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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의 G-세상 바로보기]게임업계, 환율 잊고 창의력으로 승부해야

입력 : 2009-08-17 13:41:01 수정 : 2009-08-17 13: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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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이상 고공행진을 펼치던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있는 요즘, 이런 분위기가 달갑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 게임업계입니다.

 한국 온라인 게임산업은 수출 비중이 높습니다. 매출의 95%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말 금융위기로 촉발된 원달러 고환율 덕분에 엔씨소프트와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엠게임, 액토즈소프트 등 해외 비중이 높은 게임기업들은 큰 수혜를 누렸습니다.

 고환율은 매출 확대를 보장해준 효자였는데요. 웬만한 기업들은 한번쯤 매출 1000억원 시대를 꿈꿔볼 만했습니다. 1달러로 과거 900원 대신 1500원을 얻을 수 있게 되니, 앉아서 돈벼락을 맞은 셈입니다. 게다가 원화가 세계금융시장에서 달러·엔·위안화 구분없이 전반적으로 약세다보니 굳이 달러로 결제하지 않더라도 국내로 유입되는 외화를 원화로 환전하면 대부분 이익으로 둔갑했습니다. 업체들은 고환율 덕에 로열티와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됐다고 연일 샴페인을 터트렸죠.

 지금도 환율이 전년 동기보다 높은 1200∼1300원대를 유지해, 상승폭은 줄었을지언정 예년보다는 더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환율이 올라서 누리는 반사이익일 뿐, 땀과 노력의 결정체가 아니란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언젠가는 꺼질 거품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실제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급상승했는지는 몰라도, 전분기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감소했다는 보고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반짝 수혜를 가져다준 환율 패러독스(역설) 외에도, 고환율 시대에 근시안적인 경영활동으로 발목을 잡힌 경우도 있는데요. ‘키코’를 통해 금융상품에 막대한 자금을 예치한 사례입니다. 키코(Knock in Knock out)란, 수출기업이 은행과 약정을 맺고 환율 상하한 폭을 정해둔 뒤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시 상한 금액으로 달러를 팔 수 있게 한 상품입니다.

 최근 온라인 게임기업 가운데 몇 곳이 키코 탓에 큰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이 있는데요. 한빛소프트의 모회사 티쓰리엔터테인먼트는 무려 200억원 가까이 쏟아부었는데, 한때 환율이 치솟자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합니다. 환율이 안정되면서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민감한 사안인지 한빛소프트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전했습니다.

 게임의 생명은 창의력입니다. 재밌는 콘텐츠와 안정적인 서비스 운용이야말로 유저를 모으고 수익도 담보합니다. 반면, 외부 가변환경에 기인한 일시적인 수혜는 환경이 역으로 흘러갈 때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에 대비해 현재 누리는 반사이익은 불확실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상계할 보험금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이를 떳떳한 땀의 결정체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앞뒤 바뀐 처사입니다.

 한국 온라인 게임기업들이 안일한 숫자놀음 대신, 알찬 게임으로 어떻게 시장을 개척하고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고민하길 고대해봅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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