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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 모인 명의] 배준호 포항세명기독병원 과장 "24시간 응급체계, 심근경색 골든타임 치료 얼마든지"

입력 : 2024-12-18 13:00:00 수정 : 2024-12-18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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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내과의 꽃은 새벽‧야간‧공휴일 언제라도 심근경색이나 응급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다시 건강을 회복하는 데 있습니다.”

 

심장내과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가장 빠른 결정이 이뤄지는 분야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심장내과 전문의인 배준호 과장은 포항세명기독병원에서 환자들의 심장을 돌보며 지역 의료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 생활정보를 나누는 소셜커뮤니티에서도 심장내과 명의로 배준호 과장을 추천하는 글이 많다.

-오랜 시간 몸담았던 대학병원을 떠나 포항세명기독병원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특별히 끌렸던 점이 있었나.

 

“우선 지역 대학병원내 인력 문제다. 심장내과는 특히 응급 상황이 많아 당직이 필수인데, 인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당직 빈도가 많아지고 업무가 과중된다. 이는 의사가 최선의 치료를 하는 데에도 부정적인 요소가 된다. 지역 대학병원의 심장내과는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교수 개인을 갈아 넣으면서 버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포항세명기독병원은 심장내과 스텝이 11명이나 된다. 인터벤션(중재 시술) 전문가만 8명이니 당직 체계가 안정적이다. 심장내과 병동과 심장중환자실도 따로 운영되고, 장비와 인력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병원의 운영 철학이 좋았다. 결국 포항세명기독병원의 환경은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이런 점들이 포항으로 오게 된 결정적 이유다.”

 

-경주에서 진료받던 기존 환자들이 포항으로 오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어떤 환자들이 주로 찾나?

 

“고령 환자들이 주를 이룬다. 경주에서 포항까지 차로 30분이지만, 연세가 많으신 분들에게는 그 거리도 쉽지 않다보니 더 감사하다.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경증보다는 시술이 필요한 중증 환자들이다.

 

아무래도 심혈관 질환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진행되는 병이다. 예를 들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오래 앓고 있으면 혈관이 마치 수도관에 녹이 스는 것처럼 변한다. 동맥경화는 연령이 높을수록 흔하다보니 고령 환자가 대부분이다. 물론 요즘은 젊은 층에서도 심혈관 문제가 늘고 있다. 스트레스가 많고,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즐기는 습관 때문이라고 본다.”

 

-심장내과는 응급 상황이 많다. 특히 심근경색 같은 질환은 골든타임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지역 병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심장내과에서의 가장 응급상황은 단연 ‘급성심근경색’이다. 급성심근경색 같은 응급 질환은 시간이 생명이다. 심장 혈관이 막히면 심장 근육이 괴사되기 시작하는데, 30분 이상 지나면 비가역적인 손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걸 막으려면 막힌 혈관을 최대한 빨리 뚫어줘야 한다.

 

포항세명기독병원은 심장내과가 24시간 365일 응급 콜 및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심장내과 전문의가 야간, 공휴일에 응급 시술을 하지 않는 지역 병원도 많은데, 우리 병원은 언제든 응급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 실제로 야간이나 새벽 시간에 심근경색 환자를 많이 받는다. 환자가 많은 날에는 하루에도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4명씩 몰리기도 한다.

 

심장내과의 역할은 단순히 환자를 살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응급 환자를 빠르게 진단하고 필요한 경우 상급 종합 병원으로 전원하는 연결 고리 역할도 한다. 이런 응급 체계가 지역사회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포항으로 부임 후 인상 깊은 응급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한 검도장에서 운동하던 젊은 남성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일이 있었다. 흉통과 함께 의식을 잃고 심정지 상태로 119를 통해 병원에 도착했다. CPR(심폐소생술)을 받으면서 이송됐는데, 도착 당시에도 의식이 없었다.

 

검사 결과 심근경색으로 진단돼 곧바로 스텐트 시술을 진행했다. 환자는 다행히 뇌 손상 없이 회복됐고, 지금은 다시 검도를 할 만큼 건강을 되찾았다.

 

심장질환은 분명 죽을 것 같은 상태로 병원으로 들어오는데, 치료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꾀병처럼 전후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 환자도 요리사인데 제2의 인생을 찾은 기분이었다고 후일담을 전해왔다.

 

이처럼 응급 상황에서 신속하게 진단, 치료하면 치료 전후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게 심장내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심장내과는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는 환자를 살리는 과다.”

-심혈관 질환 치료에서 안전성을 강조한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치료하나?

 

“기존에는 대퇴동맥을 통해 심혈관 시술을 했는데, 이 부위를 천자해서 출혈이나 합병증이 발생하면 위험이 컸다. 그래서 시술하기 더 어렵지만 원위부 요골동맥(손등 동맥)을 이용한 시술을 도입했다. ‘초음파유도 원위부 요골동맥(손등 동맥)을 이용한 심혈관조영술 및 시술’이다. 포항에서 초음파를 더한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혈관 촬영을 위한 새 장비(probe, 탐촉자)도 들였다. 혈관촬영 전후 요골동맥을 초음파로 측정해 조영술이 적합한지 확인하고, 합병증 여부 파악에도 활용한다. 시술 전후로 혈관 상태를 철저히 점검해 성공률을 높이고 합병증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포항에서 근무하신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신뢰가 높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심장내과는 환자와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고령 환자들은 의사와의 라포가 치료의 시작점이다. ‘이 의사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야 진료도 원활하다. 심장질환 환자는 고령층이 많은데, 아무래도 어린 시절 할머니와 친하게 지내온 덕분에 라포 형성이 더 잘 되는 것 아닌가 싶다(웃음).

 

그동안 한 지역에서 18년간 활동하며 지역사회와 신뢰를 쌓아왔다. 심장내과는 오랜 시간 실력을 증명해야만 환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포항에서도 꾸준히 지역사회에 스며드는 향기 같은 의사가 되고 싶다.”

 

-심혈관 질환은 예방도 중요하다.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나?

 

“흉통이 20~30분 이상 지속되거나 식은땀이 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중년 이상의 나이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가족력 같은 위험 요인이 있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심혈관 질환은 증상이 비정형적으로 나타날 때도 많다. 실제 심근경색의 20~30%가 그렇다. 소화가 안 되거나 어지러운 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위험 인자가 있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혈관 상태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심혈관 시술이 가능한 병원을 미리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

 

특히 흉통이 생겼을 때 30분 이내에 병원에 빨리 가라고 하는 것은 심장근육의 괴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심장근육 괴사 후 30분 이상이 지나면 비가역적으로 심근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새벽이라도 빨리 가서 뚫어야 한다. 누구한테 물어보고 그럴 게 아니라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고민할 사이에 빨리 병원으로 가야한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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