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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나홍진 감독 "혼돈을 경험하라고 만든 영화다"

입력 : 2016-05-15 10:53:09 수정 : 2016-05-15 16: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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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영화vs 최악의 영화' 논란쌓인 ‘곡성’ 나홍진 감독 인터뷰
[스포츠월드=류근원 기자] 최근 개봉한 ‘곡성’은 호불호가 갈린 영화다. 14일 네이버 ‘실시간 검색’ 댓글을 보면 반응은 극명하다. ‘한국 최고의 영화’라는 평과 함께 10점 만점을 준 누리꾼(gjdm****)이 있는 반면 ‘역대 최악이다. 1점도 아까운 쓰레기 영화다’라는 악평과 함께 최하 점수 1점을 준 관객(leey*******)도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화제작 ‘곡성’의 나홍진 감독을 만났다.

-영화 ‘곡성(哭聲)’과 촬영지 '곡성(谷城)' 이중적인 제목으로 인해 곡성 지역의 이미지를 해친다는 논란이 있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보다 중요한 역할이 공간이었다. 초자연적인 존재를 다뤄야 해서 더욱 그렇다. ‘한국적인 신’을 담아낼 수 있는 한국적인 공간을 찾아 다녔다. 곡성은 인간과 신이 함께 살아가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곳으로 카메라를 어느 각도로 해도 자연이 담겼다. 인물과 주택가도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갖춘 곳이다. 또한 저의 할머니의 고향이라 어릴 적 자주 간 곳이라 느낌을 잘 안다. 또한 곡성은 천주교도들이 박해를 받고 계속 남하 하다가 최후를 맞은 성지다. 어릴 적 할머니를 따라 성당에 다녔고 신부와 수녀를 만난 기억도 있다. 이 곡성이라는 지명과 피해자의 가족이 슬피 우는 모습이 잘 맞아 떨어졌다.” 

-영화를 보면 가해자가 불분명하고 인과관계도 명확치 않다. 관객이 혼란스러워 하는 점이다.

“의도한 바다. 이 이야기는 피해자의 시선을 다뤘다. 돌아가신 분도 있지만 남은 분들에게 어떤 위로를 해야 했다. 남은 분들의 아픔이 어느 정도 인지 알 수 없지만 왜 피해를 입었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는’ 증명이 되는데 ‘왜’ 까지는 현실 밖의 문제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다. 한 존재가 소멸 되어가는 것에 문제가 없다면 존재의 의미도 없다. 소멸되는 이유를 마련해 줘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 의미도 위협을 받지 않겠는가.”

-이 영화를 통해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가.

“이런 문제를 다루려면 현실 밖의 이야기를 해야 했고 신을 끌어와야 했다.

‘당신이 창조한 인간이 이유없이 소멸되고 있다면 인간의 입장에서 과연 신은 선한 건가’ 더 나아가 ‘신은 존재하나’ 실제로 저도 유가족이 되어 본 입장에서 그런 생각해 봤다. 아픔을 겪게 되면 하늘에 원망을 하는 게 보편적인 모습이다. 이 영화가 해야 할 일은 ‘이제는 신께서 그 선함을 드러내야 하고 당신의 존재를 증명해 주셔야겠습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또한 신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이 영화가 신께 드리는 질문을 관객 역시 스스로 하길 바란다. 그것이 신의 귀에도 들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 영화 장르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나 감독은 이 영화를 가족영화라고 했다는데

“저도 ‘가족영화다’라고 코멘트를 한 기억이 있다. 그건 영화감독과 필림메이커스끼리 시사회를 하는 자리였다. ‘영화는 영화니까’ 가볍게 던지는 소리였다. 누군가가 ‘이런 영화를 가정의 달 5월에 개봉 하냐’라고 물었고 ‘가족들 나오면 가족영화죠’라고 농담으로 말한 게 편집된 것 같다. 사실 이 영화는 인간 본능이 두려워하는 이야기, 그 공포를 다루다 보니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오히려 이 영화는 코미디다. 편하게 해 달라고 주문을 했다. 하지만 배우들은 제 전작 때문에 진지하게만 하시더라.”

-주인공 곽도원의 연기가 과거 악역 연기만큼 카리스마가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후반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영화적인 엔딩을 만들고 싶었다. 리얼리즘보다는 영화적으로 공포 슬픔 안타까움 등의 감정을 담아내면서 정리를 하려고 했다. 연출을 하다 보면 매 순간 결정해야 할 순간이 생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추격자’나 ‘황해’도 나중에 ‘왜 이렇게 했을까’ 후회했다. 그러면서 배워 나간다. 이제 미천하게도 3편 밖에 못 만들었다. 더 열심히 경험을 쌓아 나아지겠다.”

-과거 배우 김윤석과 갈등이 많아 폭력이 오갔다는 소문도 있다. 이번 영화에 나오지 않은 이유인가.

“김윤석 선배와 그런 일은 없다. 김윤석 선배는 저를 동생으로 여기고 저는 김윤석 선배를 스승이라고 여긴다. 실제로 ‘곡성’도 그분의 조언과 도움으로 완성된 영화다. 그렇게 정확한 연기를 하고 문학 등 지식에 정통한 배우를 앞으로는 못 볼 것 같다. 진심으로 존경하고 믿는다. 다만 이번 영화에 그 분을 모시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다. ‘황해’ 시나리오를 쓸 때는 김윤석과 하정우 두 배우를 염두 해 놓고 썼다. 이번 작품은 실화에도 근거 하지 않고 온전한 창작을 하다 보니 글이 우선이었다. 다 쓰고 났더니 김윤석 선배의 마땅한 역할이 없었다.”

-나감독은 황정민의 ‘무당연기’에 대해 극찬을 했는데 일부 관객은 ‘조폭’ 이미지에서 벗어 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투리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자세히 뜯어 보면 디테일에서 다르다. 황정민의 연기는 최고였고 원맨쇼를 보여줬다. 러닝타임을 무시할 수 있다면 황정민의 모든 연기를 다 담아내고 싶었다. 그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편집실은 도살장이라는 말이 있다. 다 담고 싶은데 눈물을 머금고 뼈와 살을 잘라내야 해서 그렇다. 잔혹한 공간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 중 많은 사람들이 매우 혼란스러워 한다.

“이 영화는 ‘혼돈’을 매우 중요한 소재로 채택하고 있다. 극중 인물이 혼란을 겪는 것처럼 여러분도 혼돈을 경험하길 바란다. 작가의 숨은 의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이 영화를 보고 복잡하겠으나 그것이 의도인 영화인 만큼 집착하지 말길 바란다. 혼돈 끝에 생각을 굳혔다면 그것이 여러분의 생각이고 결말이다. 나는 그것을 지지한다.”

stara9@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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