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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 어드바이저가 된 구자철 발엔 여전히 땀이 흐른다

입력 : 2025-09-18 06:00:00 수정 : 2025-09-17 18: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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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SK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변신한 구자철이 축구 유소년 인프라 발전을 위해 달리고 있다. 사진=제주 SK FC 제공

 “2006년 8월, 아직도 그때에 살고 있어요.”

 

 주목받지 못하던 고교 수비수. 잠잠한 영입 소식에 ‘축구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던 선수. 일생일대의 기로에서 그의 손을 잡아준 것은 프로축구 제주 SK FC였다. 그때 만약 제주가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한국 축구는 역사상 처음으로 획득한 올림픽 축구 동메달과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득점왕을 모두 잃을 뻔했다. 한국 축구 레전드 반열에 오른 구자철의 얘기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한 뒤 제주의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제2의 인생을 출발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 선수 출신 대부분이 현역 은퇴 후 방송인의 길을 걷거나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이유는 분명하다. 유소년 육성과 한국 축구 발전에 진심이다. 

 

 직접 경험했다. 구자철은 보인고 재학 시절 두각을 나타내던 선수가 아니었다. 그런 그를 제주가 신인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선발했다. 가능성을 봤고, 적중했다. 프로 데뷔와 함께 주전 미드필더로 급부상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어느 대학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던 선수가 한순간에 한국 축구를 이끌 대형 유망주로 떠오른 것이다. 구자철의 놀라운 성장세에 유럽도 움직였다. 2010년 당시 볼프스부르크(분데스리가) 단장이었던 요헨 자우어 현 R&G 풋볼 대표이사가 제주까지 찾아와 그를 영입했다. 이후 해외 무대를 누비며 한국 출신 선수의 선례를 남기고, 국가대표로서 많은 활약을 펼치며 한국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제주 SK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변신한 구자철이 축구 유소년 인프라 발전을 위해 달리고 있다. 사진=제주 SK FC 제공

자신의 진가를 알아봐 준 눈들을 기억한다. 이제는 구자철이 그 눈의 주인이 돼서 원석을 찾는다. 말뿐인 각오가 아니다. 지난 1월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뒤 바로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바이에른 뮌헨(분데스리가)서 행정 연수를 받았다. 공부는 물론 제주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사람들을 만났다.

 

축구화를 벗고 구두를 신었지만, 땀은 마를 새가 없었다. 지난 8월 구자철과 제주 관계자들은 R&G 풋볼과의 업무 협약(MOU)을 위해 독일로 향했다. MOU만 체결하면 끝인 일정이었으나, 구자철은 특별한 일정을 준비했다. 자신이 뛰었던 아우크스부르크, 잘츠부르크 등 여러 구단에 직접 연락해 인프라와 시스템을 볼 기회를 마련했다. 제주 관계자들은 한국과 다른 환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이후 유소년 발전에 대한 의지가 더욱 커졌다는 후문이다.

제주 SK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변신한 구자철이 축구 유소년 인프라 발전을 위해 달리고 있다. 사진=제주 SK FC 제공

결실까지 맺었다. 구자철은 제주와 R&G 풋볼의 MOU를 넘어 파트너십 체결을 이끌었다. R&G는 뮌헨과 LAFC(미국 메이저리그 사커)가 합작한 조인트 벤처로, 유망주 발굴부터 프로 데뷔와 이적 등의 과정을 모두 책임지는 통합형 글로벌 플랫폼이다. 이번 파트너십은 제주와 한국 축구가 선진적인 글로벌 유스 육성 시스템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구자철이기에 가능했다. 구자철의 해외 진출의 문을 연 자우어 대표이사는 “한국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구자철을 통해 지켜봤다”며 “이번 협약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게 구자철 어드바이저”라고 짚었다. 제주 관계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구자철 어드바이저는 유스 육성에 진심이다. 직접 발로 뛰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사실 기대할 건 더 많다. 이번 기회로 파이프 라인이 연결됐다. 이제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함께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SK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변신한 구자철이 축구 유소년 인프라 발전을 위해 달리고 있다. 사진=제주 SK FC 제공

 이제 막 씨앗을 심었다. 중요한 건 수확이다. 구자철은 “나는 제주의 영입을 받았던 2006년 8월에 아직도 살고 있다. 2010년 제주까지 와서 나를 뽑아준 게 바로 자우어 대표이사다. 이제는 내가 두 단체의 가교 역할을 맡았다”며 “내가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선수들이 유럽 현지 혹은 제주에서 더 나은 성장 과정을 겪을 수 있으면 좋겠다. 굉장한 책임감을 느낀다. 중요한 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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