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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우리 산천 약재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입력 : 2020-11-24 18:05:22 수정 : 2020-11-24 18: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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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세상 천지를 떠돌아 다녔어요. 식재료 찾으려고.”

임지호 셰프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 ‘밥정’의 첫 대사다. ‘방랑식객’으로도 잘 알려진 임지호 셰프는 한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약초를 배우며 자랐다고 한다. 식물에 해박한 그의 지식 덕분에 우리나라 산천에 있는 평범한 들풀도 훌륭한 식재료가 된다. 그는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로 생명을 살리는 음식을 추구하는 요리사다.

영화 속에서 말하는 그의 요리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길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사람을 위한 음식이다. 영화 ‘밥정’은 임지호 셰프가 전국의 산과 바다를 다니며 길에서 만난 할머니들과 밥을 해 먹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장

단순하지만 마음 한 켠이 뜨끈해지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영화를 보며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하루는 임지호 셰프가 산골에서 만난 할머니와 밥을 해먹기 위해 동네를 다니다 돌담에 있는 이끼를 딴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는 “그거 못 먹는거야”라고 했지만 임지호 셰프는 “못 먹는 게 아니고 안먹어 보셨죠?”라고 말하며 묵묵히 돌에 낀 이끼를 바구니로 옮겼다.

이끼로 뚝딱 국을 만들어 대접하고, 할머니들도 생전 처음 본 들풀을 뜯어 만든 나물요리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임지호 셰프의 모습에서 확실히 남다른 내공이 느껴졌다.

아마도 임지호 셰프가 약초, 약재를 바라보는 관점이 한의사인 필자와 유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서 일 것이다.

임지호 셰프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식재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자연에서 만난 식재료의 효능도 척척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약초에 대한 지식은 물론 실제로 요리하고, 맛보았던 경험들이 상당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임지호 셰프 덕에 평범한 들풀이 훌륭한 식재료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나라 독립운동 역사에도 약재에 대한 풍부한 지식으로 혁혁한 공을 올린 이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한의사 신홍균(신흘) 선생의 이야기다. 지난 17일 순국선열의 날에 독립유공자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은 신홍균 선생은 독립군 3대 대첩 중 하나인 대전자령 전투에서 공을 세운 한의 군의관이다.

신홍균 선생은 대전자령 전투 당시 식량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작전 지역 인근의 버섯을 군량으로 활용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이 버섯을 소금에 절여 군식량으로 제공해 독립군들의 사기를 올려 대승에 일조했다. 이 또한 한의사로서 버섯이 주는 포만감과 면역 개선의 효능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 ‘밥정’을 보면서 경험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아마 임지호 셰프는 식재료에 대한 연구를 끊임 없이 이어왔을 것이다.

의료계로 친다면 임상경험일 것이다. 수 많은 경험으로 쌓아 올린 노하우는 철옹성이다. 필자도 의료인으로서 시야를 넓히고 임상 경험을 통해 한의학 발전에 일조해야겠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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