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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숨결 품은 청정자연… 영월의 매력에 빠지다

입력 : 2019-01-23 03:00:00 수정 : 2019-01-22 18: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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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릉·청령포·관풍헌 등 '비운의 왕' 단종 흔적 고스란히 / 서강 절경 선돌 '인기'… 호안다구박물관 등 볼거리 풍성

[영월=정희원 기자]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 차를 타고 꼬박꼬박 졸다 보니 어느새 영월에 도착했다. 차가운 공기가 코끝에 느껴지니 비로소 ‘강원도에 왔구나’ 싶다. 겨울 영월은 얌전하다.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다른 강원도 지역과 달리 자연을 그대로 품은 듯 소박한 인상이다.

◆곳곳에서 만나는 비운의 임금 ‘단종’과 방랑시인 ‘김삿갓’의 흔적

영월은 소박함 속에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도시다. 구석구석에는 비운의 임금 단종의 흔적이 어려 있다. 영월은 단종의 마지막 생을 보낸 곳이다.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박탈당하고 단종에서 노산군으로 강봉된 그는 어린 나이에 먼 영월 청령포까지 유배를 와야 했다. 단종은 유배된 지 두어달만에 거처가 물에 잠기자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긴 뒤, 그 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단종을 모시던 충신들도 이곳에서 그와 함께 삶을 마무리했다.

 

영월에는 단종의 한 서린 마지막을 담은 역사적 장소를 곳곳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곳이 단종이 잠든 ‘장릉’과 유배돼 거주하던 ‘청령포’, ‘관풍헌’이다. 이들 사적지는 각각 승용차로 5분 거리 이내에 위치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는 영월군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에 위치해 있다. 삼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고, 서쪽으로도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마치 섬처럼 보인다. 아직도 이 곳으로 가려면 배를 타고 5분 정도 움직여야 한다. 청령포에는 사람들을 나르기 위한 배가 수시로 다니고 있다. 청령포를 향해 가며 보이는 강물은 깊고 맑아 속까지 들여다보인다. 이른 아침마다 강 주변이 물안개로 뒤덮이는데, 주민들은 이를 두고 ‘단종의 한숨 섞인 눈물이 물안개로 피어오르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배에서 내려 돌길을 조금 거닐다보면 비로소 흙길이 나타난다. 청령포 전체를 다 둘러보려면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소나무가 가득 심겨 있어 작은 숲처럼 느껴진다. 커다란 소나무들이 자라며 하늘길을 만든다. 이곳에는 단종의 비통한 모습을 직접 보고 비통한 눈물을 삼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 ‘관음송’(觀音松)이라고 불리는 소나무가 있다. 서울에 두고 온 부인 정순왕후를 그리워하며 단종이 쌓았다는 돌탑인 망향탑에서도 애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단종이 마지막으로 머무른 곳인 관풍헌은 지방 수령들이 공사(公事)를 처리하던 객사였다. 그는 이곳에서 삶의 마지막을 맞는다. 이후 단종은 ‘장릉’에서 비로소 영면에 든다.

장릉은 다른 왕릉과 형태가 다소 다르다. 이는 터를 잡고 왕릉을 조성한 게 아니라, 동강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호장 엄홍도가 수습해 선산에 몰래 암장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장릉의 봉분은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고, 묘역도 좁은 편이다.

다른 왕릉과 달리 왕을 지킨다는 무장을 상징하는 무석인(武石人)이 없다. ‘칼’에 생을 마감했으니, 이를 없앴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인을 표현한 문석인(文石人)도 크기가 작다. 장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장릉에는 봉분뿐 아니라 단종의 시신을 거두지 말라는 어명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습한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는 정려각이 있다.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충신위(忠臣位) 32인, 조사위(朝士位) 186인, 환자군노(宦者軍奴) 44인, 여인위(女人位) 6인을 합해 총268인의 위패를 모셔 놓은 장판옥(藏版屋)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꽤 넓은 공간을 둘러볼 수 있고, 한복을 빌려입고 거닐 수 있는 한복대여소도 마련돼 있다.

이밖에 영월군 읍내 근처에는 단종의 죽음을 슬퍼한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금강정과 낙화암이 있다. 금강정은 세종 때 처음 지은 전망이 빼어난 정자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푸른 동강이 아름답다. 단종 승하 후 단종의 궁녀와 관리인, 종인을 비롯한 총 90명이 낙화암에서 떨어져 목숨을 던졌다. 금강정 뒤에 시녀·시종들의 넋을 모신 사당 민충사가 있다. 좀 더 가면 이들을 기리는 충절비와 몸을 던진 절벽을 가리키는 낙화암 빗돌을 볼 수 있다.

영월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역사적 인물은 ‘방랑시인’ 김삿갓이다. 본명은 김병연으로 나이 20세에 이곳 관풍헌에서 열린 백일장에 참여해 장원급제했다. 하지만 자신이 지탄한 대상이 조부 김익순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책감에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전국을 떠돌며 방랑생활을 하며 시를 썼다. 현재 영월군에는 그가 잠들어있는 김삿갓묘가 있다. 근처에는 김삿갓이 거주했던 공간이 있는데, 재밌게도 ‘현대판 김삿갓’이 거주하고 있다. 기골이 장대하고 하얀 수염을 기른 영월군 문화관광해설사 최상락 씨가 김삿갓을 재현하고 있다. 이곳에서 자가용으로 10분 남짓이면 김삿갓의 일생을 모아놓은 ‘난고김삿갓 문학관’에 들를 수 있다.

◆영월에서 만나는 하늘·땅 ‘자연절경’

영월에서는 아름다운 자연절경도 만날 수 있다. 장릉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선돌’도 각광받는 명소다. 선돌은 두 갈래로 우뚝 솟아있는 70m 높이의 두 절리를 말한다. 흐르는 강 사이로 자리한 층암절벽의 모습이 마치 신선같다 해서 ‘신선암’이라고도 불린다. 마치 큰 바위를 신선이 칼로 쪼갠 듯하다. 이 사이로 서강이 흐르는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선돌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면 한 가지씩 꼭 이루어진다는 설화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

영월에 왔다면 아름다운 별이 쏟아지는 밤을 만끽해보자. 영월읍 봉래산 정상에는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 이라는 뜻의 별마로천문대가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천문대다. 일반에 개방되는 시민천문대 최상의 관측조건인 해발 799.8m에 자리하고 있어 달, 행성, 별을 자유롭게 관측할 수 있다.

플라네타리움돔(천체투영실)에서 해설사로부터 별자리를 찾고, 로마신화를 들은 뒤 관측실로 옮겨 별과 달을 만날 수 있다. 관측실에 올라가면 슬라이더로 열리는 천장이 장관이다. 천문대가 위치한 봉래산 정상에는 활공장이 있어 넓은 시야로 산 정상에서 영월읍내를 그대로 내려다볼 수 있다. 데이트와 가족여행 코스로도 훌륭하다.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 투어

영월은 ‘박물관 특구’로 지정된 곳이다. 영화 ‘라디오스타’의 촬영지였던 전 KBS 영월지국을 개조해 만든 라디오스타 박물관을 필두로 무려 24개의 다양한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과 영월에 들렀다면 직접 민화를 그려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조선민화박물관’, 수 백년 된 한국과 중국의 다기를 모아놓은 ‘호안다구박물관’을 추천한다. 호안다구박물관에서는 다례교육이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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