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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더 애절하고 강렬하게…‘드라큘라’ 김준수, 맞춤옷을 입다

입력 : 2020-02-23 13:01:42 수정 : 2020-02-23 18: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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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타오르는 듯 붉은 머리카락, 깊고 짙은 눈동자, 호소력 있는 창법까지. 김준수가 그려낸 드라큘라는 판타지 속으로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일지라도 그가 만든 무대의 분위기와 숨결이 강한 힘을 발휘한다.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해온 뱀파이어의 슬픈 사랑 노래를 그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뮤지컬 ‘드라큘라’는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소설을 각색해 탄생했다. 오랜 시간 동안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서정적인 음악색이 만나 더 드라마틱한 전개를 이끈다. 2014년 여름 초연으로 국내 관객들과 만남을 시작한 ‘드라큘라’는 이달 11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새로운 막을 올렸다. 

 

이젠 붉은 머리색도 낯설지가 않다. 2014년과 2016년, 그리고 2020년까지 드라큘라 백작 역의 김준수의 ‘드라큘라’는 올해로 무려 세 번째다. 초연 당시 약 2개월의 기간동안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2주간 열린 재연에서는 매회 세종문화회관 3000석을 가득 채웠다. 치열한 예매 전쟁이 의미하듯 김준수의 티켓 파워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에 보답하듯 공연을 거듭하는 동안 김준수 표 드라큘라 백작은 더 애절하고 강렬해졌다.

드라큘라와 변호사 조나단 하커의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쭈글쭈글한 피부와 길게 늘어뜨린 백발의 드라큘라는 조나단의 약혼녀 미나를 보고 한 눈에 죽은 자신의 아내 엘리자베스를 떠올린다. 놀란 조나단은 미나를 돌려보내고, 이에 분노한 드라큘라는 조나단의 피를 마시고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 돼 미나를 찾아간다. 드라큘라를 쫓는 일당이 미나를 설득하지만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는 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4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사랑을 찾아 헤맨 드라큘라의 위대한 사랑 이야기다. 

 

400년 전 드라큘라는 사랑을 지키지 못해 저주를 택했다. 마침내 다시 만난 미나(엘리자베스), 그의 행복을 위해 목숨을 던질 만큼 간절한 마음을 노래로 표현한다. 오랜 세월조차 지울 수 없던, 400년의 삶을 버티게 한 절절한 세레나데는 ‘드라큘라’의 정점을 찍는다. 주옥 같은 넘버 ‘러빙 유 킵스 미 어라이브(Loving you keeps me alive)’는 김준수의 호소력 깊은 목소리와 만나 가슴 뛰는 순간을 선사한다. 

객석과 가까워진 무대에 관객들의 몰입도는 한층 높아졌다. 소품의 디테일은 살리고, 극적인 연출을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플라잉 세트와 블랙 스크린 등 공연장이 가진 장점을 최대화하면서 관객이 배우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아내 엘리자베스의 초상화를 등장시켜 드라큘라와 미나의 운명 같은 인연에 이해도를 높였다. 

 

김준수의 공연을 감상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공연”이라는 후기를 남겼다. 테크닉도, 목소리와 노래도 더욱 강해진 그의 무대에 “내 음악을 살아 숨 쉬게 한다”는 극찬을 보냈다. 170분간의 공연을 함께한다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평가다. 구부정한 등을 가진 백발의 노인부터 새빨간 피로 물든 젊은 드라큘라, 사랑하는 이를 향해 울부짖는 한 남자의 모습까지 다아내믹한 변천사를 물 흐르듯 소화해낸다.

4년 만의 재연에도 변함없이 강렬했다. 더 탄탄해진 실력은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맞춤옷을 입은 듯 김준수는 ‘드라큘라’ 그 자체였다. ‘모차르트!’(2010)를 시작으로 ‘천국의 눈물’(2011), ‘엘리자벳’(2012), ‘드라큘라(2014)’, ‘데쓰노트(2015)’, ‘도리안 그레이’(2016), ‘엑스칼리버’(2019) 등 지난 10년간 뮤지컬 배우로 거듭난 성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가 흘린 땀과 노력이 모여 2020년의 드라큘라 백작을 탄생시켰다. 안정된 연기, 가창력, 무대 장악력까지 자타공인 최고의 뮤지컬 배우 자리에 오른 김준수의 불타는 열정을 만나볼 기회다. ‘드라큘라’는 6월 7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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