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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12-01 13:00:00, 수정 2019-12-01 19:06:34

    [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밴드왜건 효과로 본 ‘음원 사재기’ 논란

    • 일주일 내내 ‘음원 사재기’가 대중문화계 최대 이슈다. 이른바 ‘박경 사태’로 재점화된 고질적 논란이다. 갈등 골자는 이미 지겹도록 반복됐기에 조금만 관심 있어도 다들 알 법하다. 지난 2년여 간 지속돼온 ‘무명 발라드 가수’들의 최대음원사이트 멜론 집권을 실질적 음원 사재기 덕이라 의심하는 입장과, 바이럴 마케팅 등 그저 ‘노하우’에 의해 이뤄진 결과일 뿐이란 업체 쪽 입장.

       

      물론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를 수도 있다. 박경이 트위터를 통해 실명 저격한 ‘사재기 의혹’ 가수들이 박경을 상대로 실제 고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성시경, 이승환, 김간지 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이 듣고 겪은 음원 사재기 실태에 대해 직접 토로하고 나섰다. 갈등이 점점 첨예해지고 있다. 어쩌면 올 초 문화체육관광부 조사가 흐지부지됐던 사례와는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왜 ‘한국서만 유독’ 음원 사재기 문제가 이토록 크게 불거지느냐는 점이다. 세계최대 대중음악산업이 작동하고 있는 미국만 봐도 ‘번들’ 판매나 유튜브 프로모션 정도만 논란이 되지 음원 사재기 차원까진 잘 안 간다. 다른 대중문화강국들도 대개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한국만’ 이러느냐는 의문이다.

       

      차이의 원인은 사실 간명하다. ‘차트’의 문제다. 정확히는 서로 차트를 어떻게 바라보며, 또 차트가 시장 내에서 어떤 식으로 작동하느냐 차원에서 이 같은 차이가 불거진다.

       

      이번 사태를 통해서도 이미 여러 평론가들이나 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얘기돼왔다. 한국선 차트가 현상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차트가 아예 현상을 ‘만든다’는 것. 인기가 있어 차트에 오르는 게 아니라 차트에 오르니 인기가 생기는 현상이 뚜렷하단 얘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의외로 후자 쪽이다. ‘차트’에 올라야 ‘인기’가 생기는 현상이 다른 대중문화강국들에 비해 훨씬 심하다. 밴드웨건 현상이 쉽게 일어나는 문화 분위기란 얘기다. 남들은 무엇을 즐기며 무엇을 선택하고 있나, 이른바 ‘유행’에 극히 민감하다.

       

      당장 멜론 차트만 해도 그렇다. 상당수 라이트 대중은 그저 단순히, ‘유행’만을 알고 싶어 한다. 특별히 취향을 좇는 것도 아니며, 하나하나 정보를 알아보고 선택하는 일도 상당부분 꺼린다. ‘남들 듣는 음악’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다보니 멜론 100위 권 내 차트인한 음악을 통째로 플레이리스트에 넣는 일이 많고, 같은 상황은 각종 매장 등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이에 ‘멜론 차트 100위와 101위 수익 차는 20배도 넘게 난다’는 풍문까지 돌 정도다.

       

      이러니 무조건 100위 안에 넣기 위해 갖은 방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팬덤 파워로 수익을 내는 아이돌이 아닌 이상은 더더욱 그렇다. 일단 100위 안에 넣으면 지속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고, 상위로 랭크시킬수록 더 안전해진다. 각자 다를 취향 따윈 큰 문제가 안 된다. 소비자들 스스로가 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유행’을 알고 싶고 ‘유행’을 따르고 싶은 것뿐이다.

       

      당연히 이 같은 분위기는 비단 대중음악시장에서만 펼쳐지는 게 아니다. 대표적으로 영화시장에서도 똑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전체인구의 1/5, 1/4이 보는 ‘1000만 영화’가 1년에도 한두 편씩 꼭 등장하는 분위기는 사실상 세계에서 유일하다. 거기다 올해는 저 ‘1000만 영화’가 벌써 4편 나왔고, 곧 ‘겨울왕국 2’로 5편이 된다. 자연스럽게 쏠림 현상도 극심하다. 스크린 독과점 배급 탓이란 비판도 있는데, 엄밀히 독과점 배급 이전부터도 수없이 확인돼온 현상이 맞다. 옳고 그름을 떠나 배급 전략은 그저 ‘현실’에 적응한 형태라 봐야 한다. ‘남들’이 보니까 보고 ‘유행’이니까 다들 몰려가서 봐 수없이 쏠림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고질적인 밴드웨건 심리가 음원 사재기 같은 ‘반칙’을 낳았다면, 그런 반칙들은 다른 대중문화 장르들에서도 충분히 반복될 수 있단 얘기다. 아니, 이미 반복되는 현장들도 여럿 목격된다. ‘1000만 영화’를 만들기 위해 극장개봉 후반에 초대권을 남발하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1000만 영화’가 되면 그 자체로 홍보효과가 높아져 향후 VOD 판매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계에서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려놓기 위한 갖가지 반칙들도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회자돼온 지 오래다.

       

      결국 한국대중문화시장 특유의 분위기가 낳은 병폐들이란 얘기다. 당장 올 겨울에도 길거리 롱패딩 부대, 플리스 부대 등으로 절절하게 다가올 분위기다. ‘같은 유행’을 좇기 위해 다들 안간힘이란 것. 여타 대중문화강국들은 아무리 봐도 ‘이 정도’까진 아니다. 그러니 절망적인 부분도 사실상 여기서 부터가 된다. 이 같은 밴드웨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는 한 음원 사재기 같은 반칙 시도들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이어지리란 예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각종 반칙들에 대한 감시가 더없이 중요한 환경이다.

       

      끝으로, 한국 음원차트는 어차피 아이돌 팬덤 ‘스밍 총공’ 등으로 오염될 대로 된 상태인데 음원 사재기가 새삼 뭐가 문제냐는 반론도 여전히 존재하는 듯하다. 전혀 다른 얘기다.

       

      한국은 집단주의 문화권 특유의 분위기답게 영화흥행 수치조차 ‘관객 숫자’로 발표하는 게 관례인데, 사실 이것도 한국만 그렇다. 다른 대중문화강국들은 모두 ‘수익’ 기준으로 발표한다. 애초 각종 차트가 추구하는 기준점도 바로 거기다. 실제 ‘수익’의 문제다. 어느 정도 수익이 발생해 업계 전체가 얼마나 살찌워졌는지 확인하는 게 차트 존재가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스밍 총공’이건 ‘다량 음반구매’건 그래서 ‘수익’을 가늠하려는 각종 차트 본질 차원에서 큰 문제가 안 되는 얘기다.

       

      그런데 사재기는 다르다. 공짜 초대권도 다르다. 책을 스스로 사들인 뒤 도장 찍힌 한쪽 면을 그라인더로 갈아내 재납품해오던 옛 출판계 악습도 같은 차원에서 다르다. 그건 ‘수익’이 아니라 엄밀히 변질적 홍보비용에 가깝기 때문이다. 소위 ‘반칙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식이다. 거기다 음원 사재기는 업계 ‘반칙비용’이 공중으로 소모되는 것조차 아니다. 그를 뽑아내는 ‘중간업자’가 따로 존재해 파이를 불려나가는 식이다. 업계 이익을 갉아먹는 업계 바깥 중간업자가 발생한단 얘기다. 그래서 다들 민감해 하는 것이다.

       

      결국 해외는 차트를 ‘남들은 무엇을 즐기나’ 알아보는 척도로서 보고자 하는 한국 분위기와는 다르다는 데서 여러 차이가 발생하고, 해외엔 잘 없는 병폐들도 나온다고 봐야 한다. 차트는 절대적으로 ‘수익’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리고 음악이건 영화건 문학이건, 그냥 자기가 원하는 건 알아서 찾는 정도 노력이 필수다. 그런데 한국선 그게 잘 안 된다. 내가 원하는 건 곧 남들이 원하는 것일 때가 많다. 거기서 모든 반칙들도 나온다.

       

      조건과 환경이 이토록 다르니 그만큼 투명한 시장을 만드는 일도 당연히 곱절로 어렵다. 그러나 투명하지 않은 시장은 ‘그 어떤 차원에서건’ 절대 살찌워지지 않는다. 부패를 먹고 사는 중간업자들만 살찌워줄 뿐이다. 시장참여자 다수가 합의해 비용을 들여서라도 상시적이고 체계화된 감시기구를 만들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업계의 단합된 의지가 필요하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KQ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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