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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6-26 03:00:00, 수정 2018-06-25 16:57:23

    약사도 불매운동… 옥시 '스트렙실' 매출 반토막

    가습기살균제 불똥… 실적 내리막
    인후염·목감기치료제 독주시대 끝
    '용각산' 반사 이익… 1인자로 껑충
    마땅한 대체품 없어 소비자들 울상
    • [정희원 기자] “스트렙실 대신 다른 비슷한 약 권해드릴게요. 통증이 심하면 이부프로펜도 같이 드세요.”

      서울 강남구청역 근처의 A약국. 한 환자가 인후염 소염진통제 스트렙실을 찾았더니 약사는 대체품을 추천한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의 B약국 약사도 “굳이 약국 제품진열을 바꾸지 않았지만 2016년 옥시사태 이후 스트렙실을 대신할 제품들을 여럿 구비해놨다”고 말한다.

      지난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던 이른바 옥시사태의 여파가 옥시의 한지붕 가족인 스트렙실로 번져가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가 올해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후, 약국에는 ‘안티옥시’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약사들은 스트렙실을 찾는 이들에게 손수 대체제를 권하는 분위기다.

      2011년 국내 상륙한 스트렙실은 한동안 약국 인후염·목감기치료제 ‘1인자’로 통했다. 사탕처럼 빨아먹으면 플루르비프로펜(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 성분이 목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힌다. 레몬·오렌지맛 등 달콤한 맛도 인기에 한몫했다. 인후두염에 작용하는 트로키 타입 약이 대부분 항균제·항히스타민제 등인데 비해 스트렙실은 유일한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로 ‘마니아층’이 두터웠다.

      ◆옥시 꺼라고? 독주 끝, 매출은 ‘반토막’

      스트렙실의 독주는 옥시사태와 함께 끝났다. 스트렙실의 제조·판매원은 옥시래킷벤키저의 영문이니셜을 딴 ‘RB코리아’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며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했다. 2015년 스트렙실의 외형은 70억원 규모였으나, 옥시사태가 터진 2016년부터 꾸준히 하향세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의 조사 결과 2017년에는 전년 대비 28% 하락한 36억원의 실적을 냈다. 2015년에 비하면 절반 정도 매출이 뚝 떨어진 셈이다.

      눈에 띄는 점은 약사들이 나서서 불매운동을 권장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옥시와 RB코리아의 연관성을 잘 알지 못한다. 이를 간파한 약사들은 ‘옥시 제품’이라는 정보를 알려주는 식이다. 대한약사회는 옥시사태 직후 공식적인 불매운동 및 판매거부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불매운동에 공감한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올해도 옥시 의약품 불매시위를 시작하겠다는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옥시 측은 끝까지 책임있는 조치를 다해야 한다는 약사회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불매운동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회신했다.

      상황이 이렇자 RB코리아는 올해 초부터 지역별 약사회를 찾아 약사들에게 자사의 의약품을 팔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RB코리아는 TV광고 등으로 인한 높은 약품 인지도를 내세우며 제품 마진을 박하게 유지해 약사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엎친데 덮친 격이 돼버렸다.

      스트렙실이 밀려나면서 현재 인후염 일반약 분야의 제왕 자리는 보령제약의 ‘용각산’이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한해 동안 6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년보다 50% 성장하는 등 반사이익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러나 사탕 같은 트로키 제형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과립 형태의 용각산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샤이고객? 스트렙실 사고 싶어도 ‘민망’ … 대체제 찾아 방황중

      옥시의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 탓에 스트렙실이 잘 맞는 고객들은 눈치를 보면서 약을 구매하는 실정이다. 필요에 의해 사긴 하나, 사회 분위기에 자신의 선택을 부끄러워하는 일종의 ‘샤이고객’이 된 셈이다. 직장인 강모 씨(32)는 “편도선염을 달고 사는데, 솔직히 스트렙실 만큼 효과적인 약은 없었다”며 “대체제는 약 맛이 너무 강하고, 통증완화 효과도 덜해서 손이 잘 안갔다”고 토로했다. 이어 “약국에서 스트렙실을 달라고 하면 간혹 ‘옥시껀데 굳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이 있어 민망하다”며 “나한테 맞는 대체제가 있다면 바꾸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똑같은 약이 없어 곤란하다”고 했다.

      인후염에 작용하는 트로키 제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경남제약의 미놀트로키, 일동제약의 레모신에프트로키 등이 있다. 레모신에는 국소마취 성분인 리도카인이 함유돼 스트렙실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미놀에프는 가래 증상에 유용하다. 이들 제품은 스트렙실처럼 사탕같은 맛이라기보다 ‘약 느낌’이 강하고, 약리기전도 달라 기존 마니아층의 마음을 돌리진 못하고 있다.

      스트렙실 선호도가 높은 환자 사이에서 최근 떠오르는 대체제는 알파제약의 ‘세가톤트로키’다. 같은 성분은 아니지만 모양·맛이 비슷하다. 세가톤트로키는 세틸피리디늄염화물수화물 주성분으로 진통제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살균소독작용으로 구강·인후·편도선 염증을 완화시켜준다. 다만 이를 구비한 약국을 찾아보기 어려운 편이다.

      한편, RB코리아는 국내 철수 계획 없이 생활용품 사업은 줄이고 오히려 스트렙실·개비스콘·듀렉스 등 헬스케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RB코리아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배상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적극 협조하면서도 기존 의약품 판매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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