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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인턴’ 박해진 “겉보단 속을 채워야…나이 들수록 느껴요” [스타★톡톡]

입력 : 2020-07-06 19:10:00 수정 : 2020-07-06 19: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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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라떼(나 때)는 말이야∼”. ‘꼰대’들이 흔히 쓴다는 이 문장이 불쑥불쑥 나오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막상 내뱉기는 쉽지 않다. 배우 박해진은 “나 때는∼”이라고 말하려다가도 한숨을 쉬고 돌아선다며 멋쩍게 웃었다. 시대가 바뀌었고, 변화에 적응하는 게 옳다는 판단에서다. 조언하기보다는 공감해주고 힘을 북돋워 주는 것이 요즘 그의 화법이다. 

 

한류 스타로 자리매김한 박해진에게도 ‘인턴’ 같던 시절이 있었다. 2006년 그의 데뷔작 ‘소문난 칠공주’가 그랬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져놓고 만족스럽게 해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매일 그를 괴롭혔다. 방송만 10개월, 촬영 기간은 1년이 넘는 주말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매일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지금보다 많았어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고, 노력하고 싶었죠. 그런데 첫 작품이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바로 일일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2008∼2010)을 선택했어요.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가기보다는 많은 배우와 호흡을 길게 가져가고 싶어서죠. 조금 더 연기에 대해 알아가고, 세 번째 작품 ‘에덴의 동쪽’(2008∼2009)을 하면서 스스로 많이 성장했어요. 죽겠다 싶을만큼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유독 힘들었던 ‘에덴의 동쪽’. 그중에서도 신명훈(박해진)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상황, 감정을 표현해내는 것이 힘겨웠다고 밝혔다. 가끔 그 장면을 보면 힘들었던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며 멋쩍게 웃었다. 자칫 ‘소문난 칠공주’가 방송된다면 급히 채널을 돌리는 그다.

지난 1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은 최악의 꼰대부장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의 통쾌한 갑을 체인지 복수극을 그렸다. 가열찬(박해진)과 이만식(김응수)의 기막힌 서사가 두 사람의 뒷목 잡을 재회를 만들었다. 다만 ‘갑을 체인지 복수극’이라는 기획 의도로 출발해 다소 빠른 화해 스토리가 펼쳐졌다.

 

중반 이후 가열찬과 이만식의 티격태격한 케미스트리가 더 빛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박해진은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새로운 갈등이 생기기엔 (관계가) 너무 많이 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12부작으로 풀어내기엔 둘의 갈등을 제외하고도 해야 할 이야기가 많았다. “가열찬과 이만식의 복수극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단, 함께 일을 해내고 더 끈끈해진 모습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 같다”라고 짐작했다. 가열찬은 애초에 이만식을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평생 보고 싶지 않던’ 이만식을 우연히 만났으니, 준비도 부족했을 터. “잘 보이고 싶은 직원들 앞에서 대놓고 괴롭힐 수도 없었다. 가열찬이 할 수 있는 건 귀여운 복수 정도가 아닐까”라고 짚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부장’ 타이틀을 달았다. ‘최연소’라는 조건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낯선 호칭이지 않았을까. 그는 “아쉬운 마음은 없다.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오히려 30대 초반 ‘치즈인더트랩’ 속 대학생 유정을 연기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가열찬을 완주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선배 김응수의 몫이 컸다. 김응수와 마주할 때마다 이상하리만큼 “더 편했다”는 그다. 이만식 역에 김응수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출연 결정도 쉬워졌다. “대본을 먼저 읽었는데, 선배님 말고는 그 누구의 이름도 떠오르지 않았다”면서 “내가 감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그리고 김응수와 첫 만남 이후에 바로 ‘선택이 맞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정 제품에 관한 에피소드도 흥미로웠다. 마케팅팀을 배경으로 한 ‘꼰대인턴’에는 ‘제품’을 두고 크고 작은 사달이 벌어졌다. ‘요즘 세대’들이 즐겨 찾는 음료 주문조차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버블티, 샌드위치, 라면 등 제품군도 다양했다. PPL(간접광고)인듯했지만 아닌 제품이 더 많았다. ‘이렇게 해도 되나’하는 생각과 동시에 ‘이렇게 할 거면 더 뻔뻔해지자’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스프레소를 룽고로 뽑아서 베리 드라이 카푸치노에 휘핑 얹고 초코 드리즐과 시나몬 파우더 뿌린’ 메뉴, 각종 선택지를 나열한 샌드위치 주문도 그랬다. ‘개구리 알’, ‘도롱뇽 알’로 묘사한 밀크티 주문조차 어색해질 바엔 ‘대놓고 당당’하고자 했다. 그는 여전히 메뉴 이름을 줄줄 외웠다. 영어를 잘 못 한다는 그는 “‘맨투맨’에서 영어로 강의하는 신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실제처럼 대사를 뱉을까 고민 하다 보면 몸이 기억한다”면서 “그만큼 악착같이 외웠다”라고 말했다. 

“속으로는 ‘우리 때는 3∼4일씩 밤새고 그랬어’라고 이야기하죠. 우리 땐 집에도 못 갔으니까요. (웃음) 그치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꼰대 같을까 봐 못하겠어요. 그런 걸 보면 가열찬이랑 많이 닮았어요. 언제나 좋은 선배이고 싶고 좋은 사람이고 싶죠. 굳이 안 해도 되는 말은 안 하는 편이에요. 소심해요. (웃음)”

 

그의 말대로 시대가 바뀌었다. 하지만 애정어린 조언도 조심스러워진 ‘변화’가 안타깝진 않을까. 이와 관련해 박해진은 “내가 건넨 조언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면 그건 문제다. 적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라떼’를 듣고 자라온 세대로서 “생각해보면 다 잘되라고 해주신 말씀이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방식의 차이 아닐까요. 순화에서 말해주면 꼰대가 아닌 거고 직접 이야기하면 꼰대인 것 같기도 해요. 열어놓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말 한마디로, 어투 하나 가지고 팩트를 흐리면 안 되죠. 그럼 남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서로 지킬 건 지키면서 충고도 하고 소통하는 세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국내외를 오가며 한류의 선봉에 선 그가 ‘꼰대인턴’으로 코믹의 가능성까지 열었다. 첫 코믹 연기 도전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능청스러운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에 희로애락을 선사했다. 박해진과 코믹. 의심을 확신으로 만든 그의 열연은 이 시대 직장인들의 애환을 진솔하게 녹여냈다. 

 

“제 안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인물을 택해요. 새롭게 창조해야 하지만, 허무맹랑한 인물을 해낼 자신은 없거든요. 어느 정도 나 자신이 투영되고, 변화가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죠. 제가 읽어서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는 연기할 수 없어요. 자신도 설득할 수 없는데 어떻게 시청자를 이해시킬 수 있겠어요.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꼰대인턴’으로 기분 좋은 흥행 가도를 펼친 그는 바로 ‘크라임퍼즐’ 촬영 준비에 돌입한다. ‘크라임퍼즐’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경찰대학교의 주목받는 교수 한승민(박해진)이 연인의 아버지를 살해한 후 CCTV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범인이 자신임을 알리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다. 아버지를 죽였다는 연인의 자백을 믿을 수 없어 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프로파일러 유희와 한승민이 벌이는 10번의 취조를 그려나간다. 가열찬과는 180도 달라진 매력으로 안방극장을 찾을 박해진은 ‘범죄심리학자’라는 직업에 맞게 다이어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전엔 작품 사이의 짧은 공백기에도 무언가를 하려 부단히도 애썼다. 스스로 계획을 짜고, 수행해가면서 ‘생산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지금 돌아보면 그땐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싶다고. “지금은 내려놓고 있는 시기”라고 설명한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겉보단 속을 다스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겉을 채워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더라”라는 말을 했다. 비워내면 곧 채울 게 생기니까. ‘비움’의 가치를 찾아가고 있는 15년 차 배우 박해진. 비우면서 비로소 채워지는 그의 내면이 연기에도 오롯이 드러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마운틴무브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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