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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2-18 00:02:10, 수정 2019-02-18 00:02:09

    [이문원의 쇼비즈워치] '한일합작 걸그룹' 아이즈원의 성공으로 본 '프듀'의 비전

    • 한일합작 걸그룹 아이즈원의 일본데뷔 활동도 이제 마무리단계다. 그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아이즈원은 사실상 거의 모든 측면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K팝 걸그룹 일본데뷔싱글 역대 초동기록 경신, 데뷔 즉시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프로그램 ‘뮤직스테이션’ 입성, 그밖에 수많은 방송게스트 출연과 논노, ViVi, CanCam 등 정상급 여성지 게재, 일본 트위터 트렌드 1위 등극 등등 끝도 없다. 모두 현 시점 원톱 걸그룹 트와이스 정도나 누렸거나, 혹은 그마저도 경신한 결과다.

       

      그런데 이 같은 성과와 반향을 놓고 국내 아이돌 팬들 해석은 일목요연하다. 대부분 아이즈원 일본 측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의 노하우와 네트워크 덕택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사실 ‘그러려고’ 합작씩이나 한 거겠지만, 살펴볼수록 뭔가 그와는 다른 모양새다. 몇몇 지역방송이나 FNS가요제 출연 정도를 제외하고 보면, 오히려 아키모토 영향권에서 벗어난 듯한 상황들이 워낙 많다.

       

      일단 지난 6일 발표된 일본 오리콘 차트 2월 3주차 위클리 결과가 있다. 아이즈원 첫 일본싱글 ‘좋아한다고 말하게 하고 싶어’는 22만1640장을 팔아 2위에 랭크됐다. 기존 K팝 걸그룹 일본 데뷔싱글 초동기록인 트와이스 ‘원 모어 타임’의 20만751장을 넘어섰다. 이게 과연 국내 아이돌 팬들 지적처럼, 아키모토 야스시의 48그룹 팬덤 지지가 아이즈원으로 옮아간 결과였을까? 그렇다고 보긴 무척 힘들다.

       

      15차까지 접수된 하이터치회 현황만 봐도 그렇다. 그 판매 상황부터 참가자 성비까지 모든 측면에서 48그룹 팬덤이 아이즈원으로 환승(?)했단 판단은 나오기 힘들다. 잘 해봤자 일본그룹 시절부터 인기멤버였던 미야와키 사쿠라와 야부키 나코 개인 팬덤 ‘일부’만 아이즈원 쪽으로 흘러든 형태다. 아닌 게 아니라 5ch 등 48그룹 팬덤 집결지들에서 역시 아이즈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적다.

       

      나아가 일본데뷔 쇼콘서트, 시부야109 콜래버레이션 행사 등을 살펴봐도 모두 70~80% 이상 여성팬들이 자리를 차지했단 후문이다. 기존 K팝 팬덤 성비구성과 유사하다. 결국 중장년 남성층 비중이 압도적인 48팬덤에서 움직이고 있단 인상은 어디서도 보이질 않는단 얘기다. 기존 K팝 팬덤이 일제히 반응해 나온 결과란 해석이 가장 자연스럽다.

       

      다른 측면들도 대개 마찬가지다. 미디어노출 방점을 찍은 TV아사히 ‘뮤직스테이션’ 출연 역시 아키모토 야스시가 ‘쥐고 흔들’ 차원이라 보기 힘들다. 그의 48그룹 마저도 본점 AKB48 제외 여타 지점그룹들은 점점 출연기회가 줄고 있다. 적어도 데뷔 즉시 출연이란 이례적 상황을 만들어내기란 정말 어렵다. 각종 여성지 섭외도 다를 바 없다. 소비층 면에서 1020 여성층과 거리가 먼 48그룹들과는 애초 연관 자체가 희미했다.

       

      이런 식이라면 상황은 더욱 미스터리어스 해진다. 아이즈원의 ‘데뷔 즉시’ 현상적 인기와 반향 원인이 아키모토 야스시 역량이 아니라면 대체 그 발화점은 뭐냐는 말이다. 답은 단순하게 나온다. 아이즈원을 배출한 M.net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이다.

      ‘프로듀스 48’은 지난해 6월15일부터 8월31일까지 M.net에서 방영됐고, 동시에 일본서도 320만 가입가구 수를 보유한 위성방송 스카이퍼펙트TV를 통해 리얼타임으로 중계됐다. 미디어 기반 문제로 일본 열기가 제대로 전해지진 않았지만, 상황을 가늠할 만한 지표들은 몇 있다. 일단 스카이퍼펙트TV 프로그램들 중 주간시청률 톱3 내 늘 들었다. 일본 TV정보지 더텔레비전이 발표하는 시청열 지수에서도 모든 회차가 버라이어티 부문 10위권 내 들어갔다. 1위도 종종 했다. 야후재팬 등 일본 포털사이트나 트위터 등 SNS 상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매 회차 종영 직후 출연 연습생들이 인기검색 키워드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한편 2018년 한 해가 마무리되면서 나온 지표도 있다. 일본 리서치마케팅회사 AMF에서 발표하는 ‘여중고생 유행어대상’ 2018년 결과다. 실제 여중고생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직접 꾸려 일본 10대 트렌드에 접근하는 리서치다. 여기서도 ‘프로듀스 48’은 물건 부문 4위로 선정됐다. 그러면서 2019년 유행할 아이템으로도 그 배출 팀 아이즈원이 꼽혔다.

       

      ‘프로듀스 48’은 사실 일본서 현상적 인기를 끈 프로그램이었단 얘기다. 어떤 의미에선 한국에서의 열기 이상이었다고 보는 게 맞다. 그것도 정확히 K팝 인기기반인 1020 여성층으로부터 어마어마한 반향을 일으켰다. 거기서부터 얻어진 인지도와 인기가 고작 데뷔 3개월 된 아이즈원에 열광적 지지를 낳았단 순서다. 한국서 ‘프로듀스 101’ 시즌1, 2, 그리고 48까지 보여준 현상과 정확히 같은 궤를 그린다.

       

      한편, 일본미디어계 관심도 대단했다. 이에 대해선 딱히 지표랄 게 존재하기 힘들지만, 아이즈원 멤버 미야와키 사쿠라가 자신이 진행하는 일본라디오프로그램에서 밝힌 내용이 있다. “일본방송 관계자들 정말 많이 (프로듀스 48) 보고 있었고, ‘뮤직스테이션’ 공동 진행하던 히로나카 아야카 아나운서도 보고 있어, ‘프로듀스 48’ 촬영 도중 일본그룹으로 ‘뮤직스테이션’ 출연했을 때 백 스테이지에서 “프듀 응원한다”는 격려를 들었다”는 것.

       

      이처럼 열렬한 일본 관심 이유는 여러 가지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한국처럼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홍수 상황이 아니란 점이 있다. 아니, 실제로 거의 없다. 일단 각 기획사 간 서로 폐쇄적인 분위기로 일관하고 있어 그런 식 프로젝트가 성립되기 어렵다. 방송사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아이돌그룹을 뽑거나 동일기획사 소속 연구생들 내에서 팀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규모와 퀄리티가 크게 떨어진다. 거기다 매우 드물게 등장한다.

       

      한편 48그룹과의 합작이 방아쇠가 된 부분도 있다. 애초 일본 1020 여성층은 48그룹에 대해 잘 모른다. 언젠가 부턴 중장년 남성층 전용그룹이란 인상이 생겨 더더욱 거리가 생겼다. 그러다보니 일단 여성잡지들로부터 거리가 멀어졌고, 1020 트렌드에 민감한 TV 등 주류미디어 역시 형식적 배려로만 일관할 뿐 그 이상 관심은 기울이지 않게 됐다.

       

      그래도 일단 모두가 이름은 알고 있는 국민 걸그룹이다. 각종 토털세일즈 지표에선 여전히 최상급이다. 그렇게 ‘거리는 멀지만 호기심은 있던 상황’에서, 1020 여성층 중심 문화인 K팝과의 합작기획 ‘프로듀스 48’이 등장한 것이다. K팝 팬들이건 미디어 차원이건 관심도는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 역경의 드라마를 12주 동안 함께 하면서 배출 팀 아이즈원에 대한 애착 역시 단순히 일본인 멤버가 가입돼있단 친근감 이상으로 작동됐단 순서다.

       

      어찌됐건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아이즈원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현상적인 스타트를 끊게 됐다. 절대적으로 ‘프로듀스 48’ 기반이었다고 보는 게 맞다. 방아쇠 정도가 아니라 현 시점으로선 알파이자 오메가 급 원인점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부턴 조금 다른 논의가 필요하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향후 어딜 향해 나아가야 하느냐는 부분이다.

      ‘프로듀스 101’은 현 시점 아시아 전반에 걸쳐 충분히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이다. 중국선 ‘정품’과 ‘짝퉁’ 프로그램이 함께 등장하기까지 했고,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반향이 커져갔다. 그리고 이제 K팝 전체 해외수익 60% 이상이 쏠려있는 일본에서 역시 제대로 반응이 왔다. 결국 ‘프로듀스 101’ 미래는 ‘프로듀스 48’ 연장선상이자 그 확대선상, 즉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아이돌 서바이벌로서 가장 유효할 수 있단 것이다.

       

      어찌됐건 현 시점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한국에 너무 많다. 그만큼 서로 차별성도 떨어져가고, 시청률 등 상업적 지표도 급격한 하락세다. ‘프로듀스 48’ 역시 국내 방영 당시 전작들에 비해 떨어지는 시청률로 숱한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이게 다 48그룹 때문’이란 힐난들이 쏟아졌지만, 실제 방송계 의견은 달랐다. 그나마 그 화제성 덕택에 그 정도로라도 방어했단 의견들이 많았다. 그만큼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콘셉트는 남발 속에 그 피로도가 극심해져가고 있었단 얘기다.

       

      지금이라면 ‘프로듀스 101’ 측도 다른 발상을 해봐야 할 때다. ‘프로듀스 48’로 일단 실험은 끝낸 콘셉트, ‘글로벌 오디션’ 발상 말이다. 단순히 K팝에 경도된 해외 아마추어들을 모은단 차원이 아니라, 각 나라 간 서로 다른 아이돌산업 분위기가 충돌하며 벌어지는 갈등, 그리고 협력의 드라마가 그나마 출구가 된다. 국내도 차별성으로 일정부분 방어가 가능하고, 해외에선 훨씬 큰 수익시장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미 ‘프로듀스 48’로 성공사례가 발생한 일본방송계만 해도 그렇다. 그 ‘속편’은 수익적으로 훨씬 좋은 입지에서 시작할 수 있다.

       

      한편, 그 배출 팀 해외진출 효과에 있어선 더 긍정적이다. 특히 걸그룹 입장에서 그렇다. 비단 일본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건 K팝 주 수요층은 여성층이다. 여기서 보이그룹은 특유의 유사연애감각으로 충성도 높은 해외 팬층을 확보할 수 있지만, 걸그룹은 다르다. 동성의 단순 동경심리 정도론 ‘공짜미디어’를 통한 소비만 발생하지 ‘돈’이 드는 소비는 아끼려는 분위기가 나오기 쉽다. 아닌 게 아니라 팬덤 남녀성비가 기적적으로 균등한 트와이스 제외하곤 현 시점 모든 K팝 걸그룹이 겪는 해외진출 딜레마다.

       

      여기서 역할해줄 수 있는 게 바로 ‘프로듀스 101’ 같은 화려한 이벤트성 방송이다. 좀처럼 해외문물에 쉽게 다가서지 않으려는 남성층을 확보해 걸그룹 역시 유사연애산업으로서 작동을 꾀하려면 그만한 이벤트성 방송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방송 자체로 재미를 주기에 보고, 그렇게 보다보면 스며든다.

      얼마 전 발표된 2018년 일본 오리콘 연간 아티스트 토털세일즈 100 차트는 짐짓 주목할 만한 K팝 현실을 알려준다. 100위권 내 K팝 아이돌은 모두 13팀. K팝 일본 입지 최전성기였던 2011~13년 수준으로 회복된 모양새다. 그런데 저 13팀 중 걸그룹은 여전히 단 한 팀, 트와이스뿐이다. 말만 ‘대중성의 걸그룹’이지 그 인기를 실제 수익 차원으로 옮겨놓기란 그렇게나 힘든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건, 내년 초가 되면 저 차트에서 100위권 내 들어갈 K팝 걸그룹은 트와이스 외 최소 한 팀 더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아이즈원의 한일양국 성공적 데뷔가 제시해주는 비전이 참 많다. 그리고 이 같은 비전은 곧 요구가 돼서 돌아올 것이다. 그때 어떤 선택을 할지가, 이 광포한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프로듀스 101’이 과연 어떤 역할을 차지하는 프로그램으로 서게 될 지를 좌우할 것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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