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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여기에…" 생존 승무원, 사고 직후 기억상실 증세

입력 : 2024-12-29 19:06:58 수정 : 2024-12-29 19: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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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후미서 승객 서비스 맡아
후미 쪽 제외한 동체 대부분 반파
병원 측 "맥박 정상·보행도 가능"
"뇌진탕 증상인 일시적 기억 상실"

“지금 어떻게 된 일이죠.”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추락사고의 생존자인 승무원 이모 씨(33)는 당시의 기억이 전혀 없다고 호소했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로 부상을 입은 승무원 이모(33)씨가 목포한국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이 씨는 여객기 후미에서 극적으로 생존했다.

그는 여객기 후미 쪽에서 승객 서비스를 맡고 있었다. 여객기에 불이 붙었지만 동체가 두동강이 나면서 피해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 씨는 자신은 도착을 앞두고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고 비행기가 다 착륙한 것 같았는데, 이후는 기억이 없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고 직후 목포한국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응급실에서 “어디가 아프냐”는 의사의 질문에 오히려 “내가 왜 여기에 온 것이냐”라고 되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목포한국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왼쪽 어깨 골절과 머리 등을 다쳤지만 의식은 뚜렷하다. 병원 측에 따르면 맥박도 정상이고, 보행도 가능하다. 관계자는 “대형사고 피해자는 뇌진탕 증상으로 순간 기억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조찬호 청담셀의원 대표원장은 “뇌진탕은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아 뇌의 일부 기능이 일시적으로 소실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때 잠시 의식을 잃거나 일시적인 기억 상실 증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어지러움, 두통, 시야흐림, 이명, 청력 저하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조 원장은 이어 “뇌진탕 증상은 대부분 3개월 안에 사라지지만 증상이 완화돼도 병원에서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며 “특히 이번 일은 특수한 상황인 만큼 뇌진탕이 아닌 정신적 문제로 인한 요소까지 감안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충격적인 사건은 갑작스러운 기억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단은 뇌진탕 등으로 뇌가 손상됐는지 검사해 뇌출혈 등 뇌의 외상으로 인해 손상된 부분을 찾는 게 우선”이라며 “그런 증거가 전혀 없는데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다면 다음으로 스트레스, 정신적인 문제로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에 따르면 진단명으로는 보통 ‘해리장애’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해리성 기억 상실’이라는 병이 있다. 그는 “큰 충격을 받았을 때 그 사건과 관련된 기억이 일시적으로 없어지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보통 사건이나 충격이 아닌 정말 이번 일처럼 생명을 위협할 만한 커다란 충격이 있을 때 나타난다.

기억은 대부분 돌아온다. 노 교수는 “개인차가 있어 (기억은) 몇 분, 몇 시간 만에 돌아오기도 하고 며칠, 몇 주만에 돌아오기도 한다”며 “교과서적으로는 1년 이상 걸린다는 케이스도 있었다. 다양하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이를 겪은 사람에게는 안전한 환경에서의 지지적인 면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면 주변에서 좀 안전하고 지지적인 환경을 제공해 주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 김성철 무안군보건소장은 브리핑을 통해 구조된 2명은 각각 33세 남성과 25세 여성 승무원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 중으로 서울 지역 병원으로 이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와 함께 구조된 20대 여성 승무원은 목포 중앙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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