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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2-20 10:46:48, 수정 2018-12-20 12:18:18

    [화씨벽:김용준 프로의 골프볼 이야기] 플레이 속도 어떻게 낼 것인가

    • #골프규칙에 관하여 <4편>

       

      둘러 말한다고 모르겠는가? 새 골프 규칙 곳곳에 담긴 뜻을. 플레이 속도를 높이려고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얼마나 애를 썼는지.

       

      양 협회의 바람이 가장 노골적으로 담긴 곳은 볼 찾는 시간이다. 새 규칙에서는 볼 찾는 시간이 3분으로 줄었다. 알다시피 옛 규칙은 5분이다. 이제 볼을 찾기 시작한 지 3분이 지나면 로스트볼이다. 한 벌타 먹고 아까 쳤던 자리에서 다시 쳐야 하니 점수로는 아웃 오브 바운드나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러니 찾기 쉽지 않을 것 같은 곳으로 볼이 날아갔다면 ‘프로비저널 볼(잠정구)’을 치고 볼 일이다.

       

      볼 찾는 시간이 확 줄어든 대신 볼을 찾다가 우연히 볼을 움직여도 벌타가 없다고 바꿨다. 옛 규칙은 벌타를 줬다. 서둘러 볼을 찾아야 하는 형편과 균형을 맞춘 것이다. 마음은 급한데 긴 풀을 조심해서 들춰야 한다면 거친 말이 절로 안 나오겠는가?

       

      샷 시간은 40초로 정했다. 그런데 이게 의무 사항이 아니라 권장 사항이다. 이해는 되지만 아쉽다. 엘리트 경기에서는 위원회가 의무 조항으로 바꿀 수 있는 근거가 있으니 두고 볼 일이다.

       

      스트로크 플레이에서는 플레이 순서를 따지지 않고 치도록 바꾼 것도 눈에 띈다. 준비했으면 쳐도 된다는 뜻이다. 대신 안전은 꼭 확인해야 한다.

       

      드롭 방법을 바꾼 것도 같은 뜻이다. 새 규칙 기준으로 무릎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아무래도 돌발 상황이 덜 일어난다. 옛 규칙은 어깨 높이였다. 그것도 팔을 주욱 편 채로. ‘팔을 폈느냐 말았느냐’로 시비가 붙기도 했다. 아주 옛날에는 어깨 너머로 드롭 했다고 한다. 늦게 골프를 시작한 나는 겪어 본 적 없는 규칙이다. 그때는 어땠을까? 드롭한 뒤 볼이 어디 간 줄 몰라 우왕좌왕 할 때도 있었을 터다. 그래서 어깨 높이로 고쳤다가 이번에 아예 무릎 높이로 낮췄다는 얘기다.

       

      새 규칙이 구제 구역(옛날 드롭존과 비슷한 개념)으로부터 두 클럽 이내를 벗어나면 따지지 말고 다시 드롭하도록 한 것도 마음에 든다. 옛 규칙은 드롭 할 때 처음 떨어진 자리에서 두 클럽 이상 굴러가면 다시 드롭 하도록 했다. 두 클럽 이상 굴러갔는지 애매하면 재 보느라 시간이 걸렸다. 허용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지레 짐작하고 볼을 집어 올린 선수 때문에 ‘벌타가 부과되는지 아닌지’를 놓고 경기위원이 판정하느라 시간을 잡아먹기도 했다. 이제는 명쾌하다.

       

      퍼팅 그린에서 깃대를 빼고 치든 꽂고 치든 상관 없게 바꾼 것도 플레이 속도를 높이자는 뜻이다. 스무 발짝쯤 떨어진 긴 퍼팅을 할 때면 어떤가? 홀도 잘 보이지 않는다. 홀 위치를 짚어주느라 시간을 낭비할 때가 있었다. 이젠 그냥 깃대 꽂은 채로 치면 된다. 옛 규칙 기준으로는 한 선수는 온 그린(그린에 올렸다는 뜻)하고 다른 선수는 아직 그린 밖인데 온 그린 한 볼보다 홀에 더 가까우면? 번거로웠다. 홀에서 더 먼 선수가 먼저 쳐야(새 규칙에서도 매치 플레이에서는 여전히 그렇지만)했기 때문이다. 온 그린한 선수는 깃대를 뽑고 플레이 했다. 그리고 나서 홀에 더 가깝지만 아직 프린지에 볼이 있는 선수가 깃대를 다시 꽂고 플레이 하는 경우도 많았다. 깃대를 뺐다가 다시 꽂았다가 또 다시 빼느라 시간 깨나 걸렸다. 무슨 짓이었는지? 개인 캐디가 있는 프로 경기 1부 투어 때라면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캐디 한 사람이 플레이어 네 명을 시중 드는 다른 경기에서는 어수선했다. 클럽 챙기랴 깃대 챙기랴 볼 닦아주랴! 아이고, 정신 없어라.

       

      예외적이긴 하지만 홀마다 최대 스코어를 정하고 경기하는 ‘맥시멈(최대) 스코어’ 경기 방식을 명문화 한 것도 같은 뜻이다. 이미 국내 친선 골프에서 더블 파(흔히 말하는 양파)까지만 세는 것이 관례다. 이제는 규칙에 그 근거가 생긴 셈이다.

       

      이렇게 규칙이 바뀐 덕에 경기 속도가 혁신적으로 높아질 수 있을까? 나는 조금 빨라질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혁신적으로 빨라지려면 역시 우리 골퍼의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경기는 사람이 하는 것 아닌가? 경기 속도를 높일 방법은 많다. 그 중에서도 ‘레디 골프(Ready Golf)’가 가장 효과적이다. 굳이 해석하면 ‘늘 준비하는 골프’다. 방법을 늘어놓으면 무엇 하랴! 몰라서가 아니라 실천하고 습관들이는 것이 문제인데. 플레이 속도를 높여서 경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보자. 그래야 골프가 더 재미있어진다. 재미가 있어야 골퍼가 더 늘 것 아닌가. 나도 반성한다.

       

      김용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경기위원 겸 엑스페론골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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