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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11-11 10:09:00, 수정 2019-11-11 19:17:55

    [SW와이드인터뷰] 두 번째 출발선에서…손연재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요”

    • 손연재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새로운 시작이란, 두렵지만 또 설레는 것 같아요.”

       

      마치 한 마리의 백조를 보는 듯했다. 사뿐사뿐 우아한 움직임에서부터 도도한 표정까지. 무대 위에서의 그녀는 언제나 반짝반짝 빛났다. 손짓 하나하나에 수많은 시선이 쏠렸고, 눈빛 하나하나에 박수가 쏟아졌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저절로 이뤄지는 일은 없다. 물밑에서 쉴 새 없이 물갈퀴를 움직이고 있는 백조처럼, 매 순간 자신의 한계와 싸워 이겼기에 가능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정상에 선 미소는 더욱 아름다웠다. 영원한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5)다.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롭게 쓴 주인공이다. 아무도 걷지 못한 길을 걸었다. 높디높은 세계의 벽을 뚫고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깊게 새겼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국내 최초로 개인 종합 동메달을 따냈고, 2년 뒤 열린 런던올림픽에선 한국 선수 최초로 결선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누렸다(개인종합 5위).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다. 마지막 올림픽이었던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개인종합 4위를 차지했다.

       

      손연재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손연재와 리듬체조는 여전히 한 몸이다. 따로 떼어놓기 어렵다. 선수생활은 마감했지만, 손연재의 머릿속에는 항상 리듬체조가 있었다. 손연재는 “은퇴라는 두 글자가 어떻게 보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굉장히 무거운 단어다. 평생을 리듬체조만 하고 살았는데, 다른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 자체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면서 “은퇴 후 학교도 가고 여행도 다니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했다. 결국 하고 싶은 쪽은 리듬체조더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들을 하나씩 풀어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리프 챌린지컵’이 대표적이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리프 챌린지컵은 손연재가 직접 기획한 국제대회로서, 일찌감치 유명 주니어 국제대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손연재는 “예전부터 대회를 하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대회를 치르면서 배우는 것들이 참 많다. 우리나라에도 선수들이 나가고 싶은 대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고, 은퇴한 뒤 이러한 생각을 구체화시켰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손연재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특히 이번 대회에선 ‘갈라쇼’까지 선보여 더욱 화제가 됐다. 은퇴하고 3년 만에 선 무대였다. 손연재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실수 없이 해낸 것 같아 다행이다”고 활짝 웃었다. 손연재의 연기를 그리워했던 이들에겐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손연재는 “팬 분들뿐 아니라, 과거 함께 했던 관계자분들도 기뻐해주시더라. 많은 분들이 선수 손연재의 모습은 이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하셨을 텐데, 잠깐이나마 그 부분을 충족시켜드린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전했다.

       

      끝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용산구에 ‘리프스튜디오’도 열었다. 리듬체조 대중화와 꿈나무 육성을 위한 발걸음이다. 손연재는 “리듬체조의 ‘우연’을 더 늘리고 싶었다. 나 역시 다섯 살 때 동네에 학원이 있어서 우연히 리듬체조를 시작했고,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런 만남을 늘려야 전체적인 선수 인프라가 많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알아야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지만 리듬체조 발전을 위해 과감히 도전했다.

       

      손연재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긴 시간이 걸리는 프로젝트다. 당장 올림픽 선수를 키워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손연재는 “한 번이라도 리듬체조를 경험해본 분들이 그래도 애정이 있지 않을까. 리프스튜디오에서 리듬체조를 배우는 아이들 중 눈에 띄는 몇 명은 이번 리프 챌린지컵에 데려가기도 했다. 이런 기억들이 쌓이고 쌓이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꼭 선수가 아니더라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리듬체조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리듬체조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손연재는 ‘반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손연재는 “리듬체조 선수들을 하는 동작들을 보면 참 아름답다.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다른 스포츠와 다르지 않다. 그걸 하기까지는 엄청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반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음악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몇 개 없는 스포츠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여리해 보이지만 당찬 손연재와 꼭 닮았다. 손연재는 소속사 없이 홀로서기 중이다.

       

      손연재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진심은 알아봐주시더라.” 아직 20대 초반의 손연재, 그녀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손연재는 “재밌고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  고리타분하게 체조인이 되겠다, 이런 말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꿋꿋하게 땀을 흘리고 있는 스포츠 선수들에게도 “여전히 비인기 종목들이 많지만, 자기가 좋아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날이 오리라 믿는다. 진심은 알아봐주시더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리프’는 영어(Leap)로 ‘도약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다리를 벌려 뛰는 리듬체조 동작의 이름이기도 하다. 리프 챌린지업부터 리프스튜디오까지. 어쩌면 리듬체조 인생 제 2막을 열어가는 손연재에게 어울리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2005년 11월 11일 첫 출항의 닻을 올린 지 14년 만에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로 새 단장하는 스포츠월드도 마찬가지. 손연재는 “창간 인터뷰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두렵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설레기도 하는 것 같다. 항상 응원하겠다”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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