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많은 기록 중에 선수들이 가장 자부심을 갖는 기록은 전경기 출장이다. 2년 연속 3할5푼7리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히트머신’ 김현수(두산)도 가장 뜻깊은 기록을 2년 연속 전경기 출장이라고 말한다. 올 시즌 전경기 출장 선수는 김현수를 포함해 6명 뿐이다. 야구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선수들이 그러한데 경기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팬들이야 어떻겠는가. 하지만 여기 올 시즌 두산의 홈 경기를 모두 함께한 ‘철인’ 팬이 있다. 46세의 평범한 가정주부 이연수씨가 그 주인공이다.
두산이 SK와 플레이오프 5차전이 열린 문학구장에도 ‘당연히’ 찾아온 이 씨는 경기 초반 두산이 대량 실점하면서 패색이 짙어지자 “오늘로서 나의 2009 시즌도 끝난 것 같다”며 아쉬움 가득한 한숨을 토했다. 올시즌 이 씨가 야구장에서 직접 관전한 경기는 포스트시즌까지 포함해 100경기 남짓이다.
두산의 연간회원인 이 씨는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의 67차례 홈경기를 모두 관전했다고 한다. 역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원정경기나 목동구장, 인천구장, 대전구장 경기 일부까지 포함하면 원정경기도 대략 30경기를 채운다. 롯데와 준플레이오프부터 포스트시즌 9경기를 모두 봤으니 100경기는 족히 채운 셈이다.
행동이 자유로운 독신이나 학생신분이라면 시간 제약을 많이 받지 않겠지만 이 씨는 아이를 둘 가진 가정주부이기에 남다른 야구열정이 아니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씨는 “야구 좋아하는데 남자, 여자가 따로 있고 아이, 어른 구분이 있나”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 씨는 “간혹 중년 남성들이 아줌마가 살림도 안하고 만날 야구장에 오냐면서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모든 살림살이는 오전에 다 끝내고 오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 없다. 아이들은 다 커서 학교에서 밤 10시 이후에나 귀가하고 남편도 은행일로 바빠서 항상 저녁을 먹고 퇴근한다. 내 또래의 다른 아줌마들처럼 쇼핑하거나 드라마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야구장에 오는 것이 훨씬 생동적이지 않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의 야구장 출근은 벌써 10년이 넘었다. 여고생이던 1982년 OB베어스 유니폼에 이끌려 야구장을 찾기 시작한 뒤 두 아이가 어느정도 크고 난 1997년 부터는 연간회원을 끊어 거의 매일 찾다시피 했다. “이제 두산 선수들이 자식같다”는 이 씨. “승패는 어차피 갈리기 마련이고 이번 패배를 통해 내년에는 또 한단계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변함없이 ‘두산’을 외쳤다.
스포츠월드 김동환 기자 hwany@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