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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어느 가족’ 허리아픈 ‘하츠에’ 할머니, 혈연보다 따뜻한 온기 돋보여

입력 : 2018-09-05 03:00:00 수정 : 2018-09-04 19: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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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힘들고 지칠 때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쉼터이자, 어떤 상황에서든 내 편을 들어주는 든든한 우군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어느 가족’은 제목과 달리 독특한 모습의 가족을 그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 남편이 남긴 연금으로 살아가는 할머니 하츠에(키키 기린 분), 일용직 건설 노동자 오사무(릴리 프랭키 분), 세탁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부요(안도 사쿠라 분), 유사 성행위 업소에서 일하는 아키(마츠오카 마유 분), 도박장 주차장에 버려졌던 쇼타(죠 카이리 분), 부모로부터 학대 받던 유리(사사키 미유 분) 등 인물들이 각자 사연을 안고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간다.

가출과 유괴로 모인 6명이 이룬 독특한 이 공동체는 혈연관계가 전혀 없음에도 여느 가족보다 끈끈한 유대를 보여준다. 스스로 선택한 가족이기 때문일까. 할머니의 연금을 기반으로 일용직과 좀도둑질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더라도 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런 가족의 중심에는 언제나 하츠에 할머니가 있다. 언뜻 보면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사는 듯 보이지만 그녀는 영화 내내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한다. 가족들이 돌아올 집을 제공한 것도 할머니이고, 집 밖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온 가족들을 따뜻한 말로 위로해주는 것도 할머니다.

그런데, 하츠에 할머니의 등은 항상 굽어 있다. 거동은 가능하나, 한 손을 등에 대고 뒤뚱뒤뚱 걸어 다닌다. 집에서도 편히 눕지 못하는 것으로 미뤄 보아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다리에 복합적인 통증·신경 증세를 유발하는 척추질환 중 하나다. 척추 신경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압박을 받아 생긴다. 허리·다리가 저리면서 아프고, 가만히 있을 때보다 움직일 때 심한 통증을 느낀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오래 걸을 때 허리통증과 다리가 당기거나 저림 증상이 동반된다. 이때 허리를 숙이면 증상이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 허리를 숙일 때 통증을 느끼고 쉴 때도 통증이 지속되는 추간판탈출증(디스크)와 구별되는 특징이다.

퇴행성 질환인 척추관협착증은 통증 기간이 길수록 치료에 필요한 시간도 덩달아 길어지는 만큼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적잖은 근골격계 환자는 통증을 느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병을 키우곤 한다. 허리가 굽는다는 것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질환이 시작된다는 신호다. 평소 가족들의 서로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다.

영화 중반 하츠에 할머니가 돌연 세상을 떠나자, 가족은 급속도로 해체되기 시작한다.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 들킨 쇼타가 도망치다 사고를 당하고, 세간의 눈을 피해 도피하려던 나머지 가족들도 경찰에 붙잡힌다. 그동안 가족들을 한데 묶어줬던 것은 할머니의 집이 아니라 할머니라는 존재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날, 여섯 가족은 여름을 맞아 바다로 바캉스를 떠난다. 할머니는 해수욕장에서 물장구를 치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멀찍이 지켜보며 울먹이듯 혼잣말로 마음을 전한다. “고마워. 다들 고마웠어”라고. 할머니는 노년의 고독함을 가족들의 온기와 맞바꾸어 평온을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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