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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일 감독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입력 : 2020-03-24 17:29:24 수정 : 2020-03-24 17: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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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저희 보면 딱 보이지 않나요?”

 

 2018~2019시즌을 마친 직후 신한은행 선수단의 상태는 사막이었다. 몇몇은 큰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고, 선수단에 남은 인원들은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 계속 뛰다 보니 부상을 달고 살았다. 온몸을 테이핑으로 감싸지 않으면 코트 위에 나가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몇 달이 지나 정상일 신한은행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고 선수단과 첫 훈련을 진행하던 날 인천도원체육관에 모인 선수는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정 감독은 소방수였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팀을 재건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중국을 거쳐 OK저축은행을 맡았을 때와 비슷했다. 몸이 성치 않은 선수들과 최소한의 슈퍼스타를 이끌고 ‘팀 농구’로 신한은행을 바꾸는 것이었다. 정 감독은 “밑천이 없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내비쳤지만 현실에 맞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른바 정상일 사단이라 불리는 하숙례, 이휘걸, 구나단 코치와 밤낮없이 고민하면서 정상일호가 나아갈 방향을 찾았다.

 코트 위에서는 엄격했다. ‘원팀’을 헤칠만한 요소가 생기면 싹부터 잘랐다. 한 명이라도 게으름을 피우는 모습이 보이면 카메라 앞에서도 질책을 아끼지 않았다. 반대로 코트 밖에서는 한없이 다정한 ‘아저씨’였다. 기대보다 성장이 더딘 선수에게는 알게 모르게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네면서 교감했다. 선수단에서 남아있는 불공평도 없앴다. 승리 수당을 감독부터 후보 선수까지 똑같이 나눠서 분배했고, 선수단이 원한다면 외출·외박도 허용했다. 훈련부터 경기까지 정 감독은 모든 선수를 똑같이 대했다.

 

 선수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아프면 쉬라’라는 말을 무서워하던 선수들이 휴식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한 선수는 “아프면 들어가서 쉬라는 말은 프로선수라면 누구나 무서워하는 말이다. 쉬면 당장 내 자리를 뺏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면서 “감독님의 말은 달랐다. 참고 뛰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혼나는 지름길이었다. 당장 올해보다는 다음을 보는, 선수생명을 조금이라도 더 길게 보라는 감독님의 뜻을 알고부터는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꼴찌였던 신한은행이 4위에 올랐다. 정규시즌 강제 종료로 인해 한 계단 내려왔으나 지난해와 다른 농구를 선보이며 높은 성적을 거뒀다. 정상일 감독의 지휘 하에 신한은행은 튼튼하게 내실을 다지고 있다. 그 안에는 희미하게 '성공'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지고 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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