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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 풍경소리]설날 첫 음식 떡국은 순수와 장수와 부를 의미

입력 : 2010-02-12 09:42:46 수정 : 2010-02-12 09: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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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새해 첫날인 설날에 새하얀 떡국을 조상님에게 차례를 지낼 때 수라(밥)대신 올린다. 차례를 올린 다음 부모님에게 세배를 들여 덕담을 나누고 가족들이 음복하고 나서 동네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러 다닌다. 예전에 어렸을 때를 회상해보면 설 전날 햅쌀을 소쿠리에 담아 머리에 이고 방앗간에 가면 떡가루를 내고 쪄서 떡가래를 뽑아내는데, 김이 설설 나는 가래떡이 쭉쭉 빠져나오는 것 을 가위로 적당히 잘아서 소쿠리에 척척 담았던 기억이 난다.

뽑아 나온 가래떡은 ‘조상님이 먼저 드셔야 한다’고 하여 먹고 싶어도 손 하나 안 대고 집에 갖고 와서는 차례상에 올릴 떡은 제일 먼저 따로 떼어 보관하고 나서 나머지를 식구들이 둘러 앉아 쫄깃쫄깃한 흰떡을 깨소금 뿌린 간장에 찍어 먹던 생각이 난다. 물속에 담가둔 흰떡가래가 뻣뻣하게 굳어 있는 것을 식칼로 써는 것도 하나의 일이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사람마다 소원 성취하고 액운이 없어지기를 바라는데 개성 지방에서는 조랭이 떡국을 먹었다. 예전에 어린 아이들의 옷 끈에 나쁜 액을 쫓기 위해 달아주었던 나무 조롱을 닮아 새해에 나쁜 액을 모두 막아주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제공 자료를 보면 궁중의 떡국은 현대의 떡국과는 쌀의 종류, 떡 써는 모양, 육수 내는 법이 달랐다고 한다. 정조 19년(1795년)에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화성의 현융원에 행차해 잔치를 베푼 기록인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를 보면 멥쌀, 찹쌀, 꿩, 소고기, 간장이 재료로 사용되고, 멥쌀, 찹쌀은 떡으로, 닭, 꿩, 소고기는 장국과 고명으로, 간장은 양념으로 사용된 것 같다. 떡국용 떡의 재료로서 사용한 멥쌀과 찹쌀은 4:1의 비율로 섞어 가래떡을 만들어 매끈거리는 것을 더해주고 또 먹었을 때 약간 찰지게 했다.

국물도 사골이나 양지머리가 아닌, 닭, 꿩고기, 쇠고기로 육수를 우려내 사용했다. 가래떡 썬 모양도 요즘과 같이 타원형이 아니고 수저로 뜨기 편하도록 동전처럼 동글게 썰었다. 흰 떡국에 쇠고기 산적을 작게 만들어 올리고, 달걀 지단의 노란색, 실고추의 붉은색, 파의 초록색, 검은색의 표고버섯을 더해 오색의 고명으로 더 영양 있고 멋을 내서 식욕을 돋구는데 떡국을 먹을 때는 시원한 동치미나 나박 김치와 함께 먹음으로써 소화를 돕는다.

떡국을 병탕(餠湯) 또는 첨세병(添歲甁)이라고 하여 한 살을 더 먹는 뜻으로 쓰여졌는데 떡국을 먹는 풍습은 최남선의 ‘조선상식’에서 흰색의 음식으로 새해를 시작함으로써 천지 만물의 부활신생을 의미하는 종교적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설날에 떡국을 먹는 것은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를 물을 때 ‘몇 살이냐’라고 묻기 전에 ‘떡국을 몇 그릇 먹었느냐’라고 묻기도 한다. 새해의 첫 음식으로 순수와 장수와 부를 의미하는 것이다.

흰색의 정갈한 음식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을 하고 떡가래처럼 길다랗게 장수하고 재물이 쭉쭉 잘 뻗어 나오라는 것을 상징하였다. 칼로 썰때 동그랗게 동전 모양처럼 써는 지방이 있는데 그것은 옛날 화페인 동전을 나타내는 것으로 설날 떡국을 먹음으로써 재물이 풍족하게 들어오라는 뜻이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소망을 안고 세배를 드리면서 덕담을 나누게 된다. 

김상회 역학연구원장

www.saju4000.com, 02)533-8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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