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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2-31 14:48:24, 수정 2018-12-31 14:49:39

    ‘날조’로 드러난 이수역 여혐폭행사건 [현장메모]

    • “중앙대병원입니다. 허위기사 내려주시죠.”

       

      지난 13일 회사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이수역 폭행사건’ 발생 직후 크게 다쳤다고 주장한 여성들이 정작 병원에선 입원을 거절당했다는 기사를 보도한 뒤였다. 병원을 취재해 “부상 정도를 보면 입원 필요성은 없었다”는 답변까지 듣고 썼는데 허위라니 이상했다.

       

      확인해 봤더니 발신자를 중앙대병원으로 사칭한 전화였다. 좀 있다가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제가 입원했던 여성인데 사실이 아니라고요.” 그 또한 당사자인 척한 거짓말이었다.

      김청윤 사회부 기자 

      당시 기자는 하루 472통의 항의 이메일을 받았다.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며 막무가내로 “내려 달라”는 내용뿐이었다.

       

      이수역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여성들이 분노한 것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하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머리가 짧다는 이유만으로 여자 2명이 남자 5명과 남녀커플한테 집단구타를 당했다. 여혐을 처벌해 달라.’

       

      이후 인터넷 게시판과 ‘팩트 확인 없는’ 보도 등을 통해 온갖 설이 ‘팩트’인 양 추가됐다. ‘남자가 계단에서 여자를 발로 찼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늑장 출동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공간에서 조사를 받았다’….

       

      취재 결과 이 모두가 거짓으로 판명났다. 국민을 공분케 한 폭행사건이 실은 ‘날조’였던 셈이다.

      그 결과 평범한 남자 대학생들은 ‘파렴치범’이 됐다. 경찰은 19명을 투입한 전담팀까지 구성했다. 가히 연쇄살인범 대책반 수준이다. 그 사이 적재적소에 쓰여야 할 공권력은 낭비됐다.

       

      요즘 우리 사회에 ‘미러링’이란 말이 유행이다. 남자들의 여혐에 대응해 여자도 남자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아줘야 한다는 뜻이란다. 여권 신장이라는 ‘대의’만 옳으면 거짓말을 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등 ‘수단’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걸까.

       

      어떤 경우에도 거짓은 정당화될 수 없다. 고삐 잃은 분노에 휘둘렸다가는 언제인가 자신도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 

       

      김청윤 사회부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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