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참사와 맞물린 ‘마마 어워즈’는 무사히 막을 내렸지만, 4관왕을 달성한 지드래곤을 향한 혹평은 오점으로 남았다.
지드래곤은 2006년 빅뱅으로 데뷔해 올해로 20년 차 가수다. 시대를 풍미한 빅뱅의 활약상과 더불어 솔로 활동으로도 정점을 찍었다. 그런 그가 또 한 번 실망스러운 무대를 보여줬다. ‘글로벌 대표 K-팝 시상식’이라 자부하는 ‘마마 어워즈’에서다.
지드래곤은 ‘하트브레이커(Heartbreaker)’, ‘드라마(DRAMA)’, ‘무제(無題)’를 세 곡의 무대를 준비했다. 주최 측도 자부하는 톱스타의 무대였지만, 공연 후에는 혹평만이 남았다. 무대는 대부분 추임새와 AR 립싱크로 채워졌고, 마이크를 멀리 떨어트려도 노랫소리는 나왔다. 보는 사람이 머쓱할 정도의 무대에 실시간 시청 후기부터 라이브 실력 논란이 불거졌다. 지드래곤도 아쉬움이 남는 듯 SNS에 게재된 자신의 무대 영상에 엄지가 아래로 향하는 이모티콘을 댓글로 달았다. 시상식의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비롯해 남자 가수상,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남자 솔로 상, 팬스 초이스 남자 톱10까지 4관왕을 달성한 가수의 무대치고는 낯뜨거울 정도였다.
지난해 ‘마마 어워즈’에서 보여준 빅뱅 완전체의 레전드급 무대를 기억하는 시청자에게도 아쉬움 가득한 무대였다. 여전히 수많은 K-팝 팬의 기억 속에는 전성기 시절 빅뱅 지드래곤의 활약상이 남아있다. 그만큼 빅뱅이라는 이름을 걸고 수년 만에 다시 선 것만으로도 빅뱅 세 멤버가 주는 감동과 환희는 컸다. 전주부터 심장을 뛰게 하는 ‘뱅뱅뱅’과 ‘판타스틱 베이비’는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여전한 대성과 태양의 보컬로 풍성하게 채워졌다. 지드래곤 역시 솔로곡 ‘파워’로 활동하던 시기였기에 음악 축제에 걸맞은 무대를 완성했다.
그랬던 그가 달라졌다. 올 초 고양에서 열린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Übermensch) 공연의 충격은 여전하다. 지독한 꽃샘추위로 야외 공연의 단점을 모조리 흡수했다 할지라도 당시 ‘가수 지드래곤’의 목소리는 못내 아쉬웠다. 비록 립싱크가 만연해지고 화려한 퍼포먼스가 중요해진 K-팝 신이라고 하지만, 공연은 관객이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장에 직접 찾아가는 시간, 열정, 돈을 투자한다. 그만큼 무대에 선 가수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관객에게 무대를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지드래곤은 이런 대중 가수의 의무를 저버린 셈이다.
마마 어워즈는 매년 아이코닉(상징적인)한 무대를 예고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패션의 아이콘, 문화의 아이콘, K-팝의 아이콘까지 K-팝 신에서 지드래곤만큼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가수도 없다. 그가 입고 둘렀다 하면 완판, 그가 불렀다 하면 1위를 찍는다. 여전히 무대가 기대되는 가수지만, 언젠가부터 음원으로 듣는 그의 목소리를 무대에서 기대하진 않게 됐다. 생각해보면 지드래곤이 가창력으로 승부하던 가수는 아니다. 그의 천재적인 창작 능력과 무대 연출력 등이 주목받았을 뿐이다.
희망적인 건 여전히 ‘가수 지드래곤’을 향한 수요는 크다는 점이다. 지드래곤은 올 초 이틀간 월드투어 첫 공연에 6만 8000여 국내 관객을 동원하고 반년 간의 월드투어를 마친 명실상부한 톱 가수다.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온 위버맨쉬 앙코르 공연도 일찌감치 매진이다. 과연 이번 공연을 통해 팬, 시청자, 어쩌면 본인조차 실망한 ‘마마 어워즈’의 충격을 지울 수 있을까. 오는 12일, 지드래곤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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