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정식이 ‘러닝메이트’를 향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 19일 전편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러닝메이트’는 불의의 사건으로 전교생의 놀림감이 된 노세훈(윤현수)이 학생회장 선거의 부회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온갖 권모술수를 헤치고 당선을 향해 달려가는 하이틴 명랑 정치 드라마다.
‘방과 후 전쟁활동’, ‘피라미드 게임’, ‘스터디 그룹’ 등 학원물 맛집으로 이름난 티빙의 하이틴 정치극. 짜릿한 심리전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략, 선거 전쟁 속에 얽히고설킨 관계성이 돋보였다. 오스카 각본상을 받은 한진원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극 중 이정식은 속내를 쉽게 드러내 지 않는 금수저이자 학생회장 후보 곽상현을 맡았다. 24일 만난 이정식은 “후련하기도 하고 시원섭섭하다. 유세 현장의 뜨거운 에너지가 아직도 남아있다”면서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모교가 생각나는 듯한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인터뷰는 ‘러닝메이트’ 네 주인공 윤현수, 이정식, 최우성, 홍화연이 함께 진행했다. 인터뷰 현장에서도 이정식은 듬직한 맏형의 역할을 해냈다. 촬영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생들을 잘 이끌어달라는 한진원 감독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도 회장 선거에 나가본 경험자다. 이정식은 “영진고처럼 뜨겁지 않았지만, 유세운동을 하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등굣길에 일찍 나가서 학생들을 맞는다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라는 걸 촬영하며 다시금 알게 됐다”고 돌아봤다.
극 초반부 밝고 친화력 가득한 모습과는 달리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차 본심을 드러내는 반전의 캐릭터다. 상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상대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조금이라도 선을 넘는 순간 차갑게 섬뜩하게 돌아선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선 수간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러닝메이트 세훈(윤현수)에게 뺑소니 사고도 냈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학원물에 도 넘은 설정들이 주어지기도 했지만, 이정식은 배우로서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가 벌인 온갖 악행들에 관해서도 “연기하면서는 상현은 이런 친구라는 걸 받아들이며 개연성에 합리화를 했다.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연기해야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10대들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성인인 우리가 봤을 때 다르게 보이는 점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각자의 유년시절을 떠올려 보면서 돈독했던 친구나 거리가 멀어진 친구들을 떠올리며 시청해주시길 바랐다”고 했다.

8화 세훈과 상현의 대치 신은 ‘러닝메이트’의 하이라이트다. 목격자의 진술을 통해 자신을 헤치려고 한 범인 중 한 명이 상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세훈이 그와의 관계를 결판 짓기 위해 상현의 집으로 찾아간다. 분노와 광기에 휩싸인 상현이 모든 진실을 폭로하며 최후를 맞는다.
이정식에겐 가장 희열이 느껴진 장면이다. “대본 그 이상의 것들이 현장에서 만들어졌다. 내 역량 이상으로 표현하고 버텨내야 했다”고 돌아본 그는 “카메라가 안 돌 때도 호흡을 유지하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해당 촬영을 끝나고 나서 모니터를 보며 감독님과 이야기하던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 그만큼 보상이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양원대(최우성)의 러닝메이트 노세훈(윤현수)을 설득해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만들어 선거에 출마했다.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상현이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지역구 핵인싸’, ‘인간 부띠끄’ 등의 별명을 가진 그에게 ‘실패’는 없었다. 선거에 출마한 이상, 당선되어야 했다. 곽상현이 가지는 이름값이자 주위의 기대이기도 했다.
이정식은 상현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그는 “상현이 처음 세훈을 마주한 건 원대가 선택해서였다. 원대가 선택한 건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 차악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고 했다. 선택한 이후 세훈은 ‘언터쳐블’한 존재여야만 했다. 상현이 선택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상현이는 자존심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대학 욕심도 크지 않았을 거다. 출마 한 이상 자존심을 지켜야 했다”고 해석했다.
멋진 선배이자 친구로 포장되어 있던 상현은 후반부 실체를 드러낸다. 인물의 입체적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한 이정식의 노력이 빛난 작품이었다. 상반된 두 인물을 두고 이정식은 “원대는 직관적 호랑이인 반면에 상현은 뱀 같은 친구다. 일선엔 서지 않고 다스리려고 하다 보니 처음부터 너무 악함을 드러내서도 안 됐다. 점진적인 완급 조절이 필요했다”며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의심도 했지만, 함께 소통하며 맞춰나가며 노력했다”고 답했다.
이정식은 ‘러닝메이트’의 시청 후기 중 ‘이정식은 얄미운 역할만 한다’는 댓글을 언급하며 “상현이 같은 캐릭터는 처음 해보는데, ‘러닝메이트’로 인해 그분에게 각인 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는 2019년 드라마 ‘농부사관학교’로 데뷔해 ‘눈 떠보니 세 명의 남자친구’, ‘하자있는 인간들’, ‘썸머가이즈’, ‘트레이서’, ‘하이퍼나이프’ 등에 출연했다. 훈훈한 비주얼에 안정감을 주는 목소리로 눈도장을 찍고 있지만 아직 스스로 자부할 만한 대표작은 없었다.
그래서 ‘러닝메이트’를 향한 기대도, 애정도 크다. 이정식은 “가장 많은 희로애락을 담은 작품이다. 좋은 친구들과 후회 없이 찍은 ‘러닝메이트’가 내 대표작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현장에서 소통하고 동료들을 이끄는 역량도 한뼘 더 성장했다. 그는 “당근도 채찍질도 좋다. 연기하다 보니 무플이 가장 힘들더라”고 돌아보며 “이정식이 이런 연기를 하는구나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나아가 ‘섬세한 배우’라는 평가도 욕심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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