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들, 그리고 음악이 함께 한다. 괴기스러우면서도 유쾌한 인물들과 현실에 있을 법한 소재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물고 뜯고 싸우는 장면에서 기상천외한 미국의 컨트리 음악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반전에 가까운 해프닝을 연발하고 캐릭터들도 묵직하면서도 가벼운 이중적 매력에 빠져있다. 도대체 왜 이런 영화가 이제야 나오는 거야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등장인물들의 면모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일단 주연 셋. 연구원 현철 역의 이범수를 비롯해 현철의 선배 연구원인 한진수(정인기)의 딸 동화 역의 김옥빈, 그리고 뼛속까지 사기꾼인 진오 역의 류승범이 그 주인공들이다. 여기에 현철과 한진수의 회사 대표인 김택수 회장의 고문 변호사 스티브 정 역의 정만식과 그의 오른팔이자 경호실장인 종무 역의 배정남이 악의 축을 이룬다. 하지만 흑백대결만이 다는 아니다. 국정원 요원이면서 김택수 회장의 비리를 캐기 위해 잠입해 있는 장하연 역의 유다인과 국정원 조팀장 역의 신정근, 그리고 친구를 능가하는 사기꾼이면서 영안실 직원 명관 역의 오정세와 진오와 명관을 뒤쫓는 사채업자 성구 역의 고창석이 함께 한다. 인물들도 복잡한데 이들은 각자 뚜렷한 성격으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영화 전체와 조화시킨다.
법을 어기는 일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현철이 역시 록 음악에 빠져사는 20대 백조 동화, 두 사람에게 사채빚 끌어다 쓰면서도 밉지 않게 사기치며 살아가는 진오가 합류하면서 국정원도, 초국적 자본으로 대표되는 ‘검은 머리 외국인’들도 맥을 못추는 상황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영화는 흥미로운 쾌감을 전달한다. 결국 이 땅에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해될 일 하나 제대로 못하며 살아간 소시민들의 통쾌한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영화의 재미는 쫄깃한 맛이 남다르다. 29일 개봉.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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