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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6-05 03:00:00, 수정 2018-06-04 19:35:27

    제일병원 무기한 파업… 환자들 '발동동'

    직원 250명 "이사장단 퇴진" 요구
    • [정희원 기자] “제일병원 간호사·직원들은 자부심을 갖고 다니던 병원이 점점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변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병원 정상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사장단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정했습니다. 환자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입니다.”

      간호사 집단사직으로 논란이 된 서울 충무로 제일병원 간호사·의료기사 등 직원 250여명이 결국 지난달 3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파업은 올해 4월 비상식적인 인사행정·재정 건전화 대신 무리한 신축공사를 강행한 이사장단의 경영방식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임금문제까지 더해졌다.



      ◆최대 임금 50% 삭감… 경영진은 제외

      제일병원 경영진은 월급일 하루 전인 5월 24일 원내 커뮤니티에 일방적인 연봉삭감을 통보했다. 임금은 최대 50% 깎였고, 평균 38%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최악의 경우 50만원, 80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된 상황이다. 그런데, 경영진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일병원은 4월 초 컨설팅업체 엘리오앤컴퍼니를 고용해 관련 자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급여 삭감율은 직군·연차별 차등 적용됐다. 여기에 공통적으로 1년 근속 당 2% 삭감됐다. 병원은 당시 컨설팅비용으로 9억원을 지급해 직원 불만이 더 고조된 상황이다.

      다만 직원들은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다. 제일병원은 3월 노조 측에 “올해 운영자금이 200억원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급여지급이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를 꺼낸 바 있다.

      4월 간호사 집단사직 당시 퇴사한 간호사 A모씨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그는 “직원들과 간호사들은 2016년 병원이 적자로 돌아서자 2017년 6월부터 1년간 상여금 300%를 반납하는 등 병원 정상화에 기여해왔다”며 “그럼에도 병원은 부당인사, 이해할 수 없는 공사 등으로 직원의 신뢰를 저버리고 매달 적자를 8~9억씩 냈다”고 지적했다. 또 “임금 지급능력이 없고, 병원 정상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경영진에 실망해 퇴사했다”며 “경영진은 4월 사직하려던 간호사들에게 ‘월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회유했지만 결국 한 달 만에 문제가 발생한 셈”이라고 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이번 임금삭감은 신축공사 문제도 한몫 했다고 봤다. 4월 직원들이 반대하던 110억 규모의 신관 공사는 현재 압류 문제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현장에 있던 환자들 “병원 옮기세요” 권유

      이번 파업으로 환자들에게도 피해가 전해지고 있다. 파업 당일만 해도 병원 관계자는 “인력 사정으로 병동 일부를 축소운영하고 있지만 분만실·신생아실·신생아 집중치료실·수술실 등은 100% 가동된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현재 이 병원은 병동환자 대부분을 전원(바꾸거나 이동)시킨 상황이다. 파업 현장에 있던 환자들도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라”고 조언한다. 의료진들도 이달 2일부터 환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있다. 파업으로 당장 분만이 어렵고, 응급수술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이후 병동입원이 불가능하다는 게 요지다.

      서울 압구정 소재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최근 제일병원 파업으로 전원한 환자가 몇 분 있다”며 “파업 직전 의료진이 직접 산모를 받아줄 수 있느냐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조기진통 등 급한 환자였는데, 의료진도 지금 상황에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파업 첫날 출산한 산모 B모 씨는 맘카페에 글을 올리며 ‘의지와 관계없이 조기 퇴원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파업 당일 오전에 출산한 그는 의사로부터 ‘죄송하지만 내일 아침 퇴원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B씨는 “가족들은 난산으로 힘든 상황에서 당장 퇴원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지만, 몸이 좋지 않으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주겠다는 말만 했다”며 “친정 근처 병원에 연락했지만 병원에서 거절해 난감했다”고 말했다.

      결국 병원 측은 B씨에게 임시병동을 마련했으니 아침까지 회복실에 있다가 예비병동으로 옮길 것을 권했다. 그러나 그는 다음날 오전에 퇴원해야 했다. 부인암 환자, 출산 직후 산모들이 들어와야 하니 어쩔 수 없다는 게 병원측 입장이었다.

      ◆환자, 병원 ‘급한 불끄기 식 태도’에 불만 고조

      B씨에 따르면 당시 병동은 화가 난 보호자들로 가득 차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였다. 환자 보호자들은 당장 전원해야 하는데 병원에서 자리가 없다고 거부당했거나, 전원했는데 병실이 없어 예산에도 없던 1인실을 쓰게 됐다고 항변하고 있다. 갑자기 퇴원하라는 말에 중요한 미팅에 참석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한다.

      외래에서 난임치료 받는 부부들도 전원을 고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맘카페에는 난임시술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냉동 난자·정자 등을 이전하는 방법을 묻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환자들은 제일병원의 급한 불끄기 식 태도를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병원은 지난 4월 간호사 집단사직 사태에도 병원 운영에 차질이 없다며 환자를 안심시켰다. 이번에도 파업 당일까진 ‘문제없다’고 장담했으나 결국 일이 커져 부랴부랴 수습에 나서는 탓에 산모, 환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제일병원 간호사 약 70명이 퇴사했다. 노조 관계자는 임금정상화·경영진 퇴진이 이뤄지지 않으면 6월 말에도 직원 집단사직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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