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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방출 용병이 분데스리가 득점 1위로… 조광래 “내게 많이 배웠지”

입력 : 2009-04-20 20:02:59 수정 : 2009-04-20 20: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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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그래도 레슨비 달라는 이야기 할라고요.(웃음)”

 프로축구 경남FC 조광래 감독이 껄껄 웃었다. 한 외국인 선수의 소식을 듣더니 옛 생각이 나는 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주인공은 올 시즌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골머신’인 브라질 공격수 그라피테(30). 볼프스부르크 소속인 그는 20일 현재 22골을 터트리며 리그 득점왕(2위는 18골)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의 맹활약에 힘입어 볼프스부르크도 분데스리가 1위를 질주 중이다.

 조 감독이 웃는 이유는 그 ‘득점 1위’가 6년 전, 자신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안양 LG(현 FC서울)에서 데리고 있던 선수였기 때문. 당시 브라질 2부리그를 보다 그가 눈에 들었던 조 감독은 2003년 영입을 결정했고, 그라피테는 ‘바티스타’란 이름으로 안양에 입단했다. 조 감독은 “육상 선수처럼 스피드가 빼어났다. 잘 키워볼 생각으로 등번호도 10번을 줬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바티스타’의 ‘코리안 드림’은 1년 만에 끝났다. 브라질 선수라고 믿기 힘들 만큼 개인기와 골결정력이 떨어졌고, 성적도 9경기 무득점에 그쳤다. “매일 30분씩 볼 컨트롤과 공간 침투, 드리블 후 슈팅을 따로 가르쳤다”는 조 감독은 “K리그는 수비수들이 거칠고 빠른 반면 미드필더들의 패스는 나쁘다. 용병들은 개인기를 이용한 골결정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라피테는 그렇지 않았다. K리그와 안 맞았다”며 브라질로 돌려 보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라피테는 안양에서 좌절을 겪은 직후부터 일취월장했고, 브라질 명문 상파울루와 프랑스 르망을 거쳐 2007년 볼프스부르크로 입성, 꽃을 피웠다. 지금 브라질에선 골잡이 아드리아누가 전격 은퇴하자 대안으로 그가 거론될 정도. “별도 훈련을 할 때도 다른 용병들과 달리 불평 한 번 안하고 성실했다. 자세가 훌륭했다”는 조 감독은 “경남의 브라질 코치들에게 ‘혹시 그라피테 보면 나한테 레슨비 내놓으라는 말을 해달라’고 했다”며 다시 웃었다. 

스포츠월드 김현기 기자 hyunki@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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