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김수길 기자의 G-세상 바로보기]소비자원 ‘오토’ 해석 적절한가

입력 : 2009-10-12 17:05:48 수정 : 2009-10-12 17:05:48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게임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일본에는 한국의 게임물등급위원회에 견줄 수 있는 기관이 직접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기업마다 자발적으로 이용 등급을 결정, 반영해서인데요. 현지 업계도 자율 정화 차원에서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습니다. 3∼5년에 한번꼴로 정부의 소규모 조사가 이뤄질 뿐, 딱히 강제 요소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온라인 게임산업의 종주국을 자청하는 한국은 어떨까요? 그야말로 정부 기관과의 관계를 떼어놓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물론, 소비자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특히 요즘 들어 정부 유관 기관에서 게임산업 및 기업활동에 대한 기준 마련에 분주한 것 같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게임기업 엔씨소프트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얼마전 소비자원은 이 회사가 자동 사냥 프로그램(오토)을 사용한 ‘리니지’ 유저들의 계정을 영구 제한한 조치에 대해, 해제 및 위자료 지급 결정을 내렸는데요.

 오토란 ‘리니지’와 ‘아이온’ 같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상에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퀘스트 수행을 통한 경험치나 아이템 획득이 가능토록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오토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며 게임에 참여하는 유저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어 해킹 툴로도 인식되고 있습니다. 오토 탓에 피해를 본 유저들은 게임 게시판에 조치를 요구하는 의견을 쏟아내고, 심지어 게임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반대급부적으로 오토 프로그램 판매로 수입을 올리는 업체들도 우후죽순 늘어나 논란이 일었죠.

 때문에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부터 ‘오토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여러 게임기업들이 동참했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게임산업의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오토를 ‘게임계의 파괴범’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현재 국회 계류중인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에도 처벌 조항이 포함됐죠.

 그럼에도 소비자원이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다 영구 이용 제한된 유저들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뭘까요?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제한 조치에 실제로 직접 플레이를 한 이용자들까지도 적발됐다고 주장하는 유저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계별 제재(1차-경고, 2차-10일, 3차-영구)를 취하도록 규정한 피신청인의 운영정책에 반하는 조치라는 판단입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수차례 모니터링을 통해 오토 이용자임을 발견했고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항변합니다. ‘리니지’ 이용약관 및 운영정책에는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했을 경우 이용 계약을 해지하거나 게임 이용을 중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죠.

 엔씨소프트는 이번 소비자원의 결정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닌 만큼, 오토를 척결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오토와의 전쟁 개시 당시, 엔씨소프트는 자칫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정부에서 지시하지도, 오토 이용 숫자가 다수를 차지한 것도 아니지만 엔씨소프트는 오토 척결의 선봉장을 자청했습니다. ‘절대 다수의 선량한 유저를 보호하겠다’는 대의명분이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극소수’가 얻으려는 유해한 목적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이번 조정결정이 과연 시장에서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 그리고 누가 선량한 소비자인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