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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파벌’로 꾸려진 KPGA 이사회·징계위… 증거 녹취록 공개한 노조 “징계 정당성 뿌리째 흔들려”

입력 : 2025-08-25 11:12:53 수정 : 2025-08-25 13: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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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노조가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회의실에서 KPGA 부당징계 및 언론탄압 실태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노조의 진실공방, 진흙탕 싸움이 계속된다.

 

KPGA를 둘러싼 내홍은 계속된다. 협회 고위 임원 A씨의 직장 내 괴롭힘이 불씨를 지핀 이 문제는 협회의 고의적인 가해자 처벌 지연과 오히려 피해자들을 향한 부당 해고 등의 2차 가해 그리고 그간 이어져온 직원들의 초과근로와 협회의 임금체불, 김원섭 KPGA 협회장의 호화 출장 논란 등 끊임 없는 잡음이 터져 나오는 중이다.

 

특히 협회는 피해 직원들에 대한 보복성 해고 논란에 대해 지난 21일 “노조가 징계위원회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A씨의 시말서 강요는 (직원) 1명에 한정됐다. 노조는 마치 A씨 사건을 증언한 직원들에게 일괄적으로 보복을 가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협회가 내린 징계는 오직 업무상 과실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 보복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다시 노조가 이날 새 카드를 꺼내들었다. 실제 징계위에 참여한 모 징계위원과 협회 직원이 최초 징계위 3주 전인 6월 말에 나눈 대화의 녹취 파일을 공개한 것. 노조는 “이 징계위원은 협회 임원이자 이사회 구성원인 동시에 징계위에 참여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와 징계위에 가해자인 임원 A씨의 ‘파벌’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녹취에서 징계위원은 “내가 봤을 때 ‘고위 임원 A’가 발악을 한 번 할 것 같다. A씨 파들인 이사회 회원들도 한 번 발악을 할 것이다. (A씨가) 아닌 파들은 아예 끼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징계위원은 A씨 파벌에 포함된 선수 출신 이사들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노조는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에서 파벌의 존재를 인정했다. 대화 내용은 A씨의 가혹행위가 전수조사에서 확인됐음에도 이사회가 의도적으로 가해자 징계를 미뤄왔음을 보여준다.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에 이사회가 휘둘려왔다는 실상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며 “특히 대화에서 실명이 언급된 일부 이사들이 징계위원으로 참여해 피해 직원 징계를 의결한 사실이 확인됐다. 징계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근본적으로 무너졌음이 밝혀졌다”고 꼬집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노조가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회의실에서 KPGA 부당징계 및 언론탄압 실태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김원섭 KPGA 회장이 직접 주장해온 대규모 징계(해고)의 정당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노조는 “김 회장이 입장문을 통해 주장해온 ‘징계위는 정당하게 운영됐다’는 논거는 설 자리를 잃었다. 회원들에게 공표한 논리 자체가 붕괴된 만큼, 이제는 협회장이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 근거 없는 주장만 되풀이하며 악수를 거듭할 것이 아니라 직접 책임 있는 조치를 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노조는 협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공식 해명에 대해서도 “협회가 배포한 보도자료는 근거 없는 사실 왜곡과 허위 주장으로 가득 차 있으며, 피해 직원들을 향한 보복성 징계를 은폐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조목조목 재반박에 나섰다.

 

시말서 강요는 1명에 한정됐다는 KPGA의 주장에 대해서는 “지난 1월 24일자 사내 전수조사 보고서에는 복수의 직원이 고위임원 A의 폭언과 강요에 의해 시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가 보유한해당 보고서를 전면 공개하면 즉시 검증이 가능한데, 자료 공개는 회피하며 상반된 주장을 내고 있다. 이 행태 자체가 은폐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징계 시점의 불균형도 지적했다. A씨에 대한 해임은 지난해 11월 이뤄진 최초 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부터 약 8개월이 소요됐지만, 피해 직원들에 대한 해고 징계는 A씨의 해임이 결정되기도 전에 먼저 이뤄지기도 했다. 노조는 “8개월이나 걸린 가해자의 해임은 피해 직원들 보다 2주 이상 뒤에야 이뤄졌다. 특히 피해 직원들의 징계는 징계위 소환(7월 8일) 후 이틀 만에 속전속결로 확정됐다. 시점만 봐도 불이익 처우 정황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협회의 ‘보고 은폐’ 주장, 김 회장의 호화 출장 논란 해명, 임금 체불에 대한 해명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반박했다. 노조는 “하반기 KPGA 투어 일정이 이번 주부터 재개되는데, 사무국은 무더기 징계와 해고로 업무 공백이 심각하다. 협회장이 직접 나서 조속히 사태를 수습하지 않는다면 투어 운영 자체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며 “사태의 해결은 협회장이 책임지고 근본적인 구조 개선과 피해자 보호 조치를 실행하는 것에서만 가능하다. 더 이상 변명으로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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