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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B다이어리] 롯데, '참사' 속 '실리' 챙겼지만… 가치와 열정 잃었다

입력 : 2019-04-08 16:37:25 수정 : 2019-04-09 10: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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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김태균, 김태균, 김태균!”

 

“지성준, 지성준, 지성준!”

 

한화팬의 연호가 아니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울려 퍼진 롯데팬의 목소리였다. 이들은 왜 상대팀 선수를 응원했을까. 프로야구 롯데가 절대 잊어선 안 될 ‘4월7일의 참사’이다.

 

롯데는 지난 7일 사직 한화전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1-0으로 앞선 3회에만 무려 16실점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3회 선두 타자로 나선 한화 포수 지성준은 3회에만 3타석에 들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했고, 한화는 타자 이순(二巡)하며 KBO 역대 한 이닝 최다득점, 타점(이상 16점), 안타(13개) 신기록을 세웠다.

 

롯데는 이날 팬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 대패했기 때문은 아니다. 신기록을 유발한 것도 이유는 아니다. 야구는 언제 어디서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어떤 기록이든 깨지기 마련이다. 한 이닝 16점 기록이 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것보다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부분은 바로 롯데의 ‘포기’였다.

 

사실 ‘포기’는 현상을 나타내는 단어이기 때문에 실체는 없다. 다만 그렇게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며, 이를 확실하게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롯데는 이날 이러한 경계조차 없었다. 우선 양상문 감독의 투수 운용이 이를 증명한다. 이날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장시환은 2회까지 잘 틀어막다가 3회 무너졌다. 무사 만루에서 정근우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뒤 정은원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아 고개를 숙였다. 3회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윤길현에게 마운드를 내줬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윤길현의 구위는 불붙은 한화 타자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변화구는 밋밋했고, 직구 역시 볼 끝이 죽어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양상문 롯데 감독은 윤길현으로 밀고 나갔다. 결과는 대참사였다. 윤길현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무려 1홈런 9피안타 1볼넷을 허용하며 10실점(2자책)을 허용했다.

 

물론 중간 과정에 수비 실책이 겹치긴 했지만,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홈런 포함 10개의 안타를 맞으면 교체해주는 것이 맞다. 윤길현의 표정에서도 ‘더는 실점 없이 틀어막겠다’는 어떠한 의지나 오기도 없었다. 수비진도 마찬가지다. 16실점을 하면서 어떤 선수도 분통을 터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파이팅으로 외친 것도 아니다.

물론 페넌트레이스는 장기전이다. 다음을 고려한 투수 운용을 해야 한다. 0-1로 패하나 1-16으로 패하나, 4-23으로 패하나 다 같은 1패일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결과만 중시한다면 팬들은 야구장을 찾을 이유가 없다. 1-16으로 패하더라도 그 안에서 투지 넘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10실점을 허용한 투수가 이를 악물고 던지는 장면을 원한다. 그리고 그 투수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끝까지 해보자’라고 토닥이는 동료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안타를 맞아도 끝까지 쫓아가서 진루를 막기 위해 몸을 던지는 모습에 팬은 입장권을 구매하고, 비를 맞으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롯데는 그런 팬을 외면했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한화와의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쳤다. 1-16으로 대패했지만, 투수는 단 3명만 올렸다. 결과적으로 실보다 득이 컸던 홈 3연전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로 롯데는 팬과 미래 가치, 열정을 잃었다. 이날 상대팀 타자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의 마음은 어땠을까. 

 

불과 5개월 전, 양상문 감독의 롯데 감독 취임사가 스쳐 지나간다. "단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말자."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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