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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시선] 미장센의 대가…봉준호-안판석, 홀릴 수밖에 없는 이유

입력 : 2019-07-30 10:34:27 수정 : 2019-07-30 10: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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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김재원 기자] 저지대 마을에서도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기택(송강호)네 집. 평상시 취객들의 노상 방뇨는 물론이거니와 비가 많이 온 날엔 침수되는 모습을 그려냈다. 또한 별다른 소득원이 없어서 다른 집 와이파이 몰래 사용하는 모습을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은 현실적이면서도 위트 있게 그려냈다. 해당 작품은 제72회 칸 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 종려상 수상에 이어 국내 흥행에서도 1000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넘기며 인정을 받았다.  

 

다른 남자의 프러포즈를 거절했던 이정인(한지민)이 유지호(정해인)에게 가던 중 자신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전화를 하고, 이에 유지호는 “건너오지 말아요. 내가 갈게”라며 이정인에게 다가가 끌어안았다. 그동안 어느 한쪽이 선뜻 다가가기 어려웠던 갈등이 한순간에 풀리는 드라마 ‘봄밤’(안판석 감독)의 장면이었다. 시청률에서도 최고 9.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안방극장에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화면에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을 미장센(Mise-en-Scène)이라고 한다. 연출가가 총책임을 져야 하는 주 임무로, 제아무리 뛰어난 필력의 글이 있더라도 어떻게 꿰냐에 따라 작품의 운명이 달라진다. 연출력의 대가로 봉준호와 안판석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봉 감독은 ‘기생충’의 기택네 집에 대해 “처음엔 방뇨하려는 남자에 대해 물을 뿌리면서 쫓아낸다. 그게 결국에는 비로 바뀌고 홍수가 된다. 수직적 계열, 공간적 계열을 나타낸 것이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영화 자체의 설계와 잘 맞다. 그리고 기택은 부잣집에서 빠져나와서 빗속 로드 무비가 된다. 그때 보면 인물들이 하강의 흐름이고 시퀀스에서 사람과 물이 내려간다. 다시 역류하지 못한다는 것이 슬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감독은 연출 철학은 심플함에 기본을 둔다. “이야기를 지어내고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전작에 비해) 무언가 다르게 보이도록 계산하지는 않았다. 스토리 본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두 감독은 ‘계산적인’ 연출가로도 유명하다. 최근 촬영 현장에는 표준근로계약서가 뿌리내리면서 선진적인 촬영 현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로, 이들의 현장에서는 매끄러운 지휘로 인해 불만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봉 감독은 현장 연출에 대해 “욕심껏 계획을 잘하면 된다”며 “짜여진 틀 안에서도 다 할 수 있다고 본다. 저나 ‘기생충’ 작품이 그러한 것에 공헌을 했다는 자체가 쑥스럽다. 영화 산업 노조랑 정부 기관들이 만들어나간 것이고 그 흐름 속에 평범하게 따라간 것뿐이다. 최소 메이저 영화 현장에서는 스태프들이 열악한 상태로 착취당하는 것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안 감독 역시 “저도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밤새우면서 촬영을 하고 다음 날 또 일하면 정말 힘들다. 처음 방송국에 입사했을 때 이러한 밤샘 촬영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조연출 시절엔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지만 입봉 뒤에는 제작 환경 변화를 위해서 노력해왔다. 스태프들에게 내가 그것들을 지키지 못할 때는 지적하라고도 요청한다”고 밝혔다.

 

탁월한 연출력은 치밀한 계획과 결정력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두 연출가에게 거장이라는 수식어는 전혀 아깝지 않은 이유다.

 jkim@sportsworldi.com

 사진=봉준호 감독(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안판석 감독(스포츠월드DB,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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