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개그프로그램에서 ‘대화가 필요해’라는 개그 코너가 한참이나 인기를 끌던 적이 있다. 무뚝뚝한 경상도 출신 가족(아버지, 어머니, 아들)이 식탁에 모여앉는다. 이들은 각자 서로에 대한 불만이 많고, 원하는 점도 많다. 그러나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 때문에 마음 속에 품은 생각을 잘 풀어내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오해와 사건이 벌어지고, 이런 점이 웃음 포인트로 작용한다. ‘대화가 필요해’라는 제목은 이 가족이 처한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프로배구 LIG손해보험이 지금 딱 이런 상황에 빠져있다. 벤치의 감독과 코트의 선수들. 서로 원하는 바가 있고, 바라는 점도 있는데 좀처럼 의견일치가 되지 않는다. 결과는 조직력의 와해와 패배로 이어져고 만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보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박기원 LIG손해보험 감독의 생각이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대한항공과 치열한 3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LIG손해보험은 8일 홈구장인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삼성화재를 맞아 세트스코어 1-3으로 졌다. 그러나 졌다는 사실보다 더 뼈아픈 것은 경기 내용이 너무나 무력했다는 점이다. LIG손해보험은 1세트가 시작하자마자 무려 5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세터 황동일의 토스는 공격수의 스윙 궤적과 어긋나기 일쑤인데다 삼성화재 블로커들이 기다리는 곳으로만 향했다. 김요한과 카이의 서브는 중요한 고비에서 네트에 걸리거나 상대코트 바깥으로 벗어났다. 리시브는 늘 그렇듯 불안하기만 했다.
그래서인지 경기 후 박기원 감독의 표정은 무척 어두웠다. 박 감독은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더라. 경기의 중요성 때문에 선수들이 너무 위축된 것 같다”면서 “오늘 나타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금은 다 이야기 할 수 없다. 선수들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좀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박기원 감독은 특히 “기술적인 부분보다 심리적인 부분에서 선수들이 흔들린다”며 아쉬워했다. 박 감독의 의도처럼 ‘대화’가 LIG손해보험에게 기운을 북돋을 수 있을 지 기대된다.
구미=스포츠월드 이원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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