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8일로 예정된 선거가 예정대로 열릴지도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한국 축구의 현주소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6일 허정무 후보가 낸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문기일을 열었고, 이에 선거일 전까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 후보는 지난달 30일 축구협회를 상대로 회장 선거가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선거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선거 일정은 연기된다.
축구협회의 ‘밀실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축구협회 선거를 관장하는 선거운영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후보 측 주장에 따르면 이번 선거를 앞두고 선거운영위원회 구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불투명하며, 일정 및 절차가 제대로 공고 되지 않는 선거관리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의 경우 위원장, 상임위원, 각 위원 모두 공개하고 있다. 이들은 “선거는 무엇보다 공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위원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회장 선거가 ‘깜깜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측은 선거운영위가 변호사 4명, 교수 3명 언론단체 소속 1명이라고 밝혔을 뿐, 이 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선거운영위는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고, 위원이 공개될 경우 공정성 시비가 붙을 수 있어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운영위 명단 비공개 여부가 이번 가처분 신청의 핵심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혼란스러운 상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회장 선거 후보 간의 토론회 조차 선거 이틀 전에 부랴부랴 조율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속해서 토론회 개최 여부에 대해 목소리가 나왔지만, 선거운영위는 실질적인 계획이나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참다 못한 정몽규, 신문선, 허정무 후보 측 사무장은 지난 5일 모여 정책 토론회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
토론회를 주관하는 선거운영위는 “누구도 공식적인 토론회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가 후보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부랴부랴 토론회 개최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빨라야 선거 하루 전인 7일 토론회가 열릴 전망이다.
일정 공유도 늦었다. 선거를 한달 정도 남겨 놓은 지난달 초가 되어서야 ‘회장선거관리규정’을 공개했다. 선거인단인 K리그 선수들과 감독이 전지훈련으로 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는 그 어느때보다 관심이 높다. 각종 부실한 행정과 비리 의혹 등으로 얼룩지면서 국민적인 비판에 휩싸였다. 축구협회의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절실한 상황 속에서 차기 수장을 뽑는 선거 과정마저 혼란스러워 이를 지켜보는 축구 팬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모든 선거는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하며, 깨끗해야 한다”면서 “선거 과정 자체가 이처럼 흙탕물인데, 누가 신뢰하겠나”고 꼬집었다.
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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