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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거울’꺼내든 이적, 새로운 ‘라만차’를 향해 달리다

입력 : 2018-11-12 11:27:31 수정 : 2018-11-12 11: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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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스포츠월드 전경우 기자] “애매한 날씨의 일요일”, 이적이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에서 꺼낸 과거의 모습들을 끊임없이 반추하는 무대였다. 과거 콘서트의 레퍼토리와는 사뭇 다른, 초창기 이적의 모습을 다시 꺼내보고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적은 지난 10일과 11일 양일간 성남아트센터에서 전국투어 콘서트의 첫 번째 공연을 마쳤다. 회당 3000장의 티켓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순삭’ 됐다. 

 

오페라 극장, 고풍스러운 프로시니엄 스테이지는 푸른빛으로 가득찼다. 에메럴드빛 레이저빔에 갇힌 이적의 모습과 함께 공연의 막이 올랐고, 시퍼런 조명이 꺼지며 공연이 끝났다.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로 시작한 공연은 기타 2대, 베이스, 드럼, 키보드 2대, 4인조 코러스가 튼실하게 뒤를 받쳤다. ‘전국투어용 시한부 밴드’에는 지나온 인연과 스토리가 녹아 있었다. 메이트의 임헌일이 기타를 들었고, ‘브레멘’의 멤버이자 이적의 명곡 ‘만약에’를 작곡한 양시온이 건반을 두드렸다. 

 

시작과 함께 2곡씩을 부르고 곡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던 이적의 모습은 어딘가 어색했고 불안해 보였다. 팬들은 익숙했지만 낯설었다. 이적은 ‘걱정말아요’를 부르며 흐름을 확 바꿨다. 연주곡 ‘거울놀이’와 함께 조명은 붉은빛으로 변하고 무대 배경 그래픽도 ‘다면경’, 거울속 세상을 보여줬다. 다섯 곡을 태풍같이 쏟아낸 이적은 공연 전반부보다 안정을 찾은 모습으로 이번 공연 타이틀 ‘거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고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작곡한 강승원의 노래 ‘나는 지금’이 이어졌다. 일명 ‘마흔 즈음에’라는 노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나는 지금”이라는 가사가 불혹의 나이를 후벼 파는 이 곡은 지난 2014년 ‘강승원 1집 만들기 프로젝트’에 수록된 노래다. 

 

이적이 걸어온 길은 ‘거짓말’같은 성공기,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광폭 행보’였다. 1995년 김진표와 함께 ‘패닉’ 1집으로 데뷔한 이적은 김동률과 ‘카니발(1997)’을 냈고, 이문세에게 물려받은 MBC ‘별밤지기’를 시작으로 라디오 DJ 활동과 방송 음악 프로그램 진행도 꾸준히 했다. 정원영, 한상원, 강호정, 이상민, 정재일과 함께 6인조 펑크&로큰롤 밴드 긱스를 결성하고 2집까지 앨범을 냈으며 다양한 무대에서 팬들과 직접 교감했다.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2011)’, tvN ‘방송의 적(2013)’에서는 남다른 감성에서 나온 독특한 예능감을 보여줬다. 이후 최근 선보인 음악들 역시 뭐하나 버릴 것 없는 ‘수작’이었다.

 

‘엄친아’, ‘천재’라는 수식어가 모자랐던 남자, 아직도 도전해야 하는 ‘라만차의 풍차’가 남아 있었던 것일까?  

 

이날 이적은 담담한 독백으로 끊임없이 속내를 드러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책장 속 뒤에 있는 사람처럼, 뭔가 계속 말하고 싶어 했다. 이날 ‘달팽이’였고, ‘압구정 날라리’였던 초창기 시절로 회귀한 이적은 관객과 교감을 통해 예전의 자신을 돌아보며 다시 동력을 얻었다. 패닉과 긱스 활동 당시 노래들이 대거 등장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지막 곡은 패닉 4집의 타이틀곡 ‘로시난테’였다. 돈키호테가 떠나고 홀로 남은 늙은 노새 로시난테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늙고 병든 너와 단둘이”남은 이적, 하지만, ‘거울속 자아’와 함께 ‘라만차의 풍차’를 향해 내 달리겠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이제 와 너와 나 그만 멈춘다면 낭패”, “언제고 떨쳐 낼 수 없는 꿈이라면 쏟아지는 폭풍을 거슬러 달리자”라는 의미심장한 가사가 팬들의 가슴속 깊이 새겨졌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30대 문모씨는 “오빠,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라는 진심어린 팬심을 기자에게 꼭 전해달라 했다. 

 

성남콘서트로 포문을 연 이적은 부산(KBS부산홀), 광주(광주 문화예술회관), 대전(대전 우송예술회관), 대구(영남대 천마아트센터), 서울(코엑스 Hall D)로 이어진다. 이적은 올해 연말 전국 순회 공연을 모두 마친 직후 ‘흔적 Part2’로 새로운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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