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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기조 유지” 두 번째 시험대 오른 KBL, 관건은 ‘有잼’ 농구

입력 : 2025-09-17 15:15:40 수정 : 2025-09-17 15: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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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하드콜’ 시대, 항로 변경은 없다.

 

지난 시즌부터 프로농구를 관통하고 있는 최대 화두는 하드콜이다. 규정 안에서 몸싸움에 관대한 판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더 박진감 넘치는 농구의 묘미를 살리겠다는 한국농구연맹(KBL)의 의지였다.

 

당연히 잡음은 나왔다. 선수는 물론 코칭스태프, 팬까지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 수비 일변도와 저득점 흐름이 겹치면서 리그 전체가 ‘노잼(재미없는)’이라는 오명을 떠안기도 했다.

 

KBL 입장에서도 충분히 흔들릴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기조는 이어간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막을 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이 결정적이었다. 유재학 KBL 경기본부장은 “이번 대회를 보면서 우리 선수들이 (판정 기준에) 많이 적응했다는 걸 느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국제대회에서 몸싸움에 관대한 판정이 이어졌고,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여기에 적응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의미다. 유 본부장은 “한 시즌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이런 부분에서 긍정적”이라며 “지금의 판정 기조가 리그의 미래를 위해서도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KBL 제공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경기 규칙 설명회에서 KBL 측이 “2025∼2026시즌에도 기존 판정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라고 발표한 배경이다. 이날 규칙 설명회에서 참석한 유 본부장은 “지난 시즌 (판정 관련) 변화를 줬고, 사실은 심판진도 새롭게 적응하다 보니까 놓치는 게 많았고, 굉장히 많이 헷갈렸다”고 돌아봤다.

 

이어 “시즌 중반부터 조금씩 안정을 찾았고, 플레이오프(PO)에서 굉장히 잘했다. 올 시즌에도 지난 시즌 막바지에 가져갔던 기준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KBL 심판 관계자는 “농구 용어 중 하드콜이라는 단어는 없다”면서 “몸싸움에 관대한 판정은 세계 농구계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프로농구(NBA)에서 2022∼2023시즌 자유투 시도 개수(FTA·Free Throws Attempts Per Game)가 23.5개로 급증하자 수비자의 접촉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판정 기조에 변화를 줬다.

 

이에 FTA가 2023∼2024, 2024∼2025시즌 연속 21.7개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아시아컵에서도 엿볼 수 있다. KBL 측은 경기 흐름 단절을 막고, 국제무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관건은 득점 감소다. 선수들 간 신체 접촉이 강렬해지면서 부작용도 드러났다. 슛 성공률이 떨어지고, 공격 전개가 위축되는 등 득점이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실제 정규리그 평균 득점은 77.2점으로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낮았다.

 

특히 LG와 SK가 맞붙은 챔피언결정전에선 평균 65.6점에 머물렀다. 평균 60점대 득점에 그친 챔피언결정전은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와 SK가 격돌했던 2012~2013시즌(평균 65.9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팬들 사이에선 “경기가 격투기처럼 거칠어지기만 했지 재미와 긴장감은 오히려 줄었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이승무 KBL 심판은 “정확한 판정을 유지하는 것이 심판의 몫이고, 득점의 경우 선수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 역시 “고득점 경기를 만들기 위해 판정을 바꾸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 시험대에 오른 관대한 몸싸움 판정 기조, 이번 시즌이 팬들에게 “이래서 KBL을 본다”는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을까.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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