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출연진들. MBC 제공 |
MBC는 “녹화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출연진과 제작진이 합의해서 규칙을 변경했다고 해도 득표율이 가장 낮은 후보자를 탈락시키는 것은 시청자와 약속이었다”면서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 김PD를 교체한다”고 교체이유를 설명했다.
김영희 CP. MBC 제공 |
시청자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바로 ‘약속’을 깼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는 가수들을 시청자의 평가를 가수가 승복하는 프로그램. 제작진 스스로 세운 원칙을 재도전의 기회를 주면서 깨어버렸다. 이로써 ‘나는 가수다’의 존재이유가 훼손됐다.
MBC는 뒤늦게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김영희 PD를 교체했다. 그렇다고 한번 손상된 공정성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듯 보인다.
‘나는 가수다’는 출발부터 뒷말이 많았다. 가창력 있는 가수들이 노래로 청중 평가단에게 평가받는다는 시도는 신선했지만 우려의 시선이 더 많았다. 실력파 가수들이 단 한 번의 평가에 울고 웃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회에서 정엽이 가장 낮은 득표율을 얻고 “당시 결과가 생각나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출연자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는 뜻. 이런 긴장감만큼 ‘나는 가수다’ 주목받았다. 시청률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MBC는 가수들이 부른 명곡을 음원으로까지 출시했다. 수익을 불우이웃에게 돕는다고 밝혔지만 전체 가요계에는 악영향을 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말 몇 억 원씩 들여 앨범을 냈는데 기운이 빠진다. 아무리 앨범 활동을 하면 뭐하냐. ‘나는 가수다’에서 나온 음원이 온라인 차트를 휩쓸고 있는데”라고 푸념했다. 가수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나는 가수다’가 오히려 가수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단순히 연출자에게 책임을 지게 해서 논란이 해결되지 않는다. MBC가 시청자를 존경한다면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황인성 기자 enter@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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