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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4-23 03:00:00, 수정 2018-04-22 17:04:55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9 대란 … 의사·환자 ‘불만고조’

    • [정희원 기자] MSD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인 가다실9이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물량부족 사태 이후 현재까지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어 의사·환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국MSD 측은 원활한 가다실9 공급은 오는 9월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의 중요한 원인 인자로 알려져 있다.

      가다실9이 갑작스런 ‘품절대란’을 겪는 것은 2017년 여름 제조공장이 악성코드 ‘랜섬웨어’에 감염되면서 생산에 차질을 겪었기 때문이다. MSD 관계자는 “백신 자체가 생물학적 제제다보니 기존 생산물량까지 자진 폐기처분한 것도 한 원인”이라며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가다실9을 공급받고 있는 병의원에 공문을 보내 상황을 알리고 양해를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가다실9의 물량부족이 문제가 되는 것은 HPV백신 특성상 연속성을 갖고 접종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다실9은 물론 GSK의 서바릭스, 기존 가다실은 성인 기준 총 3회 주사해야 한다. 첫 접종 후 2개월 뒤, 또 그로부터 4개월 뒤에 추가접종해야 항체가 안정적으로 생성된다. 같은 HPV백신이라도 1차접종을 가다실9으로 받은 사람이 2, 3차를 기존 가다실이나 서바릭스 등 다른 백신으로 맞을 수 없어서 더 곤란하다.

      이로 인해 대다수 병원은 MSD가 보낸 공문대로 가다실9 잔여분량을 추가접종 대상자에게만 주사하고 있다. 공급물량이 불안정하다보니 신규 환자는 아예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물량부족 2개월에 접어든 현재, 추가접종 대상자조차 제대로 백신을 맞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제 슬슬 남은 가다실9 물량도 떨어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25)는 최근 가다실9 마지막회차 접종을 앞두고 병원을 찾았다가 ‘백신이 없으니 기다려달라’는 말을 들었다. 김 씨는 “처음에 1회씩 맞는 것보다 패키지로 3회분을 구입하면 더 저렴하다는 원장님의 조언에 한꺼번에 결제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당황스럽다”며 “접종 후 1년 안에만 맞으면 괜찮다고는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을 주고 맞은 백신효과가 떨어질까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기존 백신은 3회 기준 33만~55만 선이지만, 가다실9은 60~70만원대다.

      가다실9은 특히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더욱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가다실9이 고가임에도 선호도가 높은 것은 한국여성에서 2, 3순위로 많이 발견되는 고위험군 HPV 52·58형까지 추가로 예방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A병원의 경우 검진과 함께 가다실9 예방접종을 먼저 요구하는 환자가 많다. 이런 상황에 백신 재고보다 추가접종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더 많은 상황에 맞닥뜨렸다. 결국 불만이 터졌고, A병원은 가다실9 재고가 남은 지방병원에서 이를 빌려와 추가접종에 나서야 했다. 관계자는 “가다실9을 실컷 홍보해놨더니 정작 물건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이 터진 환자들은 결국 병원에서 달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 대형 여성병원들이 가다실9을 사재기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도 돌고 있다. MSD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 의료진이 느끼는 답답함을 이해한다”며 “사재기 여부는 유통사에서 확인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만약 특정 병원이 백신을 대량으로 구매하겠다고 하더라도 회사 측에서는 이를 막을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경쟁사 제품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 서울 신사동 C산부인과 원장은 “가다실9을 맞은 사람들에게는 재고로 접종하지만, 신규 환자에게는 다른 백신을 추천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MSD 백신의 비중이 독보적이지만 이번 대란을 계기로 논문들을 참고한 뒤 GSK의 서바릭스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바릭스 관계자는 “아직 뚜렷한 매출증대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2016년 국내 첫 선을 보인 가다실9은 현재 시판중인 관련 백신 중 가장 많은 HPV유형에 대한 적응증을 갖고 있다. 2~4가지 HPV를 예방하던 서바릭스·기존 가다실 등과 달리 9가지 HPV에 대한 항체를 생성한다. 가다실9은 여성의 자궁경부암을 필두로 외음부암·질암·항문암·콘딜로마(곤지름) 등을 예방한다. 남성에서는 항문암·콘딜로마 등 생식기 사마귀도 예방한다.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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