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 쪽 제외한 동체 대부분 반파
병원 측 "맥박 정상·보행도 가능"
"뇌진탕 증상인 일시적 기억 상실"
“지금 어떻게 된 일이죠.”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추락사고의 생존자인 승무원 이모 씨(33)는 당시의 기억이 전혀 없다고 호소했다.
이 씨는 여객기 후미에서 극적으로 생존했다.
그는 여객기 후미 쪽에서 승객 서비스를 맡고 있었다. 여객기에 불이 붙었지만 동체가 두동강이 나면서 피해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 씨는 자신은 도착을 앞두고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고 비행기가 다 착륙한 것 같았는데, 이후는 기억이 없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고 직후 목포한국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응급실에서 “어디가 아프냐”는 의사의 질문에 오히려 “내가 왜 여기에 온 것이냐”라고 되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목포한국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왼쪽 어깨 골절과 머리 등을 다쳤지만 의식은 뚜렷하다. 병원 측에 따르면 맥박도 정상이고, 보행도 가능하다. 관계자는 “대형사고 피해자는 뇌진탕 증상으로 순간 기억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조찬호 청담셀의원 대표원장은 “뇌진탕은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아 뇌의 일부 기능이 일시적으로 소실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때 잠시 의식을 잃거나 일시적인 기억 상실 증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어지러움, 두통, 시야흐림, 이명, 청력 저하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조 원장은 이어 “뇌진탕 증상은 대부분 3개월 안에 사라지지만 증상이 완화돼도 병원에서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며 “특히 이번 일은 특수한 상황인 만큼 뇌진탕이 아닌 정신적 문제로 인한 요소까지 감안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충격적인 사건은 갑작스러운 기억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단은 뇌진탕 등으로 뇌가 손상됐는지 검사해 뇌출혈 등 뇌의 외상으로 인해 손상된 부분을 찾는 게 우선”이라며 “그런 증거가 전혀 없는데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다면 다음으로 스트레스, 정신적인 문제로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에 따르면 진단명으로는 보통 ‘해리장애’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해리성 기억 상실’이라는 병이 있다. 그는 “큰 충격을 받았을 때 그 사건과 관련된 기억이 일시적으로 없어지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보통 사건이나 충격이 아닌 정말 이번 일처럼 생명을 위협할 만한 커다란 충격이 있을 때 나타난다.
기억은 대부분 돌아온다. 노 교수는 “개인차가 있어 (기억은) 몇 분, 몇 시간 만에 돌아오기도 하고 며칠, 몇 주만에 돌아오기도 한다”며 “교과서적으로는 1년 이상 걸린다는 케이스도 있었다. 다양하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이를 겪은 사람에게는 안전한 환경에서의 지지적인 면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면 주변에서 좀 안전하고 지지적인 환경을 제공해 주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 김성철 무안군보건소장은 브리핑을 통해 구조된 2명은 각각 33세 남성과 25세 여성 승무원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 중으로 서울 지역 병원으로 이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와 함께 구조된 20대 여성 승무원은 목포 중앙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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