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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명의] “유방암 항암 중이라면 공주처럼 살아야”

입력 : 2020-07-10 03:00:00 수정 : 2020-07-10 18: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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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경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국내 유방암, 폐경 무렵∙사회활동 활발한 여성에서 유병률 높아 / 항암 중 ‘돌보는 역할’아닌 ‘돌봄 받는 역할’ 성실히 해야

[정희원 기자] “유방암 치료의 1원칙은 수술이지만, 암의 타입에 따라 항암·항호르몬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항암으로 고군분투하는 가족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세요.”

국내 여성암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유방암이다. 이는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예후가 좋다. 이때 뒤따르는 과정이 바로 ‘항암치료’다. 유방암 치료의 기본은 수술이지만, 항암제 역시 암과 대적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백선경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로부터 유방암 항암치료에 대해 들었다.

백선경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유방암 항암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유방암 항암은 크게 수술 전, 후 시행을 고려한다. 수술 전이라면 종양의 크기를 작게 만들고 유방보존 수술이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암수술 후에는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종양의 미세 전이를 차단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시행된다. 3기 이후의 병증이라면 항암이 불가피하다. 치료는 통상 3~6개월간 4~8회가 기본이다. 항암치료는 대체로 외래를 통해 받을 수 있다.”

-항암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과정으로 이뤄지는지.

“그렇지 않다. 항암 치료계획은 유방암 타입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유방암의 타입을 결정 짓는 생체 표지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속칭 ‘허투’로 불리는 ‘HER2 수용체’ 등이다.

특히 세가지 수용체가 모두 음성인 경우, 항암치료가 필수다. 암의 진행경과가 가장 빠른 상황인 만큼 1기로 진단받더라도 항암치료를 권하게 된다. 1기 유방암 환자라도 종괴가 1㎝보다 크다면 항암치료를 통해 종양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할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반대로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모든 유방암 환자가 100% 항암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발견이 빨랐거나,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으로 암이 천천히 진행되는 상황이라면 다른 보조요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의 비율은 임상적으로 봤을 때 20~30% 수준이다. 최근에는 ‘유전자 발현검사’ 결과를 통해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유방암 치료의 기본은 수술이지만, 항암제 역시 암과 대적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유전자 발현검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암의 재발 가능성 여부를 예측하기 위한 검사다. 특히 유방암 1~2기 조기 발견 환자에서의 10년 이내 재발률을 따진다. 이를 통해 항암치료 여부를 고려하기도 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재발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저위험군이라면 항암을 시행하지 않는다. 반대로 고위험군이라면 항암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유전자 발현 검사는 현재 해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검사비용의 보험처리가 어려워 임상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출산을 염두에 두거나, 아주 젊은 여성이 항암을 피해보고 싶은 경우 추천한다.”

-출산 전 여성에서 유방암 항암이 불리한 측면이 있는지.

“아무래도 ‘조기폐경’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에는 생리가 멎는다. 치료가 끝난 뒤에는 40대 이하 환자에서는 80~90%에서 생리가 돌아온다. 그 이후 나이대라면 확률이 더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환자가 임신과 출산계획이 있는다면 이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10~20%에 속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 환자가 출산을 고려하는 상황이고,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주치의와 치료를 조절할 수 있다.”

백선경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유방암 치료의 종착점은 항암치료인가.

“아니다. 항암과정이 끝나면 호르몬 요법이나 방사선치료 등 보조요법을 택하게 된다. 특히 호르몬치료제는 5~10년 복용하기도 한다. 이는 다시 암이 튀어나오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항암치료 중인 환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방암 환자들이 ‘돌봄받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으면 한다. 한국형 유방암의 특징 중 하나는 폐경 무렵 여성뿐 아니라 사회활동에 한창인 여성에서의 유병률 역시 높다는 점이다.

이들은 누군가의 아내, 딸, 사회구성원, 엄마로 너무나 다양한 역할을 해오며 ‘돌보는 역할’에 익숙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돌봄 받는 것 자체를 힘들어한다. 치료받는 중에도 환자 역할을 하기보다 집에 가서 밥하고, 집안일을 돌보고, 직장일까지 해낸다.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공주처럼 모셔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환자가 치료과정을 혼자 외롭게 견디지 않았으면 한다. 항암 과정 역시 누군가와 함께하면 더 든든한 길이 될 수 있다. 가족뿐 아니라 의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의사와 환자는 유방암을 상대로 하는 ‘한 팀’이다. 환자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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