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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구급차서 나눈 약속…NC 나성범 “이제 다 왔어요”

입력 : 2020-02-25 18:00:00 수정 : 2020-02-26 07: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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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투손(미국) 전영민 기자] “아내 보니까 눈물이 맺히더라고요.”

 

 미국 애리조나 투손 에넥스필드에 차려진 NC 스프링캠프. 선수단이 오전 일찍 모여 몸을 풀 때부터 나성범(31)은 철저히 혼자다. 공식 훈련 일정에서도 나성범의 이름은 격리되어 있다. 몸 상태가 올라와 선수단과 함께 훈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트레이닝 파트의 조언 속에 묵묵히 이를 갈고 있다. 모든 계획은 오는 3월 창원NC파크 홈 개막전에 맞춰져 있다.

김성중 수석 트레이너와 나성범(가운데), 김동호 트레이너가 애리조나 투손 스프링캠프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구급차에서 주먹질 했어요.”=지난해 5월 3일 KIA전에서 나성범이 쓰러지자 김성중 수석 트레이너는 그라운드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나성범과 함께 구급차에 올라탔다. 보통 수석 트레이너는 야구장에 남고 부하직원이 병원에 동행하지만 심각한 부상임을 직감한 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구급차 문이 닫히는 순간 나성범은 욱한 마음에 구급차 벽을 몇 차례 내리쳤다. 수년간 나성범과 함께한 김 수석조차 나성범에게 차마 어떤 말을 건네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성범이 입을 열었다. ‘형 미안해요. 나 때문에 너무 미안해요’라고. 병원에 도착해 MRI 사진을 찍는 동안 나성범의 아내가 병원에 도착했다. 김 수석이 ‘있어야 할 것(인대)이 없는 MRI 사진’을 들고 상태를 설명하자 나성범의 아내가 오열했다. 잘 울지 않는 나성범의 눈가에도 눈물이 고였다. 나성범은 “모든 것이 내게 너무 좋았던 상황이었는데 한순간에 끝이 났다. 아내가 오열하는 모습을 보니 감정이 통제되지 않더라. 내 상태를 설명하는 형도 너무 슬퍼보였다”고 설명했다. 둘은 힘들기로 유명한 무릎 재활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왔냐. 고생했다.”=둘은 초기 재활을 함께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성범이 재활군에 합류한 뒤로는 경과를 보고받으면서 상태를 파악했다. 이미 충격적인 상황을 겪고 난 후라 마음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던 터다. 그런데 통산 1000안타 시상식 때 다시 한 번 교감했다. 무릎 보조기를 차야 하는 나성범이 ‘그라운드에서는 보조기를 빼겠다’고 말했다. 장내 아나운서의 호명을 받고 그라운드로 나가는 중 한 명 한 명과 하이파이브를 했는데 공교롭게도 김 수석이 맨 마지막 차례였다. 눈을 마주친 김 수석은 자신도 모르게 나성범을 부둥켜안았다. 70일 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난 나성범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보조기를 뗀 점, 그리고 그간 함께 해온 힘든 과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기 때문. 김 수석은 “재활훈련을 지도하다 보면 선수들의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나)성범이는 끝까지 버티더라. 부담감도 응원으로 승화해서 다시 야구선수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니 코가 찡했다”고 말했다. 무뚝뚝한 두 남자는 눈물로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졌다.

◆“가자. 2020”=약 10개월 간 재활에만 매진한 나성범은 2020시즌 개막전에 모든 계획을 맞추고 있다. 아직 선수단 일정에 합류하지는 못했어도 달리기와 타격 훈련 등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다. 김 수석뿐 아니라 김동호 트레이너의 전담마크도 빛을 발했다. 김동호 트레이너는 지난해 연말부터 나성범을 전담으로 마크했고 전지훈련지에서도 단짝처럼 붙어있다. 김동호 트레이너의 노력 덕에 나성범은 회복 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었고, 김 수석은 선수단 전체를 관리하고 있다. 김동호 트레이너의 철저한 관리를 등에 업은 나성범도 몸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있다. 나성범은 “야구선수가 야구를 못하다 보니 재미도 없고 우울해진 적도 있었다. 공도 던지고 캐치볼도 하고 뛰어다니고 싶은데 옆에서 계속 안 된다고만 하니까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며 “그런데 자신감이 더 커진다. 모두가 내 경기력과 무릎을 걱정하지만 트레이너들이 옆에 있어서 주눅 들지 않는다. 다시 창원야구장에 서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이제 거의 다 왔다.”고 강조했다. 10개월 전 구급차에서 나눴던 나성범과 김 수석의 약속은 김동호 트레이너의 노력까지 더해져 끝이 보인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N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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