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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속 문학언어, 화폭으로 옮기다

입력 : 2010-02-01 10:01:20 수정 : 2010-02-01 1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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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주름-안종연과 박범신의 만남’전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3일부터 28일까지 전시
 
빛의 에젠, 2009
빛의 에젠, 2009
‘주름’은 작가 박범신(63)이 2006년 1월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50대 남성이 경험한 극한 사랑이야기다. 하루 하루가 허무하고 무기력한 50대의 남자(김진영)는 죽음에 잠식당하고 있던 한 여인을 좇아 일상을 버리고 유랑을 감행한다는 줄거리. 한마디로 ‘죽음을 향해 가는 시간의 주름에 관한 치열한 기록’인 동시에 죽음에 관한 치밀한 전략서인 셈.

박범신은 이 소설에 대해 “나는 시간의 주름살이 우리의 실존을 어떻게 감금해 가는지 진술했고 그것에 솔절없이 훼손당하면서도 결코 무릎 꿇지 않고 끝까지 반역하다 처형된 한 존재의 내면 풍경을 가차없이 기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태어나 결코 시간을 거역하지 못한다. 그리고 시간이 쌓여 세월이 흐르면 죽음을 맞아야 한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것이다.

어떤 예술가가 시간의 주름을 통해 소멸하는 존재들에 대한 헌사로 쓴 ‘주름’이라는 소설을 평면회화와 시각예술로 표현한다면 어떠한 결과를 낳을까. 잘 나가는 소설가가 자비를 들여 자신의 소설을 테마로 예술작품을 만들려면 여러 가지 면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가 다리를 놓거나 멍석을 깔아야 한다.
고산자, 2009.
안종연은 김정호의 생애를 담은 박범신의 ‘고산자’를 읽고 나이테가 있는 나무에 작업을 하기로 하고 적합한 나무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드로잉은 물감 대신 인두를 사용했다.

사단법인 문학사랑과 대산문학재단은 6년째 ‘문학과 미술의 만남’전을 매년 개최해오고 있다.

그 20번째 전시가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2월3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작가 박범신의 소설 ‘주름’과 ‘대동여지도’를 편찬한 고산자 김정호의 생애를 그린 소설 ‘고산자’ 속의 문학언어를 평면과 입체, 그리고 영상과 설치에 이르는 시각예술로 형상화 할 작가로 미술인 안종연(57)이 선정됐다. 이렇게 뜻있는 인간들의 노력으로 ‘안종연, 시간의 주름-안종연과 박범신의 만남’전이 탄생했다. 봄을 앞두고 미술과 문학의 색다른 만남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여러 매체를 이용해 공간을 연출하는 능력이 탁월한 시각예술가 안종연에게 박범신은 “내가 쌀을 주었으니 당신이 그것으로 떡을 하든 밥을 짓든 하시오”라고 화두를 전한다.

50대의 여성작가 안종연을 그의 소설에서 무엇을 봤을까.

“나는 박범신 선생님 소설에서 생성과 소멸을 읽었습니다. 우리가 매 순간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또한 매 순간 떠나 보내는 것처럼, 힘겨운 시간이 지나가면 즐거운 순간이 오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매 순간 순간이 생성되면서 소멸하고 소멸하면서 생성됩니다. 한 순간도 같은 적이 없어요. 만화경처럼 말이죠.”

안종연은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문학적 서술 자체를 시각화하기보가 주제의식을 은유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제목은 모두 소설 목차에서 따와 달았다. ‘빛의 에전’ 연작은 물결의 파동이나 풍경 등을 통해 빛의 확산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컬러 스테인리스 스틸 판재를 전동 드릴로 쪼아서 형상을 새겼다. 소설 ‘주름’에는 “산, 숲, 강, 호수, 해, 달, 별에게도 영이 있답니다. 또 사람도 제각기 에전이라고 불리는 영을 갖고 있는데 사람의 운명이 이 에젠의 지배를 받아요”라는 대목이 나온다. 안종연은 이에 작안해 모든 자연에 깃든 영혼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전시에는 이 프로젝트의 동반자인 박범신과 안종연 두 사람의 인물을 새긴 초상작품도 선보인다. (02)720-1527

스포츠월드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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