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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4-01 12:02:35, 수정 2019-04-01 12:02:37

    [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스스로 거부한 자유…중국의 ‘고한령(古限令)’

    • 중국이 또 다시 자국 문화콘텐츠 제한조치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대상이 충격적이다. 현 시점 중국 문화콘텐츠 중 가장 경쟁력 있다고 평가받는 사극을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홍콩명보 등 언론은 중국광전총국이 22일부터 TV와 웹드라마 플랫폼, 극장 등에서 사극 상영에 대한 일시 금지조치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광전총국은 허구가 일정부분 이상 가미될 수밖에 없는 사극 형식을 놓고 “역사적 허무주의를 단호히 반대한다”며 “오락성을 위해 역사를 마음대로 희화하거나 왜곡해선 안 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번 조치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리란 판단이다. 이를 중국선 고장극(古装劇, 고전복장극=사극)에 대한 제한령으로서 ‘고한령(古限令)’이라 부르고 있다.

       

      이 같은 고한령이 강한 반발을 불러오자 광전총국 측은 중국 3대 웹드라마 플랫폼 관계자들을 모아 부랴부랴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사극 제작에 타격을 줄 정도는 맞단 후문이다. 한 마디로, 웹상에선 사극을 보는 게 가능해졌지만 기획부터 제작, 방영, 홍보까지 모든 과정을 광전총국 측에 보고해 허가를 받아야 한단 식이다. 필연적으로 방영편수가 줄어들고 그만큼 사극제작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왜 중국이 아직까지도 아시아 엔터테인먼트를 제패하지 못하고 있는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는 대목이다. 흔히 막대한 자본력이야말로 문화발전 및 그 경쟁력 강화 절대배경인 듯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바로 문화적 자유의 확보란 얘기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우리 입장에선 최소한 지난 사반세기 동안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던 일이어서 체감이 잘 안 됐을 뿐이다. 공적개념이 통제하는 문화산업은 필연적으로 성장을 멈추고 위축된다. 문화적 상상력과 도전정신 자체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정치사회적 메시지와 무관한 상품들에서조차 그렇다. 언제 어떻게 ‘거기까지’ 제한이 들어올 진 아무도 모른다. 그럼 그만큼 크리에이티브 역량과 의지도 떨어지게 되고, 결국 이미 통용된 해외문물을 꾸준히 카피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론이 돼버린다.

       

      아무리 ‘중국식 개혁개방’을 내걸곤 있어도 중국은 어디까지나 공산주의 국가다. 그리고 공산주의 등 인간본성에 반하는 모든 종류 이데올로기 체제가 그렇듯, ‘통제’는 그 부작용이 아니라 체제 자체를 돌리는 근본동력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그러니 최소한도 지금 같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문화 분야에 대한 통제 역시 앞으로도 수그러들 일이 없다. 오히려 강화될 소지만 남아있다.

       

      넓은 시야에서 보면, 한류가 20여 년째 승승장구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문화트렌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역시 이 같은 아시아 여타국가들 가지각색 문제와 조건들 탓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위 언급했듯 근본적으로 문화가 뻗어나갈 조건을 갖추지 못한 환경이다. 빅브라더 통제국가의 문화 상품이 세계보편성을 얻어 뻗어나간 사례는 존재하질 않는다. 그리고 한류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직전까지 ‘아시아의 할리우드’로 불렸던 홍콩은 1997년 반환 이후 문화적 측면에서도 중국 통제범위 안으로 들어서버린 상태다. 가장 강력했던 영화산업부터 시작해 하나둘 생명력을 잃고 본토 국책영화 계열로 편입되고 있다.

       

      한편 일본은 또 다른 경우다. 1990년대 버블붕괴와 함께 내수시장 집중전략이 펼쳐진 것까진 어쩔 수 없지만, 그러면서 문화적으로 갈라파고스화 됐다. 동시에 몇몇 기업들이 시장은 물론 미디어까지 독식해버려 제대로 된 경쟁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분위기가 돼있다. 그러다보니 2010년대 들어와선 대부분 문화 분야가 글로벌 측면에서 안티트렌드화 길을 걷고 있다. 독창적 문화인 건 모두가 인정하지만, 점차 인도의 발리우드와 같은 독창성, 차별성, 이질성이 돼간다. 신기하지만, 글로벌 보편정서에서 점차 멀어져 더 이상 팔리진 않는다.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은 상당부분 경제규모와 소비시장 차원에서 문화산업이 융성할 분위기가 안 되는 경우가 많고, 2억7000만 인구를 거느리며 미래선진국 포지션을 잡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5%가 무슬림인 이슬람국가다. 그만큼 종교적 제약이 다양한 지점에 펼쳐져 있어 중국과는 또 다른 종류의 문화적 제재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러니 전 세계 76억 인구 중 45억이 몰려있는 아시아권에서 글로벌 문화트렌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나라는 결국 한국 정도밖에 남지 않는단 결론이 서게 된다. 물론 한국도 이런저런 문제와 제약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른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다. 곧 2020년대를 맞이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바로 그 부분이 지금껏 한류가 성공가도를 달려온 근본동력이자 미래한류 역시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강점이 된다.

       

      중국 고한령은 곧 여러 다른 분야들로도 번져나갈 것이다. 영상물 외에 현재 글로벌 트렌드 직전에 있는 사극 웹툰 분야까지도 충분히 넘어갈 소지가 있다. 특히 우리가 흔히 ‘퓨전 사극’이라 부르는 선협, 무협, 우상, 환몽 등 갖가지 고장극 서브장르들이 모조리 해당될 수 있다. 딱히 중국역사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없어도 쉽게 즐길 수 있어 사실상 가장 글로벌 확장성 높았던 서브장르들이다. 자신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가장 큰 문화적 무기를 스스로 내려놓는 형국이다.

       

      정확한 반면교사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미래한류의 과제도 가늠해볼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중국과 일본 현실을 놓고 그 정반대로 가야한단 단순원칙이다. 내수시장 한계 탓에 어쩔 수 없이 일본처럼은 되지 않을 조건이라 해도, 어찌됐건 문화적 자유 확보 측면에서 절대 후퇴는 있을 수 없고 향후 점진적으로 확대노선으로만 가야한단 근본원칙이 서게 된다. 공적개념의 문화산업 접촉과 개입, 규제를 최소화하며 어디까지나 민간자율 노선을 추구하는 것, 정확히 세계문화산업 메카 할리우드를 지닌 미국이 걸어온 노선이다. 경각심과 더불어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드라마 채널 CHING(채널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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