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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취재 후일담]한류천왕의 분열, 막을 순 없었나

입력 : 2009-12-29 09:57:02 수정 : 2009-12-29 09: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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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사실상 해체… 팬들까지 분쟁 부추겨
SM·멤버 3인, 부족한 양보와 타협 안타까워
최고 인기그룹 동방신기가 해체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아슬아슬했던 한 해였습니다. 시아준수, 믹키유천, 영웅재중 등 멤버 3명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는 소식을 지난 여름 처음 접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룹 해체까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팬들도 가요계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일본 등 해외에서 확고히 자리잡은 한류스타 동방신기의 미래를 담보로 삼아 갈등을 계속 끌고 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갈 때까지 가고 말았습니다. 지난 11월 판결을 통해 멤버 3명은 독자 활동이 가능해졌고, SM은 동방신기의 국내 앨범 발매를 위해 멤버 3인에게 복귀하라는 최후통첩을 내놓으면서 양측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습니다. 점입가경, 팬들도 떠난 멤버 3인의 편을 들기 시작했어요.

대부분의 기자들은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전체 가요계의 틀에서 이 사건을 보려고 했어요. 동방신기가 아티스트는 아니잖아요. 소속사 SM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이 만큼 성장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죠. 물론 각자 멤버들도 노력하고 고생도 많이 했을 거예요. 하지만 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우는 언더 무대 아티스트 형 가수들 앞에서 동방신기가 열악한 조건에서 활동해왔다고 하면 큰일 납니다.

SM 홍보담당자들이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취재 차 전화를 하면 언제나 힘이 쭉 빠져서 울어버리기 일보 직전이더라고요. 객관성을 위해 여러 가요계 종사자들에게도 동방신기 사태에 대해 물어봤어요. 처음에는 대부분 SM보다 멤버 3인 측의 손을 들어줬어요.

어떤 대형 가요 기획사 사장은 “이수만 사장이 심하긴 심했다”면서 “일부 가수들은 5년도 길다고 아우성인데 동방신기의 13년은 너무 길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다들 해체까지 예상하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어쨌든 이수만 사장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주류였어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동방신기 멤버 3인이 끝까지 가리라 생각을 못한 것이다. 그런데 예상은 틀어졌고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죠.

가요 담당하는 기자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는 결과입니다. 어떻게 해서 이뤄낸 동방신기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다니.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안 될까. 분쟁을 키우는데 일조하는 팬들이 밉기까지 했어요. 왜 그렇게 극성인지. 팬들이 나서서 갈라서라고 응원하는 형국이니. 더구나 이들이 SM에 소송까지 걸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동방신기를 정말 사랑하는 팬이라면 냉철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떠난 멤버 3인과 남은멤버 최강창민, 유노윤호가 사이가 좋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SM에 소속된 다른 가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원더걸스, 빅뱅 등 다른 대형 기획사 아이돌그룹도 신경이 쓰일 수 있죠.

역시나 12월에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이 동방신기와 비슷한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황당 그 자체죠. 급기야 중국 언론들과 일부 누리꾼들이 나서서 ‘혐한류’를 조성하더군요. 소녀시대가 한경을 평소에 무시하고 경멸하는 발언을 했다는 중국 언론의 악의적 보도가 나오기도 했어요. 중요한 건 의사소통이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는 SM도 부족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종의 시행착오입니다. SM도, 동방신기도, 슈퍼주니어 한경도 다시 한 번 올 한해를 잘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함께 손잡고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스포츠월드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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