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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1-06-22 21:26:28, 수정 2011-06-22 21:26:28

    [화제의 책] 아이린, '카투사 출신 작가 경험 바탕으로 쓴 로맨틱 스릴러'

    기지촌서 벌어지는 두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엽기살인 다뤄
    • SBS 라디오 PD로 일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재익 작가가 기지촌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아이린’(황소북스)을 펴냈다.

       이 책은 실제로 카투사로 군복무를 했던 작가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로맨틱 스릴러다.

       주제는 묵직하다. 미군범죄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명문대 출신의 카투사 정태와 미군부대 전용 클럽에서 일하는 혼혈아 아이린(혜주)이다. 고시공부를 하다 카투사가 된 정태는 순진하지만 정의감이 넘치고 진보적이다. 법대생답게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사이에 맺은 SOFA 규정의 모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연히 만난 아이린과 사랑에 빠진 정태는 모범사병이지만 몇몇 ‘꼴통’ 미군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 중 한 명인 마르끼즈라는 병사와는 결국 몸싸움까지 별여 영창에 가고 만다. 허풍쟁이인 마르끼즈의 막된 말이 문제였다. 마르끼즈는 “여기가 왜 한국이야? 여긴 미군기지라고. 캠프 험프리스 주소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나 알고 떠들어? 니네 한국 정부의 기록에고 여긴 캘리포니아 주로 되어 있어.… 너도 알잖아. 우리 미국이 없었다면 너희는 지금쯤 북한사람들처럼 쓰레기통이나 뒤지고 있겠지. 여기는 미국이야.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아메리카! 불쌍한 대한민국을 지켜주기 위한 미국의 기지란 말이야, 이 X대가리야.”라고 정태에게 지껄인다.

       정태가 마르끼즈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난타전이 벌어졌다. 결과는 징계위원회 회부였다. 정태는 ‘규정대로’ 영창 한달이 집행됐다. 상대방 미군은 일주일 막사 주위 청소 처분이 내려졌다. ‘불공평한’ SOFA 레귤레이션(규정) 탓이다.

       하지만 정태는 아이린에게 로드리게즈라는 미군 장교 애인이 있음을 알게 된다. 로드리게즈는 아이린의 방에서 칼에 찔려 참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누가 범인일까.

       미8군 중앙수사팀이 정태와 아이린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하지만 결정적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다. 카투사 한 명과 미군 한 명이 입을 맞춰 정태 편을 들었다. 알리바이를 거짓 증언한 것이다. 

       수사과정에서 로드리게즈 장교가 마르끼즈임이 드러나면서 소설은 절정을 향한다. 정태 또한 이를 알고 있었다. 전역을 앞둔 마르끼즈는 아이린을 마지막으로 한번 품고 죽여버릴 작정이었다. 마르끼즈의 농담 속에서 낌새를 알아챈 정태는 아이린에게 마르끼즈를 만나지 말 것을 애원한다, 하지만 아이린은 마르끼즈를 만나 밀린 돈을 받아야만 했다.

       “마르끼즈는 입고 있던 트레이닝복 주머니에서 미리 분비한 천조각을 꺼내 혜주의 입을 틀어막았다. …마르끼즈는 흡족한 표정으로 혜주의 발악을 구경했다. 혜주가 침대에서 떨어지자 마르끼즈가 깔깔 웃었다. 혜주의 팔이 침대 아래로 들어갔다. 만약을 위해 준비해놓은 칼을 꽉 잡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휘둘렀다. 퍽,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마르끼즈의 배에 깊숙이 꽂혔다. …무서웠다. 아직도 살아있는 마르끼즈가 못 견디게 무서웠다. 다시 마르끼즈를 찔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어디를 찔렀는지도 몰랐다. 방문이 벌컥 열렸다. 정태였다. 불안한 마음에 다음 날 필드 트레이닝이 있는데도 부대에서 달여나온 참이었다.” 마르끼즈는 아이린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

       사건이 잠잠해질 무렵, 아이린 또한 검은 스키 마스크를 뒤집어 쓴 두 명의 히스페닉계 백인에게 목에 칼이 꽂혀 죽고 만다.

       작가 소설 말미에서 “지금도 미군기지 주변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가끔 사회면에 오르내리지만 그 시절에는 살인과 강간, 폭행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미군에 대한 처벌은 미미했다”며 “이 소설을 계기로 우라나라와 미군과의 관계가 좀 더 의롭게 조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소설의 무대는 1997년과 세기말이다. 신세대의 한 의식인이 보여주는 한국전쟁, 주한미군, 징병제도 등 한국 근현대사의 슬픈 단면을 상징 없이 보여주는 소설이다. 1만2000원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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