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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봉오동 전투’, 독립군 건강 돌봐준 이들은 누구?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입력 : 2019-08-14 18:07:58 수정 : 2019-08-14 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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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오동 전투’가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 중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 간 무역전쟁으로 발생한 긴장이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사회적인 반일 움직임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된 봉오동 전투는 암울하던 일제강점기 여러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활동하던 독립군이 연합해 이룬 자랑스런 쾌거다. 영화의 세부적인 고증 논란을 떠나 조국 독립을 위해 고향과 멀리 떨어진 전장에서 기꺼이 몸을 바친 순국선열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아직 3.1운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1920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3.1운동 이후 조선인들 가운데 나라를 되찾자는 인식이 높아지자 일제는 이전보다 더욱 악랄한 탄압을 가하기 시작한다. 

 

당시 무장항일활동이 활발했던 두만강 일대의 일본군은 항일세력이 있으리라 짐작되는 곳에 심문 없이 공격부터 하고 보는 ‘위력수색’을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당했다. 이를 보고 분노한 마적 출신 독립군 해철(유해진 분)과 병구(조우진 분) 일행은 장하(류준열 분)를 도와 일본군을 봉오동 분지 깊숙이 유인해 섬멸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독립군은 사기가 높고 의지가 강했으나 전력상 우위에 있는 일본군과 교전을 벌이며 잦은 부상을 입는다. 실제 전투가 이뤄진 봉오동 일대는 환경이 척박하고 능선과 계곡이 험해 전투로 인한 부상을 제외하고서도 갖가지 질병과 배고픔이 독립군을 괴롭혔을 것이다.  

 

그렇다면 독립군들은 부상과 질병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전장에서는 부상병과 병사들의 위생, 건강을 돌보는 역할을 하는 군의관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영화 후반부에서도 군의관들이 등장해 부상병들을 호송하고 치료하는 장면이 나온다. 

 

독립군 군의관 중에는 한의사도 다수 섞여 있었다. 독립군은 대개 간도 등지에서 조직된 만큼 중국으로 망명한 한의사들이 군의관으로서 활동한 경우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당시 한의사 중에는 일제의 한의학말살정책으로 인해 의생으로 신분이 격하되는 등 탄압에 반발해 독립운동에 투신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독립군들을 돕는 한약방이 각처에 있어 부상병을 색시 가마에 태워 일본군을 따돌리고 치료시켰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다. 부상치료뿐만 아니라 집단생활을 하며 발생하는 피부병, 식중독 등의 경우에도 약초를 찾아 약을 만드는 등 민간요법을 통해 병사들의 사기를 올렸다고 한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과 한의사는 겉보기에 서로 어울리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한의학은 최근 군대에 접목돼 효과를 보이고 있다. 전시 작전 중 빈번히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의 통증 관리 측면에서 수술이나 약물 없이 신속히 통증을 완화하고 기능을 회복시켜 작전을 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2016년부터 침치료가 진통제 사용을 억제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전장에 도입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미국 국방부 건강국(DHA)이 주최하는 원격 강의 프로그램을 통해 추나요법, 동작침법 등을 담은 자생한방병원의 한방 비수술 치료법 강연이 현역·예비역 미군 및 가족담당 의사 등 현지 의료전문가들에게 온라인 송출되기도 했다. 

 

만약 독립군 병사들의 곁을 묵묵히 돌봐준 이름 없는 군의관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독립과 함께 민족의 얼이 담긴 한의학을 이마만큼 지켜낼 수 있었을지 광복절을 앞두고 생각이 깊어진다. 선조들의 유산인 한의학이 더욱 인정받고 세계에서 저변을 높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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