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둥이표 선발야구, LG 독주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KBO리그 2025시즌 후반기가 시작한 지 이틀째였던 지난달 19일, 1위 한화와 2위 LG의 승차는 5.5경기였다. 독수리의 고고한 비행이 안정 궤도에 진입한 것처럼 보였다.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두 팀의 격차는 똑같은 5.5경기다. 하지만 두 팀의 자리가 뒤바뀌는 묵직한 반전이 자리했다.
LG의 후반기 성적표는 25승1무5패, 승률 0.833(25일 기준)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바로 밑에 있는 두산(16승2무13패·0.552)과도 차이가 크다. 같은 기간 15승1무15패로 주춤한 독수리를 끌어내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투타 밸런스가 완벽하다. 그중에서도 모두가 입을 모아 치켜세우는 파트는 바로 LG의 선발진이다.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이 2.76으로 리그 유일 2점대다. 13개의 선발승을 챙기는 동안 패배는 1번에 그쳤다. 팀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17번으로 한화와 공동 1위다.
외인 요니 치리노스 그리고 임찬규-손주영-송승기로 이어지는 선발진의 힘은 그만큼 대단했다. 이들의 활약상은 비단 후반기만이 아니라, 시즌 내내 꾸준하다는 점에서도 찬사를 받는다.

임찬규는 시즌 평균자책점 2.71로 전체 5위, 국내 1위다. 2023년 알을 깨고 14승(3패)으로 날아올랐던 그는 올해도 11승(3패)을 빚어내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이정표를 세웠다. LG 토종 투수로는 하기룡, 정삼흠, 김용수, 봉중근, 우규민, 차우찬을 잇는 역대 7번째 대기록이다.
치리노스는 부침이 있지만, 부상 이탈 없이 꾸준하게 외인 1선발 역할을 수행 중이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불리는 손주영-송승기 좌완 듀오도 든든하다. 지난해 선발 풀타임으로 첫 10승을 써낸 손주영은 확실한 카드로 성장했다. 송승기는 올해 전반기 신인왕 후보로 이름을 날리며 리그 최강 5선발 타이틀을 확정했다.
LG는 단일 시즌 10승 투수 4명 배출을 코앞에 뒀다. 11승의 임찬규, 10승의 치리노스와 송승기에 이어 손주영(9승)만 1승을 더하면 된다. 손주영은 26일 창원 NC전에 등판한다.
구단 역사상 1994년(이상훈 18승·김태원 16승·정상흠 15승·인현배 10승)과 1997년(김용수 12승·임선동, 차명석 11승·이상훈 10승)에만 달성했던 기록이다. 28년 만에 3번째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LG다.

다만, LG는 만족하지 않는다. 5명 모두가 완벽한 선발진을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 지난 3일 앤더스 톨허스트라는 특급 ‘뉴 페이스’를 추가한 배경이다. 부진하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내보내는 빠른 결단을 보여주며 대권을 향한 야욕을 드러냈다.
완벽한 한 수가 됐다. 톨허스트는 데뷔전이었던 지난 12일 KT전 7이닝 무실점, 19일 롯데전 6이닝 무실점으로 포효했다. 지난 24일 KIA전에서 첫 실점이 나왔지만, 그의 성적표는 이미 3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50(18이닝 1실점)으로 화려하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한 달, 쉬어갈 틈이 없는 탄탄한 5선발로 잔여 25경기를 채울 수 있는 LG다. 다가올 포스트시즌에서도 믿고 쓸 선발투수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걸림돌이 보이지 않는 LG의 독주 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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