앞두고 만났다. 

 전시에 출품할 한오의 호랑이 그림은 작가의 마음 속에 떠오른 호랑이의 기운과 이미지의 반영이다. 거대한 산처럼 우뚝 버티고 세상을 노려보는가 하면 성난 투우처럼 고개를 세우고 맹렬한 기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분노하고 부릅뜬 눈의 호랑이를 앞세워 혼탁한 세상과 미술판을 혁명이라도 하려는 것은 아닌지….

그는 붓을 버리고 대신 흙손(미술도구의 하나)을 들었다. 한정된 용도로 사용하는 흙손이 언젠가부터 그의 붓이 되어 특유의 기운생동 화면을 탄생시키고 있다.

“호랑이를 자세히 그려봐야 사진을 넘어설 수 없어요. 호랑이의 이미지만 빌려 내가 느낀 것을 순식간에 표현한 거죠. 그러다 보면 자기치유가 되기도 하고 좀 더 발전적인 작품도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옛 선비가 붓을 들어 난을 치듯 에너지를 모아 순식간에 흙손을 쳐댄다. 그는 흙손으로 물감을 발라 이를 다시 깎아내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 덧칠하는 기존 유화 방식 대신 칠한 물감을 깎아내며 에너지를 집중한다. 그 결과 날카로운 질감과 투박함이 추상적 느낌을 낳으며 실제보다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한마디로 말해 동양화에서 느껴지는 직관에 의해 아름다움이 있다.

말이 흙손이지 중견화가라도 웬만해선 흉내내기조차 힘든 작업이다. 흙손을 택한 이유를 묻자 “작가의 붓길보다 물감의 물성이 강하다. 기운생동을 실어 나르기에는 흙손이 제격”이라며 “흙손 앞에선 물감의 물성이 꼼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익대 미대를 나왔다. 그리고 최고로 잘나가는 화랑의 전속화가가 되었다. 블루칩 화가였다. 친구들의 등떠밀림에 38살 때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선거에 출마했다. 그리고 여러 이유로 미술판을 떠났다. 지난해 오십이 넘은 나이에 미술계로 컴백했다. 달라진 미술계의 풍토에 아직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반짝 스타 되는 것을 노려 트렌드를 쫓아갈 생각은 없다.

“다들 머리를 쓰고 있는 미술계에서 고루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고루한 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젊은 시절의 열정으로 다시 무장한 그는 “추사 선생처럼 죽을 때까지 나 자신과 남을 위해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붓을 잡는다”며 “최고가 안되더라도 가장 오래 갈 수 있는 개성적인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부인도 서울대 미대를 나온 작가다. 부부는 자연의학도 오랫동안 연구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가 주는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미술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룹전은 2월1~12일까지 계속된다.  한오는 그룹전을 마친 후 서울에서도 전시를 가질 계획이다.
(051)743-0059 

스포츠월드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정정] 1월25일자로 보도한 위 기사 내용 중 <개인전을 연다>를 <그룹전에 참여한다>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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